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젤 시대,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9월이니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유럽은 2017년 9월 1일부터 새로운 배출가스 인증제도(WLTP)를 실시합니다. 과장됐던 공인연비, 그리고 배출가스 측정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새 제도를 통해 많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유럽 디젤차 새 인증제도가 중요한 것은, 바로 2011년 체결된 한-EU FTA로 인해 우리나라도 유럽의 인증제도가 그대로 도입이 되기 때문입니다. 


1. 반발 뚫고 이룬 RDE 테스트 

이동용 측정장치를 달고 RDE 테스트 중인 푸조의 자동차 / 사진=푸조


새로운 배기가스 인증제도는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실내 실험실에서 이뤄졌던 측정법이 강화됨은 물론 2차적으로 도로를 실제로 주행하며 테스트를 하는 RDE(Real Driving Emission)방식이 적용되죠. 둘 중 하나만 기준치를 넘겨도 인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제조사들은 실도로 테스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의 전환을 오래전부터 EU는 원했습니다. 디젤차들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실제 도로에서는 기준치를 한참 웃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제조사나 자동차 관련 단체들의 요구나 저항으로 적용이 불분명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2015년 9월 디젤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RDE 방식으로의 전환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결국 유럽연합과 합의에 들어가는데요. 현재 유로6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준치는 km당 80mg입니다. 그런데 RDE 방식으로 측정하면 도저히 이를 맞출 수 없다며 EU 회원국 중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그리고 구동권 국가들까지 포함해 현재 기준치의 3.3배, 그러니까 km당 264mg까지는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디젤차 억제책을 찬성하는 북유럽과 네덜란드 등은 EU 집행위의 원안대로 가야 한다고 했죠. 유럽 내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다시 제조사들은 2.7배로 낮춘 새로운 안을 내놓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2.1배로 타협하게 됩니다. 찬성 323 대 반대 317로 아슬아슬하게 신 연비측정법이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2017년 9월 이후에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새 모델들은 도로 테스트에서 질소산화물을 기준치 168mg/km를 넘겨선 안 됩니다. 그리고 이 유예된 기준치는 다시 2020년 1월부터 120mg/km로 낮춰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미 인증을 받은 자동차들은 어떻게 될까요? 2019년 9월 1일부터 168mg/km로 적용되게 되며, 2021년 1월부터는 120mg/km로 바뀌게 됩니다. 1년씩 더 늦춰준 겁니다.


한 마디로 현재 유로6의 질소산화물 기준치는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을 상향해 적용하게 된 것인데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기준치 역시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더 낮아질 듯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200mg/km~800mg/km를 넘나들던 질소산화물 실제 배출량은 드디어 크게 낮아지게 됐습니다.


여전히 환경단체나 일부 정치인, 그리고 국가별 지자체들은 유럽연합이 제조사들 로비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현실을 감안한 타협이라며 이 내용을 수용할 뜻을 비췄습니다. 특히 기준치가 현재보다 상향 조절됐어도 어떤 도로 상황에서 실주행 테스트를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변수를 고려해 제조사들은 기준치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맞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제조사가 찾은 해법, SCR

트럭에 달린 요소수 탱크와 후처리 장치 모습 / 사진=다임러


어렵게 RDE 방식이 적용되게 됨으로써 제조사들은 이제 이 기준치를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는데요. 현재 가장 확실한 대안은 선택적환원촉매(SCR)법입니다. 요소수(Urea)를 분사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이 암모니아와 질소산화물(NOx)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무해한 질소, 그리고 물로 환원되는 게 기본 원리입니다. 대형 트럭 등에 일찌감치 적용이 되었고, 그 외에 승합차나 중형급 이상의 SUV 등에 이 SCR 시스템이 적용되었는데요. 


요소수를 담는 탱크 등 후처리 장치 자체의 크기가 크고 비용이 비싸 상대적으로 작은 자동차에 적용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질소산화물을 90% 이상 잡아내며, 독성이 없는 안전성, 그리고 다루기 쉽고 내구성이 좋다는 이유 등으로 새 디젤 시대를 지탱시킬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됐던 LNT 방식이 연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에 비해 SCR 방식은 연비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요소수 탱크 및 후처리 장치 설명도 / 사진=푸조


3. 엔진 오일보다 자주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

요소수는 차량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요소수를 담아두는 탱크의 크기에 따라 보충하는 시기가 달라집니다. 한 번 채우면 2만km 정도까지는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보다 훨씬 자주 요소수를 채워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디젤 게이트 이전에도 분명히 SCR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있었죠. 그런데 다수의 실도로 테스트 등에서 SCR을 장착한 자동차들 일부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SCR로 기준치를 지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어떻게 이런 과다배출 결과를 얻었던 걸까요?


SCR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요소수를 얼마나 후처리장치 안으로 분사하느냐, 그 양에 따라 전환율이 조절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과다 배출에 따른 암모니아 배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계치 안에서 분사량이 많을수록 전환율은 높아집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실내 테스트를 통한 기준에만 맞추면 됐기 때문에 굳이 요소수의 양을 많이 소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양을 늘려 기준치를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를 바꿈으로써 제조사들의 대응도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디젤의 시대에는 주유소에 보다 많은 요소수 주유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또 그래야 하고요. 그만큼 요소수 보충 비용도 발생하고 늘어나겠죠. 예전엔 주유소에서 기름만 넣으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요소수를 보충하는 게 흔한 일상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독일이 만든 요소수 브랜드 애드블루 주입구 모습. 경유 주입구 옆에 있다. 티구안 신형 / 사진=폴크스바겐


 4. 껑충 뛰는 디젤차 가격

SCR 시스템이 일반화되는 디젤자동차 시대에 또 하나의 변화는 디젤차 가격이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엊그제 독일의 한 전문지에서 밝힌 신형 8세대 골프의 경우, SCR을 장착하게 되면서 기존보다 디젤 모델의 가격이 약 2,000유로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대략 지금 환율 기준으로 250만 원이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SCR 비용이 고스란히 차 가격에 반영이 된다고 봤을 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과연 이런 가격 상승을 감내하면서까지 디젤차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디젤차를 사야만 하는 이들도 있겠죠. 특히 트럭이나 승합차 등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분들의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운전자라면 요소수를 정기적으로 채울 때 발생하는 비용,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가솔린보다 높은데 여기서 SCR 장착으로 인해 더 상승하는 초기 구매 비용 등은 잘 계산해봐야 합니다. 이미 디젤 게이트 등으로 입은 타격,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에 따른 안 좋아진 인식, 거기에 비싸진 가격 등이 디젤차 수요가 줄어들 게 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5. 자연스럽게 사라질 소형 디젤차들

SCR 시스템이 장착된 신형 폴로 / 사진=폴크스바겐


앞서 언급했든 SCR 장치는 가격이 비싸고 추가적인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차들에 장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푸조는 자사에서 내놓는 유로6에 대응하는 모든 라인업에 SCR을 장착했 점을 강조했죠. 작은 차 소비와 디젤 비율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높은 프랑스에서 푸조의 이러한 선택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과연 계속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한 예로 얼마 전 공개된 신형 폴크스바겐 폴로 역시 SCR이 처음으로 장착이 된 디젤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발표됐는데요. 하지만 처음으로 천연가스 모델(TGI)을 내놓는 등, 디젤 외 다른 선택지 또한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안에 폴로에서 자연스럽게 디젤이 빠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B세그먼트 급에 SCR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 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앞으로 이런 작은 차와 디젤 엔진의 결합은 더 많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디젤 시대는 RDE 테스트가 도입되며 제법 큰 변화를 맞을 겁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엔 SCR 시스템이 있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새로운 출발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운명을 맞이 할까요? 디젤차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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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hewindblowing.tistory.com BlogIcon 하바별0 2017.06.30 11:24 신고

    그렇담, 가솔린 차는 하등 문제가 없는건가요..?

    • 가솔린은 이산화탄소가 문제가 되겠죠? 상대적으로 디젤보다 더 많이 배출이 되니까요. 또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경우는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된다고 하죠. 유럽은 그래서 가솔린 분진 필터를 장착하는 걸 거의 확정한 듯합니다.

  • 디젤마니아 2017.07.01 11:32 신고

    2010년도에 제가 폴크스바겐 파사트를 구입할 당시, 파사트 가격이 디젤과 가솔린이 같았습니다. 당시, 한국내에서만 가격 정책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무척 메리트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디젤이 연비도 훨씬 높은데, 차 가격이 같으니까요. 같은 모델, 같은 사양이면 예외없이 디젤이 차 값이 높은데, 가솔린과 같은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죠.

    물론, 그보다 더 작은 차급에서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당시에도 그런 가격 정책이 가능했으니,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좀 더 추가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디젤차도 당분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클린디젤 2017.07.01 22:22 신고

    디젤은 사실상 끝난거라고 생각해요.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환경이라는 명분으로 유럽에서 밀어준거였는데
    클린디젤이 허구라는게 알려지고 더이상 디젤에 혜택줘야될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다음세대기술로 넘어가기전 과도기적 친환경 대체기술로 평가됐던 클린디젤은 망했고
    하이브리드가 대체제가 되기에는 전기차기술이 많이발전했다고 생각해요.
    볼보는 디젤을 버렸고.
    일본 북미는 디젤을 원래 안썻고. 유럽내에서도 디젤차를 규제하는 움짐이 있고
    한국에서도 디젤에 혜택을 줄인다고하고
    토크높던 딸딸이 디젤차를 더이상 끌이유는 없져.
    환경을 위해서나 승차감을 위해서나 디젤을 살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여.
    디젤차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여

    • 클린디젤이라는 용어는 사실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해서 가솔린보다 상대적으로 덜 배출하기 때문에 붙여진 표현입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인체에 유해한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니까요. 디젤이 이 질소산화물을 어느 정도 낮추고 경쟁력을 갖춘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서 가솔린보다 좋기 때문에 완전히 당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 봅니다. 볼보가 디젤을 버린 것은

      디젤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게 시장이 정체되거나 감소되는 상황에서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그리고 한국의 현대도 디젤을 당장을 손을 못 놓을 겁니다. 게다라 요즘 가장 핫한 SUV의 경우 디젤과의 조합을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다는 현실도 고려해야겠죠.

      디젤을 개선할 투자 여력이 있는 곳들은 당분간은 디젤을 붙잡고 문제를 풀어나가려 할 겁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라는 당장의 발등의 불을 꺼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순수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 넘어가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 리히토 2017.07.03 20:51 신고

    SCR방식 가격이 비싸다는건 제조사 엄살같은 느낌이 듭니다...

    왜냐면 한국에서도 스타렉스가 SCR로 규제를 충족했는데 가격은 그닥 크게 안올랐거든요...

    일부 대형 상용차량은 꽤 올랐지만 올란도나 스타렉스 등등 SCR방식을 장착한 모델이 그렇게나 많이 올랐나??

    생각이 들더군요...

    제생각엔 충분히 대량생산 한다면 단가는 떨어질꺼 같습니다...

    • 스타렉스의 가격 변동폭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SCR 장착에 따른 가격 부담은 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네요;;

  • 겉보리 2017.07.04 01:04 신고

    기준이 엄격해질수록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겠죠. 궁극적으로는 내연기관의 쇠퇴 또는 제한적 운용을 피할 길은 없어 보입니다. 저도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랑하지만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 흐름이라는, 큰 흐름이라는 걸 보면, 말씀처럼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게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언제가 될지, 예측은 쉽지 않지만 갈수록 변화의 폭은 커지고 속도도 빨라지겠죠?

  • 해밀 2017.07.10 16:41 신고

    언제나 빠르고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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