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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는 도로를 구원할 것인가

미국 인구는 3억 2천만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보유 비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죠. 2020년에 자동차 수가 2억 4700만 대가 될 거라고 합니다. 땅도 넓고 도로도 넓은 미국이지만 이처럼 많은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고, 교통안전 의식이나 제도 등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탓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차량 수만큼이나 많이 발생합니다.

사진=볼보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걸까요? 1970년 초반 미국에서는 한 해에 교통사고로 5만 4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그게 2010년에는 3만 2천 명 수준까지 낮아졌죠. 하지만 최근 다시 사망자수가 증가했습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자료를 인용한 국내 기사를 보면 2015년 35,2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2014년보다 7.7% 증가한 것이었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이 미국 국가안전위원회(NSC)의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는 2016년 40,200명이 사망해 2015년보다 15% 증가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망자수는 1990년대 중반으로 되돌아간 결과고,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과속이나 음주운전 관련한 캠페인에 쏟아부은 수억 달러를 의미 없게 만든 결과였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늘어난 이유

충돌 안전 테스트나 소비자 입장에서 리콜 등을 강력하게 실시하며, 각종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임에도 이처럼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높은 이유는 뭘까요? 미국은 전통적으로 넓은 국토와 도로망 때문에 과속과 음주운전이 기본적으로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운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캠브리지 모바일 텔레매틱스의 최근 자료를 인용했는데요. 미국에서 운전 중 사고를 낸 경우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30%의 운전자는 시속 90km/h 이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했죠. 뿐만 아니라 작년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 중 자동차 운전자들(22,441명)의 약 48%(10,770명)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죽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교통사고 사망자 수 증가는 미국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AXE


미국과는 또 다른 고민의 유럽

미국에 비해 유럽은 교통사고 사망자가 적습니다. EU 28개국 기준 전체 인구는 5억 1천만 명 수준이고 자동차는 대략 2억 8천만 대 가량(스위스 등 비EU 가입 4개국 포함)되는데요. 작년 이 지역에서 약 25,5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2.3% 정도 전년 대비해 줄어든 결과였죠. 세계 전체로 보면 한해 약 125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매일 3,400명이 희생되는 꼴입니다.


가장 교통사고 사망자가 적다는 유럽은 운전면허 취득 과정이 가장 어려운 곳이고, 교통 시스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와 인프라 개선 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각종 안전 캠페인도 끝없이 운전자들을 일깨우죠. 참고로 유럽에서 가장 교통사고 사망자가 적은 나라는 스웨덴으로, 어느 수준인지 2016년을 기준으로 간단히 비교를 해봤습니다. (인구 백만명당 기준)

스웨덴 : 27명

영국 : 28명

네덜란드 : 33명

스페인 / 덴마크 : 37명

독일 : 39명

EU 평균 : 50명

대한민국 : 84명

미국 : 120명 이상

세계 평균 : 174명

하지만 위에 언급된 유럽 국가들도 고민은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감소가 멈췄기 때문인데요. 1990년 기준으로 가파르게 줄어가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어느 순간부터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스웨덴을 비롯해 여러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비전 제로' 프로젝트(교통사고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이냐는 회의론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는 이동성 혁명"

정말 한계에 부딪힌 걸까요? 사망자 '0'에 도전하는 건 불가능해진 걸까요? 하지만 각국 정부나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시대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교통사고와 부상자 및 사망자수를 줄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자율주행 차량을 직접 시승 중인 독일 교통부 장관 / 사진=아우디

이와 관련해 쥐트도이체차이퉁에 소개된 독일 교통부장관 알렉산더 도브린트의 발언이 주목됩니다. "교통사고의 90% 이상은 사람의 실수에 의해 발생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과 커넥티트 카는 자동차 발명 이후 이동성의 가장 큰 혁명이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독일 제조사들의 경우 자율주행이 본격화 되는 시기를 2025년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기술적인 완성도는 물론 자율주행과 관련한 법적인 부분까지 문제없게 만들겠다는 게 기본 목표로 돼 있죠. 예를 들어 인텔이 17조에 인수하려는 이스라엘 자율주행 관련 업체 모빌아이의 경우 300~400밀리 초(1000의 세제곱 초) 만에 충돌 가능성을 파악해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기술력은 이미 요구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것입니다. 이 기술들이 잘 조합만 되면 인간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도로의 안전성을 만들 수 있기에 기업과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 시대에 맞는 법을 만들기 위해 매년 국제회의 등이 열리는 등, 매우 구체적인 움직임이 함께 진행 중입니다. 한마디로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업체나 IT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치열하게 현재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율주행의 핵심 중 하나, 연결성

이처럼 사활을 걸고 도전 중인 자율주행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동차는 커넥티드 카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라는 것은 자동차가 인터넷 등을 통해 차와 차, 차와 교통시스템이 연결돼 서로 도로 상황과 교통 정보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커넥티드 카의 형태 1 : 차와 차 사이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 사진=볼보

커넥티드 카의 형태2 : 차와 도로 인프라 사이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 사진=아우디


자동차 부품업체로 세계 1위 기업인 보쉬는 '커넥티드 카 효과 2025'라는 보고서를 통해 커넥티드카 시대가 되면 미국과 중국, 그리고 독일에서만 부상자 및 사망자가 발생하는 교통사고 26만 건을 막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독일에서 300명, 미국 4천 명, 중국에서 7천 명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네트워크화되면서 오토바이 사망자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술만능주의 조심하되, 무조건 불신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에서 안전벨트는 부상과 사망을 줄이는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차체자세제어장치나 ABS 등도 마찬가지였죠. 다양한 형태의 에어백이 등장하고, 긴급자동제동장치, 사각지대 경보장치, 차선유지 기능, 전후방 카메라 등, 안전을 위한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도로의 안전성은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율주행 시대, 그리고 커넥티드 카 시대가 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대를 맞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은 해킹 등 보안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기술의 항상성 등이 단단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또 정밀하고 복잡해질수록 부정적 변수의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약점을 지금부터 보완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없이 급하게 자율주행 시대를 외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자율주행과 커넥티트 카 시대가 오면 우리의 삶은 또 다른 모습을 할 것이라는 걸 애써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동권이 보장되고,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도로의 효율성 증대로 환경과 경제 부분에서도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꿈이 온전히 이뤄질 수 있기 위해 우리는 지금 더 고민하고 더 연구하고, 더 치밀해져야 합니다. 지금의 노력이 크면 클수록 미래의 자동차 세상은 분명 그만큼 좋아질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