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왜 i30 3기통 터보 엔진을 안 들여올까?

지난 2월이었죠. 독일 유력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빌트에서 준중형급 5개 해치백에 대한 비교테스트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현대 i30가 오펠 아스트라, 마쯔다 3, 르노 메간, 푸조 308 등의 실질적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올랐는데요.


조향성이나 민첩함 등, 주행의 역동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 등이 괜찮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때 테스트 된 i30 모델은 1.4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이 달린 모델이었죠. 그리고 또 다른 유력 매체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최근 i30와 오펠 아스트라를 다시 맞붙였는데 이번에는 아스트라의 우세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엔진이 달랐습니다.

현대 i30 / 사진=현대자동차

테스트된 i30의 경우 1.0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 것으로 998cc 3기통 120마력의 성능을 보였는데요. 상대 아스트라는 1.4 리터 터보 가솔린(125마력)이었으니까 마력에서는 두 모델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았고 다만 토크의 경우 i30는 171Nm, 아스트라는 230Nm으로 차이가 좀 났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전체적으로 조향성과 가속 능력 등, 운동성과 연비에서 아스트라가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면, i30는 서스펜션의 안락함과 주행 안전성 등에서 좀 더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토크를 조절하고 고질적인 조향감 문제를 해결한다면 적어도 유럽 기준에서 큰 약점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3기통 터보 엔진에 대한 내용을 보니 궁금해지더군요. '왜 한국에는 없는 걸까?' 하고 말이죠. 몇 년 전 기아 유럽 전략형 모델 씨드에 먼저 적용된, 이미 시장에 선을 보인 그런 엔진이기에 새로울 건 없습니다. 충분히 유럽에서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소형이나 준중형급에 달려 나올 만한데 왜 보이지 않는 걸까요?


유럽 준중형에선 흔하게 보는 3기통 터보 엔진

엔진 다운사이징 문화는 사실 유럽에서 시작됐다 봐야겠죠. 환경규제 등에 대응하고 공간효율이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실린더 수가 줄어들게 됐습니다. 3기통은 물론 심지어 피아트 500에는 875cc 2기통 (105마력) 터보 엔진이 장착될 정도니까요. 그리고 경차나 소형차 등에만 장착되는 게 아닙니다. 제법 덩치가 있는 준중형에까지 3기통 터보엔진은 줄줄이 달려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모델들입니다.

시트로엥 C4 1.2 터보 (1199cc) : 3기통 110 & 130마력

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998cc) : 3기통 100 & 125마력

기아 씨드 1.0 터보 (998cc) : 3기통 120마력

현대 i30 1.0 터보 (998cc) : 3기통 120마력

오펠 아스트라 1.0 터보 (999cc) : 3기통 105마력

푸조 308 1.2 터보 (1199cc) : 3기통 130마력

세아트 레온 ST 1.0 TSI (999cc) : 3기통 115마력

스코다 옥타비아 1.0 TSI (999cc) : 3기통 115마력

폴크스바겐 골프 1.0 TSI (999cc) : 3기통 110마력

3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 중 가장 마력이 높은 것은 미니 쿠퍼 1.5 모델로 136마력이고 포드의 경우 중형인 몬데오 엔트리급 엔진으로 1.0 에코부스트 (125마력)가 장착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겠지만 중형 세단에까지 3기통 터보 엔진이 달리고 있다는 게 놀랍죠. 확실히 유럽시장은 작은 엔진에 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몬데오 / 사진=포드

이 외에 소형급으로 내려오면 일본 스즈키 등도 합류하며 그 볼륨은 더 커집니다. 당연히 현대나 기아도 흐름을 외면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다르죠. 소형차 시장도 많이 죽었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엔진을 선보이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준중형급에 3기통 엔진이 달린다는 것을 아직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안 되었다고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에 대한 부담

그렇다면 단순히 시장이 준비 안 되었다는 것만이 이유가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좀 더 현실적 부분으로 들어가면 역시 가격 부담을 들 수 있을 듯한데요. 유럽에서 현대와 기아가 어떻게 가격을 책정해서 판매하고 있는지를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듯합니다. 독일 기준으로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i30 1.4 4기통 가솔린

100마력 / 최대토크 134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26g/km / 시작가 : 17,450유로


i30 1.0 3기통 가솔린 터보

120마력 / 최대토크 171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12g/km / 시작가 : 19,700유로


기아 씨드 1.4 4기통 CVVT

100마력 / 최대토크 134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38g/km / 시작가 : 14,900유로


기아 씨드 1.0 3기통 터보

100마력 / 최대토크 171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09g/km / 시작가 : 18,890유로


기아 씨드 1.0 3기통 터보

120마력 / 최대토크 171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15g/km / 시작가 : 21,690유로

씨드 / 사진=기아자동차

1.4리터그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 봤을 때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다른 브랜드는 어떤지 포드 포커스를 가지고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포드 포커스 1.6 4기통 자연흡기 엔진

85마력 / 최대토크 141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36g/km / 시작가 : 16,450유로


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3기통 터보 엔진

100마력 / 최대토크 170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05g/km / 시작가 : 18,200유로


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3기통 터보

125마력 / 최대토크 170Nm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08g/km / 시작가 : 21,400유로

현재 한국에서 기아 K3에 들어가는 1.6 감마 엔진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1.0 3기통 터보 엔진이 장착된 K3를 판다면, 소비자들이 과연 약간의 연비 우세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에 만족해 구매할 것인지, 이 부분은 장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소음과 진동

i30 3기통 터보 엔진 / 사진=현대자동차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역시 3기통 엔진의 소음과 진동 부분일 겁니다. 옛날보다 소음과 진동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냉정한 시선에서 보자면 4기통보다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소음 잡고 진동 잡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비싼 엔진 가격만 또 오르게 될뿐입니다.


결국 시장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엔진 가격, 거기에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유럽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한국에 i30 3기통 터보 안 들어 와요?"라고 물은 분이 계셨는데, 오늘 내용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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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보리 2017.03.18 14:51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좀 더 다양한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가격에 대한 부담' 단원에서 처음 표 i30에 대한 부분 'i30 3기통 가솔린'이 혹시 터보 의 오기 아닌가요? 그리고
    기아 씨드 1.0 3기통 터보와 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터보 엔진이 두 번씩 언급되었는데 출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격이 다른데 그들 사이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 터보를 빼먹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같은 1.0에코부스트라고 해도 세팅이 달라서 마력과 토크,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르더군요. 물론 판매가격도 조금 다르고요. 이 차이는 트림의 차이이기도 하고요. 적용되는 사양에도 약간 차이가 있는 듯하네요.

  • 행인 2017.03.22 20:21 신고

    비교해주신 가격표를 보니, 제일 민감한 가격 때문에 힘들겠네요. 국내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편의사양 향샹으로인한 가격인상이면 모를까, 출력도 결과적으로 비슷한 다운사이징으로 가격이 껑충 뛴다면 저항이 심하겠어요.

    • 가격, 그리고 준중형급에 3기통 998cc 엔진이라니? 하는 인식 등이 결정적 걸림돌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 Komatsu 2017.03.27 21:51 신고

    한국에도 유럽수준의 환경규제가 생기는게 아니라면 절대 나타나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연비면에서 우월한것도 아니고, 해당되는 조합을 함으로써 이득이 발생하는 부분은 없다고 보고 있거든요.

    장점은 딱 하나 배출가스양이 줄어든다는 것 하나인데, 유럽권이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하여 세금이 올라가고, 그게 누진적용되니까 저배출차량이 팔릴 요건이 되지만 한국은 글쎄요.

    • 사실 우리나라의 배기가스 규제는 유럽연합과 거의 보조를 같이 하고 있죠. 아마 올 가을부터 시작해서 뭔가 눈에 띄는 제도적 변화가 있을 텐데, 그 이후 어떤 제조사의 선택이 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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