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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우버 택시 사고-자율주행은 아직 주인공이 아니다

현지 기준 지난 금요일(25일) 미국 애리조나 템피에서 운영 중이던 우버 자율주행 택시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옆 차선을 달리던 자동차의 실수로 두 차량이 부딪쳤고 이때 충격으로 우버 자율주행용 택시인 볼보 XC90이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는데요. 석 대의 자동차가 충돌사고에 관련됐지만 가해 차량 운전자와 우버 택시에 타고 있던 2명의 직원 모두 심한 부상은 당하지 않은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우버 자율주행 택시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회사 측은 즉각 미국 전역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의 운행을 중단시켰고 현재 사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8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최초로 자율주행용 우버 택시 운행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사고인 데다가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상태였기 때문에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인 우버 자율주행 택시 / 사진=볼보


궁극의 목표는 무인주행?

우버는 운전기사 없이 온전히 자동차 스스로 승객을 태우고 주행하는 무인 택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우선 무인주행 전 단계인 자율주행 택시를 사업화한 것인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운전자 없는 무인 자율주행을 허락하지 않고 있고, 우버 역시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와 동승자가 탑승 된 상태에서 운행을 하는 중이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작년 말이었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우버는 당시 자율주행 상황이 아니라 드라이버가 신호가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의 실수였다고 해명을 했고 해당 드라이버를 정직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자율주행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 영상>


목숨 건듯 한 자율주행 경쟁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은 전기자동차보다 훨씬 더 급진적 변화를 만들 게 됩니다. 따라서 전기차 경쟁보다 더 뜨겁고 더 강렬하게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자율주행차 시장, 더 나아가 무인 자율주행 시대에 주인공이 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고 있는 듯합니다.


가장 앞선 미국은 전역에서 제조사와 지방정부, 연방정부, 그리고 대학과 연구소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 시대의 원탑이 되려 하고 있는데요. 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자율주행 테스트 장소로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고, 피츠버그, 미시간, 네바다 등, 대륙 곳곳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포드의 경우 2021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내놓겠다고 발표했고,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통해 가장 빨리 대중에서 자율주행 브랜드로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일본과 독일 정부와 제조사들 역시 집중 투자는 물론 공공도로 일부를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며, 네덜란드 싱가포르, 중국, 프랑스, 스위스 등, 교통과 자동차에 관심 좀 있다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자율주행 시장 쟁탈전을 위한 투자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화성 일부, 또 판교 일부 등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한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하고 있고, 현대차 등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나름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자율주행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서로 우수 인력을 빼 오고 있고, 기술이 담긴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따른 고소 등, 심각한 갈등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 사진=현대자동차


계속되는 사고

급히 먹으면 체한다

하지만 이런 자율주행은 여전히 시작단계일 뿐, 아직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기엔 먼 이야기입니다. 작년에 테슬라 운전자가 자율주행 상태에서 74마일의 속도로 달리다 트럭과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는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죠. 비록 올 초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동차의 결함보다는 운전자가 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쪽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떨칠 수 없습니다.


구글 역시 신호를 위반하고 오던 밴에 의해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당했고, 비교적 느린 속도에 정해진 구간을 달리는 무인 자율주행 버스조차도 접촉 사고를 피할 수 없는 등, 곳곳에서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 중인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기술 대학(TU) 한 연구원이 슈피겔과 가진 인터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교통 심리학자인 마르크 폴라드 씨는 인터뷰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에 대한 장밋빛 전망, 기술에 대한 긍정적 소식을 전하는 것은 신차 판매를 위한 중요한 명분이 된다며 다소 비판적 의견을 냈는데요. 자율주행의 중요한 축인 차간거리제어장치(ASCC)에 대한 불안함도 언급했습니다. 아우토반에서 시속 200km/h의 속도에서 갑자기 풀브레이킹을 한 적이 있는데 이처럼 높은 속도에서의 자율주행은 탑승자를 고려하지 않은 대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사진=BMW


안전에 대한 신뢰 없이 자율주행 시대 없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대략 2025년을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원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 포드는 그보다 앞선 2021년을, 또 2020년에는 적어도 고속도로 등 일부 구간에서는 자율주행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대부분의 제조사가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해서든 신성장동력, 새로운 마켓을 형성시키고 싶은 정부나 기업의 섣부른 바람일 뿐, 누구도 그때까지 자율주행이 안전하다고 담보할 순 없을 겁니다.


따라서 천천히, 그리고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실험을 통해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는 기술적 완성을 이룬 뒤에 자율주행이나 무인주행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이동권 측면에서 자율주행, 혹은 무인주행은 무척 의미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 운전이 어려운 노약자 등에게 고마운 기술임에 분명합니다.


또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동의 효율성 면에서도 자율주행은 분명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신뢰, 기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자율주행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혹 장삿속에, 혹은 무리한 성취욕에 빠져 사람들에게 마냥 환상을 심어선 안 됩니다. 시민이 테스터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죠. 자율주행 시대로 가기 위해 이뤄지는 투자와 도전 안에는 반드시 안전을 위한 투자와 고민이 그 몇 배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