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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말려 죽일 셈인가? 한국GM이 답해야 할 때

지난주 오펠을 푸조시트로엥 그룹의 인수가 공식 발표됐습니다. 1999년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펠을 과연 PSA가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이야기가 이후 유럽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PSA는 2020년, 그러니까 약 4년 후부터는 오펠이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가장 염려가 됐던 구조조정에 따른 공장 폐쇄와 인원 감축 등의 문제는 적어도 2018년까지는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GM과 오펠 사이에 맺은 계약을 PSA가 받아들였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큰 틀에서 남은 문제는 하나입니다. 오펠 모델들을 정리하는 것이죠.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 회장과 메리 배라 /사진=한국GM


모카와 Karl이 한국GM에 끼칠 영향

최근 독일의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 CAM (Center of Automotive Management)의 대표 슈테판 브라첼 박사는 앞으로 오펠의 단종될 모델, 그리고 순차적으로 푸조 플랫폼을 이용해 나올 자동차가 어떤 것이 될지 아우토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냈습니다.


오펠은 소형차 중심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올해부터 3년에 걸쳐 SUV 크로스랜드X, 그랜드랜드X, 그리고 몬자X 등을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었습니다. 현재 모카X라는 B세그먼트 SUV 하나로 버티고 있는 상황인지라 시장 확대나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SUV 라인업이 갖춰져야만 하는 입장인데요.


이미 공개가 된 크로스랜드X SUV와 내년에 공개될 SUV 그랜드랜드X는 이미 협업을 통해 PSA 플랫폼을 통해 생산될 모델이기 때문에 별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중형급 SUV인 몬자X의 경우 GM 산하 뷰익의 플랫폼을 통해 (뷰익 엔비전이나 오펠 안타라 플랫폼인 D2XX가 아니었을지) 나올 예정이었지만 GM 생산공정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계획이 엎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PSA 플롯폼을 통해 생산될 크로스랜드X / 사진=오펠

푸조나 시트로엥이 중형급 SUV를 내놓지 않는 이상, 혹은 오펠의 플랫폼 개발을 통해 반대로 푸조나 시트로엥이 중형급 SUV를 만들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오펠의 중형 SUV는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인터뷰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펠 모카X와 경차 모델 카를(Karl)을 언급한 부분이었는데요. 슈테판 브라첼 박사는 2019년 모카X가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또 경차 모델 카를의 경우 2021년부터는 푸조 208 등이 생산되는 EMP1 플랫폼을 통해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했죠.

모카X / 사진=오펠

모카X와 카를의 단종 혹은 플랫폼 변경이 중요한 것은 이 두 모델이 지금까지 한국GM의 부평공장(모카X)과 창원공장(카를)에서 완제품 또는 부분조립(CKD) 형태로 유럽으로 건너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 모두 한국GM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게 된다면 그 타격은 상당할 것입니다.


두 모델이 한국 GM 전체 수출량의 1/5 차지

2016년 한해 결과만 놓고 보죠. 오펠과 복스홀(영국에서는 오펠이 아닌 복스홀로 판매) 이름으로 유럽에서 팔린 모카X와 카를(영국명 '비바') 수량은 유의미했습니다. 모카X가 대략 16만 대 이상, 카를이 6만 대 미만 수준으로, 작년에 한국GM이 수출한 차량의 1/5 수준을 두 모델이 차지했죠. 참고로 안타라(캡티바 수출명)는 러시아 등 극히 일부 시장에만 수출됩니다.


그렇다면 모카X와 카를의 지난해 수출량은 어느 수준일까요? 작년 한국GM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판매한 것이 약 18만 대였으니까 두 모델이 한국 내수 1년 판매량보다 많습니다. 만약 슈테판 브라첼 교수의 말처럼 2년에서 4년 안에 더는 한국GM 공장에서 이 두 모델이 생산 안 된다면 당장 이것은 그동안 이어져 온 'GM 철수설'과 맞물려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군산공장 전경 / 사진=한국GM


철수보다는 고사(枯死)작전으로?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GM의 한국 철수설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때마다 GM은 철수는 없다고 했죠. 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시장에서는 철수한다는 경영철학을 내세운 메리 배라 회장이 취임한 이후 한국GM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더욱 커졌습니다.


실제로 메리 배라는 호주, 유럽,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 등, 이익이 되지 않은 시장에서 미련 없이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4년 이후 계속해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GM도 이런 메리 배라 경영전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2014년 한 언론을 통해 GM이 한국GM을 매각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한국GM에서 개발되거나 생산되는 자동차 기술에 대한 소유권이 한국GM에 있고, 매각하게 되면 이 차들의 모든 권리가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에 쉽게 손을 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매각으로 인해 기술이 유출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신차 생산을 배제해 나가며 자연스럽게 규모를 줄여 판매기지로 삼을 가능성이 예측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후 디자인과 차량 개발 등에서 큰 역할을 했던 한국인 임원들이 한국GM을 떠나고, GM 본사에서는 한국 공장의 임금 상승 등에 따른 생산성 문제를 지적하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창원공장 스파크 생산 라인 / 사진=한국GM

그리고 최근 올란도 모델의 생산 중단을 본사가 결정, 이제 군산공장에서는 크루즈만 생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2015년부터 계속해서 생산 중단을 시도하고 있는 전략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출에서 큰 몫을 담당하던 오펠 모카X와 카를까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면 한국GM의 구조조정 시간은 그만큼 빨라질 수 있습니다.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계획 밝혀야

한국GM은 지난해 내수에서 18만 대 이상을 팔아 2002년 이후 한해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유럽 수출생산량을 대체자로 보존해주지 않는 이상, 내수 판매 모델의 생산 중단과 유럽 수출 물량의 중단에 따른 타격이 인원 감축이나 공장 폐쇄 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GM 본사는 인건비 상승을 한국GM의 가장 큰 불만요인으로 이야기하고 있죠.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공장의 규모를 줄이는 일종의 고사작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노조와 한국GM 경영진 모두가 공장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GM 경영진은 협의를 위한 테이블을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언제 한국을 뜰지 모를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라도 GM은 정말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투명하게 바라는 점과 계획을 꺼내놓고 노동자들과 대화를 이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한국GM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GM과 관련해 들려오는 소식들은 어느 하나 반가운 게 없는 요즘인데요.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서로 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입니다. GM의 솔직한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듣고 싶습니다. 문제의 해결은 속마음을 서로 내보이는 것부터가 아닐까요? 한국GM에는 1만 7천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