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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신형 A8 및 아우디 서밋 현장 스케치

바르셀로나는 1년에 7천만 명이 다녀간다는 세계적 관광 도시죠. 하지만 관광객만 찾는 곳은 아닙니다. 매년 2월에서 3월 사이, 대표적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개최됩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아우디는 브랜드 처음으로 서밋(SUMMIT)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글로벌 미디어와 주요 고객 2천여 명을 초대해 아우디가 가려는 방향, 기술에 대한 진지한 토론, 그리고 새롭게 선보인 4세대 A8 공개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는데요.

아우디 서밋 / 사진=아우디


그동안 아우디는 폴크스바겐 그룹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신했었죠. 그러다 집안 행사에 머물던 소극성(?)을 벗어 던지고 이번에 독립 행사를 처음 갖게 됐습니다. 디젤 게이트 이후, 여전히 불편한 상황 속에서 맞은 첫 번째 행사여서 그랬는지 긴장감도 느껴졌고 또 많은 준비를 한 흔적이 곳곳에서 읽혔습니다. 사진과 영상으로 함께 현장을 느껴보시죠.


[영상]A8 공개 장면 포함 아우디 서밋 행사 하이라이트 1부


자율주행의 레벨 업~

이번 아우디 서밋은 자신들의 미래 계획, 그리고 그동안 이룬 기술적, 레이싱 성과 등을 모두 선보인 자리였습니다. 물론 하이라이트는 4세대 A8 공개였죠. 아우디는 A8 신형을 통해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자율주행 능력을 선보였는데요. 바로 최초의 3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양산 모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신형 A8 L / 사진=아우디


흔히 자율주행 발전을 5단계로 이야기하죠. 1단계는 사람이 운전을 하는 중에 조향과 가속, 감속 등의 기능을 자동차가 담당하고, 2단계는 부분 자율 주행 단계로 가,감속과 조향 기능을 보조하는 것은 1단계와 같지만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은 채 제한된 상황에서 차가 달릴 수 있는 경우입니다.


현재 부분 자율주행 자동차는 모두 2단계에 와있습니다.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기능 역시 2단계로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A8 신형에 이식된 3단계는 어느 수준일까요? 가장 큰 차이는 운전자가 자율주행 단계에서 운전 외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조건부 자동화라고 해서 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해 달릴 수 있게 됩니다.


A8의 경우 중앙분리대가 있는 고속도로, 그리고 시내 등에서 스스로 운전이 가능합니다. 시동, 가속, 조향, 제동 등이 모두 자동차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현재 4단계도 준비 중이라 밝혔는데요. 4단계는 실질적인 자율주행이 시작되는 레벨입니다. 특정한 도로 조건만 피하면 자동차가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서 운전을 하는, 운전자 개입이 없어도 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5단계는 비포장도로를 포함, 모든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없이 운전이 가능해지는 걸 의미합니다. 대체로 2025년이면 5단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여전히 사람이 아닌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한다는 것에 낯섦, 혹은 거부감이 있습니다. 해킹에 대한 우려와 이질감 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제조사들은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발언 중인 아우디 회장 루페르트 슈타들러 / 사진=이완


또 다른 핵심 아우디 AI

이번 이벤트에서 공개된 핵심 기술 중 하나라면 바로 '아우디 AI'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인공지능의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크게 자율주행을 위한 'AI 트래픽 잼 파일럿' 기능, 도로 등에서 원격으로 주차가 가능한 'AI 원격 주차' 기능과 스마트폰에 깔린 앱(마이 아우디)을 통해 원격으로 차고에 집어 넣을 수 있는 'AI 원격 차고 파일럿' 기능 등이 있습니다.


차량 센터 콘솔 시동 버튼 옆에 'AI' 버튼이 있는데 이것으로 이용해서 차량 안에서도 주차 기능을 수행하죠. 특히 트랙픽 잼 파일럿의 경우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자율주행 중 졸거나 피로함을 느끼는 게 확인되면 여러 경고장치가 작동하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자동차는 스스로 멈춰 서게 됩니다. 

스타트 버튼 옆에 위치한 AI 버튼 / 사진=아우디


최적의 승차감을 지향하는 AI 액티브 서스펜션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새로운 서스펜션 부분이었는데요. 시승행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체험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AI 액티브 서스펜션은 각 휠에 48 볼트 전기 시스템용 모터가 장착돼 개별적으로 하중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되는데요. 어느 정도 수준인지 비교 테스트 등을 통해 능력을 정밀하게 검증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외 액티브 서스펜션은 측면 충돌을 감지하면 0.5초 안에 80mm까지 차체가 올라가 운전자의 충돌에 따른 부상 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아우디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또 '다이나믹 4륜 조향 시스템'의 경우 전륜과 후륜이 도로 상황에 맞게 각도를 조절해 회전 반경을 줄이고 최적의 조향비를 찾아내 안정감 있게 코너 등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줍니다. 


스타일 : 미니멀리즘과 디테일로 승부

신형 A8은 일단 스타일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듯 느껴집니다. 3세대와 신형 4세대를 비교해 보면 좀 더 차이를 알 수 있을지 않을까 싶은데요.

3세대 (사진 위)와 4세대 (사진 아래) 전면 비교 / 사진=아우디

3세대 (사진 위)와 4세대 (사진 아래) 뒷면 비교 / 사진=아우디


디자인 책임자인 마크 리히테는 A8 공개 현장에서 실내외 디자인의 특징으로 미니멀리즘과 디테일을 꼽았습니다. 최소한의 요소로 A8의 특징을 표현하는 게 미니멀리즘인데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디테일의 경우 아우디가 그간 자랑으로 여기는 실내의 마감 능력은 물론 소소한 곳까지 놓치지 않고 디자인에 신경을 썼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일에 대한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형태에 담긴 기능의 가치는 보여지는 것 이상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우디가 자랑으로 여기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LED, OLED, 그리고 처음 적용한 레이저 라이트 등으로 화려하게 구성되었는데, 현장을 찾은 해외 미디어 관계자들이 이 섹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신형 A8 정면 / 사진=이완

신형 A8 후면 / 사진=이완


실내 : 화려하게, 디지털하게

혹, 겉모습에서 기대만큼 감흥을 받지 못했다면 A8 신형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보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계기반을 포함, 거대한 디스플레이 3개가 차지한 인테리어는 아날로그 시대와의 완벽한 작별을 의미합니다. 그 어떤 자동차보다 철저하게 디지털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어찌 보면 조작감에 익숙한 아날로그 세대들에겐 부담스러운 변화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입니다.

A8 실내 / 사진=아우디

A8 실내 / 사진=이완


그나마 터치식 디스플레이의 경우 누를 때 촉감, 그리고 딸깍거리는 청각적 효과를 주는 세밀한 배려는 다행이었습니다. 시트 천공 작업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는 A8은 2열에 총 3개의 터치식 모니터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이중 시트 사이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는 리모컨으로 사용 가능해 여러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운전자의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해 실내조명이 바뀌고, 문에 달려 있는 라이트 가이드가 차 문을 열 때 자전거나 차량이 접근할 때 광학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 계절에 맞는 방향제 분사 기능, 내비게이션을 통해 주유소나 주차장 위치를 별도로 불러내고 여기서 다시 영업시간과 비용 등의 정보를 주기도 하고, 스마트폰이 자동차 키를 대신하는 커넥트 키 시스템, 5명의 습관을 최대 400가지 형태로 맞춤이 가능해 문을 열면 운전자가 누군지 인식해 그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이 되는 등의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미세먼지 관련한 기능은 소개를 하고 넘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내부 공기를 음이온화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능과 내년부터 적용될 미세먼지 측정 센서 기능 등은 특히 대기오염에 민감한 요즘 각광받을 기술로 여겨집니다. 실내 대기 농도와 실외 대기 상태를 비교해 보여주며 필터링하는 기술 역시 반가운데요. 이런 부분은 더 많은 모델로 빨리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A8 엔진 / 사진=이완


이 외에도 설명드리지 못한 첨단 기능들이 A8에 많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엔진이나 변속기, 마일드 하이브리드 관련한 부분은 아예 언급도 하지 못했는데요.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꼼꼼히 이야기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 아우디 A8이 주인공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을 훅하고 빼앗겼던 두 모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아우디 RS 5 쿠페였고, 또 하나는 요즘 독일을 비롯 유럽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아우디 Q2였습니다. 특히 아우디 SUV 디자인이 세단만 못 한데 Q2라면 아우디답다는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RS 5 / 사진=이완

Q2 / 사진=이완


시간을 되돌려 줄 미래 이동성

아우디 회장 루페르트 슈타들러는 자동차 이동은 앞으로 단순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자나 탑승자는 이동 중에도 자신의 시간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운전에 빼앗긴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것을 미래 이동성의 핵심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보안 문제가 좀 더 많이 다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쨌든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철학이 잘 반영된 A8 신형, 그리고 아우디 서밋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A8은 자동차가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아니,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원죄처럼 박힌 디젤 게이트의 문제를 친환경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행사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장 중앙에 진짜 나무와 잔디를 심고 깔아놓았다. 스파이더맨은 여기서 뭐 하나? / 사진=이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가 아닌 그 의지대로 실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아우디는 앞으로 모터쇼 참여를 줄이고 대신 서밋 이벤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주행, 환경, 그리고 안락함 등으로 대변된 신형 A8과 이번 아우디 서밋이 책임감을 갖고 미래 모빌리티 세상을 건강하게 설계해 나가는 그런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영상] A8 좀 더 자세히 보기 & 아우디 서밋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의 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