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판매되는 지역의 법규 때문에 같은 모델이면서도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특정 지역만을 위해 더해진 안전장치, 혹은 그곳만 존재하는 규정 때문에 추가된 부품이 있을 수 있는데요. 미국 자동차 시장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죠.
‘미국고속도로 안전을 위한 보험협회(IIHS)’가 2012년부터 스몰오버랩 테스트라는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들은 이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강작업을 하게 됩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의도된 차별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북미 소비자들에 비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을 받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제가 지인으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았습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비교 사진이었죠. BMW 750Li 엔진룸이었는데 북미형과 유럽형이었습니다. 아니, 북미형과 북미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판매되는 모델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사진을 보시죠.
<북미형 750Li 엔진룸>
<비북미형 750 Li 엔진룸>
두 사진 속 엔진룸에서 뭔가 차이를 발견하셨나요? 중앙에 거대한 엔진이 있고 그 양옆에 스트럿 바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스트럿 바 옆을 보세요. 북미형을 얼핏 보면 스트럿 바가 두 개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럽형에는 없는 구조물이죠. 정확하게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북미형에는 어쨌든 좌우로 위치해 있습니다.
북미형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750Li 엔진룸 사진도 인터넷에서 찾아 봤는데 역시 북미형에 있는 Bar가 빠져 있습니다.
비북미형
왜 북미형에만 저런 Bar가 있는지 BMW가 설명하지 않는 이상 알 수는 없지만(참고로 구형 750Li 북미형에도 저 정체불명의 Bar는 없었음), 다만 조심스럽게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에 대응하기 위해 더해진 구조물이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을 듯한데요. 문제는 저 구조물이 빠져 있는 비북미형에는 그 빈 자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점입니다.
7시리즈는 독일 딩골핑 공장에서 조립된 것이 전 세계로 팔려 나가죠. 따라서 Bar가 있든 없든 엔진룸 기본 형태는 북미형이든 그 외 지역이든 동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스몰오버랩 대응용으로 추측되는 Bar가 빠져 있는 엔진룸은 마치 원래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처럼 허한 느낌까지 줍니다.
물론 BMW 외에 다른 제조사 역시 이런 차이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특정 지역에서만 행하는 테스트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가에 민감한 양산형 모델이 아닌 이상, 더더욱 이런 럭셔리 모델 정도라면, 차이를 두지 말고 Bar를 그냥 넣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오늘은 750 Li 엔진룸 차이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봤습니다.
추가 : 문제의 구조물에 대해 북미 수리매뉴얼 북에 '애디셔널 스트럿 바'라는 명칭으로 스몰오버랩 대응용 구조물임을 밝혔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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