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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도대체 출시는 언제쯤?' 콘셉트카만 세 번째

하나의 컨셉트로 세 번에 걸쳐 전시용 자동차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처음 콘셉트카가 등장하고 자그마치 16년의 시간이 흘렀죠. '정말 나오기는 나오는 건가?'라는 의문의 목소리는 식을 줄 모르고, 열광하던 매체들도 '그러려니'하는 시큰둥한 반응으로 돌아서 버렸습니다. 무슨 자동차인데 그러냐고요? 


폴크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 얘기입니다.

마이크로버스 1세대(1950-1967년) T1 / 사진=위키피디아, Megapixie


라인강의 기적을 함께 만든 불리

개인적으로는 2010년 소개를 한 바 있고, 예능 '무한도전'을 통해 널리 알려진 폴크스바겐 마이크로버스는 독일 국민차였습니다. 1950년 T1이라는 제조명을 시작으로 현재 T6까지 그 역사가 이어지고 있죠. 지금은 승합차 느낌이 가득하지만 T1과 T2는 불리(Bulli)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시대의 아이콘 같은 그런 미니버스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 된 독일은 전후 재건사업을 펼치죠. 그리고 그런 경제 부흥의 시대를 마이크로버스 불리는 힘차게 달렸습니다. 레저용부터 트럭을 대신하는 상업용까지, 그리고 경찰차는 물론 구급차와 소방차로 확대 사용되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리는 독일인들과 함께 했습니다.

2세대(1967-1979년) 마이크로버스 T2 / 사진=픽사베이

독일뿐만 아니라 이웃 유럽 이웃 나라로 계속 팔려나갔고, 북남미 대륙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불리는 '히피들의 자동차'로 불릴 정도로 반전과 평화의 이미지로 미국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죠. 폴크스바겐은 이 상징적 차를 시대에 맞는 형태로 다시 내놓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콘셉트카는 2001년 미국에서 첫 공개가 됐습니다. 


2001년 첫 번째 콘셉트카 

2001년 콘셉트카 / 사진=폴크스바겐

사진=폴크스바겐

마이크로버스 T1을 새롭게 해석한 모델이 콘셉트카로 등장했을 때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독일 매체 아우토빌트는 2005년 폴크스바겐의 상용차 공장이 있는 하노버에서 2005년부터 양산될 것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죠.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비용의 증가와 부품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무게 증가 등을 이유로 계획을 엎어버리고 맙니다.

6기통 엔진에 231마력의 힘을 낼 수 있었던 콘셉트카는 고장 20km의 거리를 주행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고 창고로 가게 됐습니다. 사실 양산 계획이 취소된 걸 알았을 때 안도했습니다. 레트로 타입으로 원형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지 못하면 불리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폴크스바겐은 십 년 만인 2011년 두 번째 마이크로버스 콘셉트카를 공개하게 됩니다.


2011년 두 번째 콘셉트카

사진=폴크스바겐

사진=폴크스바겐

두 번째 콘셉트카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됐는데 T1의 최상급 모델인 삼바 (첫 번째 사진)의 투 톤 컬러를 적용해 좀 더 마이크로버스에 가까운 느낌을 주려 노력했습니다. 이때도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는데요. 독일 전문지들은 2015년 골프를 베이스로 해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계획은 없던 일이 돼 버리고 말았죠. 그나마 새로운 승합차 T5에 이 색상을 적용하는 정도로 정리가 됐습니다. 

T1(삼바)과 T5 / 사진=폴크스바겐


2017년 세 번째 콘셉트카

2016년 라스베가스 가전박람회에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시대를 향한 밑그림을 콘셉트카로 선보였는데 BUDD-e라는 밴 형태의 모델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북미모터쇼에서 다시 한번 미래형 버전 I.D 버즈(BUZZ)를 공개하며 전기차 시대를 맞는 의지는 구체화했죠. 바로 이 I.D. 버즈가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나온 T1 삼바의 콘셉트카였습니다.

I.D. 버즈 / 사진=폴크스바겐

I.D. 버즈와 T1 삼바 / 사진=폴크스바겐

I.D. 버즈는 이전 두 개의 마이크로버스 T1 콘셉트카와는 달리 완전 전기차로 개발됐습니다. 색상도 붉은색이 아닌 노란색을 썼고 마이크로버스와 무관한 듯 I.D. 버즈라고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이크로버스 T1의 후예임은 분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번에도 콘셉트카로 끝나고 말 것인가 하는 점이었죠.

폴크스바겐 측에서는 2022년에 출시를 할 것이라고 했고,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I.D. 버즈의 경우 2025년쯤 내놓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나오기 전까지는 믿기가 힘듭니다. 두 번이나 판을 엎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전기차 30여 종을 내놓기로 한 폴크스바겐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에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니버스를 내놓는 것은 설득력 있어 보이긴 합니다.


레트로 카 생산 쉽지 않은 이유

이처럼 16년 동안 콘셉트카만 3번이나 나올 정도로 마이크로버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함에도 선뜻 내놓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이에 대해 아우토빌트는 관심만 높다고 레트로 자동차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충분히 시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자동차 전문가 슈테판 브라첼의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또 적절한 출시 시기를 잡는 것, 그리고 새로운 고객층을 어떻게 흡수할지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추가했습니다. 끝으로 폴크스바겐이 비틀 이후 제대로 된 레트로 스타일을 선보이지 못하는 것은 이에 대한 능력과 감각의 부족일 수 있다는 비판적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마이크로버스 T1 / 사진=위키피디아, Jessica Merz

마이크로버스는 분명 폴크스바겐의 상징적 자동차입니다. 그리고 이를 되살리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도 3번의 콘셉트카 등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엎어졌고 이제 세 번째 콘셉트카를 통해 2022년 전기차로 양산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과연 2022년에는 이들의 계획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마이크로버스 콘셉트카 계보를 보면서 자랑스러운 유산을 새롭게 해석해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나 피아트 500 등의 재등장은 특별한 성공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에도 속는 셈 치고 또 한번 불리의 재탄생을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물론 오리지널만큼 사랑스럽지는 않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