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경유세 올리기 전 정부가 먼저 해야 할 것들

디젤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에너지세 개편 공청회를 7월 4일 열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 얘기는 결국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얼마나, 어떻게 인상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2006년 이후 정부 주도로 경유세 인상 얘기가 본격화된 것은 2015년 터진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과 관련 있습니다. 2010년 이후 디젤 승용차가 급격하게 팔려나가며 높은 점유율을 보이던 터에 악재가 터진 것이죠. 거기에 디젤차에서 문제가 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실제 도로에서는 기준치를 많게는 10배 이상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나쁜 소식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는 대기오염 상태가 좋지 않아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에 직면해 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뭔가 정부 입장에서는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태였던 것이죠. 결국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가 지목됐고,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경유세 인상 얘기가 새 정부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진=이완


하지만 정말 디젤 자동차가 우리나라 대기오염의 주범인지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발 스모그, 그리고 공장과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더 많은 오염원을 외면하고 디젤차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30년 경유차 퇴출 공약과 함께 경유세 인상 정책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유세 인상은 무엇보다 경유차를 보유하고 있는 900만 명에 가까운 운전자들에게 민감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정부의 손쉬운 증세 정책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고, 제2의 담뱃세 인상을 우려한다는 기사도 보입니다. 정부가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 환경과 국민건강을 위한 조치라고 해도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습니다.


1.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근거 정확히 밝혀야

그렇다면 정부가 자신들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확인시키는 방법은 뭘까요? 먼저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이를 국민에게 밝혀야 합니다. 환경부 등에서는 미세먼지 발생원인을 나름 분석해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의 측정기술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학계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환경부는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게 진짜 문제라고 했습니다. 


디젤차를 억제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정부 방향의 핵심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이 2차로 생성되는 미세먼지입니다. 그간 디젤차 하면 떠올리던 시커먼 연기는 필터(DPF) 장착 등을 통해 큰 틀에서 해소를 시켰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로 바뀌는 2차 변환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혀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경유세 인상의 명분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부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질소산화물의 크기가 초미세먼지 중간값의 1/80분 수준이기 때문에 이 작은 물질이 어떻게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로 전환되는지 현재 기술로는 확실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만약 정확하지 않은 이유를 바탕으로 경유세 인상을 추진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이며 정책에 대한 추진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증세용이라는 의혹만 커지겠죠. 따라서 이 부분은 반드시 국민에게 설명돼야 합니다.

사진=이완


2. 가솔린 직분사 엔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여러 차례 독일 등에서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양이 디젤차보다 더 많다는 실험 결과 등이 나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은 2017년 9월부터 새로운 배출가스 측정법(EURO 6c)에 의해 가솔린 자동차도 미세먼지 배출규제를 받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디젤에 필터가 장착된 것처럼 가솔린 직분사 엔진도 필터(GPF)를 장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몇 제조사들은 부분적으로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달린 모델에 분진 방지용 필터를 장착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디젤차의 경우 한-EU FTA에 의해 유럽 배기가스 측정법이 적용되지만 가솔린의 경우 한-미 FTA의 영향을 받아 미국식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내뿜는 미세먼지 문제를 유럽처럼 대응할 수 없게 되는데, 디젤차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로 볼 수밖에 없겠죠.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RDE 테스트에 이미 대응을 마친 제조사들

그간 자동차 제조사들은 실험실에서 실시한 연비 및 배출가스 측정방법에 대응해왔습니다. 그 결과 실제 도로에서 엄청나게 쏟아내는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문제가 디젤차의 위기를 만들고 말았죠. 결국 EU는 오랜 노력 끝에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RDE 방식을 올 9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쏟아내던 질소산화물량이 이 테스트를 통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제조사들은 RDE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장착하는 후처리 장치로 선택적 환원촉매 방식(SCR)을 대부분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얘기되고 있으며, 실제 RDE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이 방식을 통해 제조사들은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SCR 장치를 장착한 신형 대형 트럭의 경우 SCR 장치가 달리지 않은 자가용보다 질소산화물이 훨씬 적게 나온다는 조사 결과가 독일에서 나오기도 했죠. 이렇게 되면 질소산화물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앞으로 나올 신형 디젤차들의 경우 미세먼지 주범으로 볼 근거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죠.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 역시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요소수 주입구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 SCR 장착 차량 / 사진=다임러


그렇다면 디젤차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선 오래된 디젤차가 내뿜는 오염물질들입니다. 특히 유가 보조금을 지급받지만 배출가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후한 화물차들의 경우 경유세 인상이 이뤄져도 상대적으로 오염원 배출이 적은 디젤 승용차 운전자들이 받는 부담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큰데 부담은 적게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이 노후화된 디젤차들이 사실상 디젤차 오염원 해법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또 중국발 대기오염 문제와 발전소 및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오염물질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면서 그 속에서 함께 경유세 문제를 언급하는 게 그나마 진정성을 확인받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이 없다면 경유세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오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럽도 경유세 인상 문제는 민감

참고로 유럽연합 역시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려 디젤차 억제책을 쓰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평균 디젤 리터당 33센트의 세금이 부과되는 데 이것을 41센트 수준으로 올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독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런 경유세 인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2016년부터 5년에 걸쳐 디젤에 붙는 세금을 올리기로 했는데 그 금액은 매년 1센트(약 10원) 수준으로,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가솔린 가격과의 균형을 맞춰가려 합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부터 제조사 평균 95g/km로 맞춰야 하는데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인프라 구축과 높은 차량 가격 등의 문제로 점유율을 크게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젤차는 현실적 대안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문제보다 연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치로 맞추는 게 제조사들에겐 어쩌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이런 유럽의 움직임을 잘 살피고 이산화탄소 저감 문제를 어떻게 할지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미세먼지 대책 제대로인지 점검하고 국민 이해 구해야 

정리하겠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새 정부 차원의 종합적 설명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큰 틀 안에서 경유세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환경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기본적 방향 설정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대기오염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정부는 해야 합니다. 당연히 국민도 정부의 그런 노력을 이해하고 따라야겠죠. 다만 경유세 인상과 같은 문제가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제대로 된 해법이고, 당장 다뤄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철저하게 점검해 보길 바랍니다. 급하더라도 꼼꼼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