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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테슬라 모델 3, 일론 머스크의 꿈 이뤄줄까?

엊그제였죠.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설립된 지 14년 만에 시가총액에서 포드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1년에 10만 대도 못 파는 자동차 회사가 어떻게 6~7백만 대를 판매하는 회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걸까요? 그것도 당장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런 회사가 말입니다.

사진=테슬라


남아공 소년의 꿈, 미국에서 열매 맺다

테슬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EO 일론 머스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서 정보 얻기를 좋아하던 엄청난 독서광이었습니다. 12살 때 혼자 배운 프로그래밍으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꿈을 위해 외가가 있는 캐나다로 와 대학에 입학합니다.


그리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학부과정에 장학생으로 편입돼 경영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게 되죠.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우주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꾸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가 아닌 화성에서 인류의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여겼고, 이산화탄소 배출의 증가 등으로 지구가 망가져 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석유와 석탄에 의존하지 않는 태양광이나 전기를 통한 지구 구하기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는 또 다른 관심 사항이었던 IT를 통해 사업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겨우 스물네 살 때의 일입니다.

일론 머스크 / 사진=위키피디아, Steve Jurvetson


페이팔 성공으로 억만장자 되다

일론 머스크는 박사과정을 접고 친동생과 함께 Zip2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는데 이 회사는 4년 만에 4천억 원에 가까운 비용으로 인수됩니다. 엄청난 부를 얻은 일론 머스크는 이후 엑스닷컴이라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 회사를 세우고 2000년에는 라이벌 회사와 합치며 세계적 인터넷 전자상거래 결제서비스 회사로 키워내죠. 페이팔(Paypal)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경영권 다툼 속에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는데요. 얼마 후 페이팔은 이베이에 15억 달러(1조 6천억)에 매각되고, 이 기업인수로 인해 당시 페이팔 주식의 12%를 보유하고 있던 일론 머스크는 1억 7천만 달러, 약 1,800억 원이라는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말이죠. 


화성으로의 꿈, 스페이스 X 설립

억만장자가 된 일론 머스크는 하지만 자신의 삶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이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꿈꾸어 오던 인간의 화성 이주를 위해 2002년 스페이스 X라는 회사를 세우게 되죠. 사람을 실어 나르는 유인 로켓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거의 손을 놓고 있던 미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저렴한 왕복로켓 개발에 직접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 역사상 최초로 발사했던 로켓을 재발사하는 데 성공합니다.

로켓 발사 모습 / 사진=스페이스 X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다

스페이스 X는 어쨌든 엄청난 비용이 드는, 당장 수익을 발생시킬 수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화성행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기반이 필요했죠. 그런 그에게 전기차가 눈에 들어오는데 전기차는 단순히 자본마련을 위한 관심만은 아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작은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창업한 마틴 에버하드, 그리고 제프리 스트라우벨 등과 환경 문제에 뜻을 같이한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엔지니어링에 대한 경험이 없던 테슬라는 로터스와 공동개발로 만든 첫 모델 로드스터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온전히 테슬라만의 기술이 반영된 모델 S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모델 S는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점을 깬 것은 물론 지금의 테슬라를 만든 일등공신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델 S와 포즈를 취한 일론 머스크 / 사진=위키피디아, Maurizio Pesce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에 투자하다

일론 머스크는 2006년 사촌들이 운영하던 솔라시티라는 태양광 패널 회사에 다시 투자하며 이사회 의장의 자리에 오릅니다. 석유나 석탄이 아닌,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를 이용해 테슬라의 전기차가 움직이게 하는 것, 일론 머스크가 꿈꾸던 일이었습니다.


스페이스 X와 솔라시티는 모두 큰 이익을 아직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에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들이기도 합니다. 테슬라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회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업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 7월부터 순차적으로 판매에 들어가는 모델 3는 성공해야만 합니다. 모델 3는 일론 머스크에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자동차가 될지도 모릅니다.


모델 3는 성공해야만 한다

모델 3 / 사진출처=테슬라 홈페이지

모델 S는 1억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 세단으로, 자동차의 애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테슬라의 혁신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테슬라에 대한 관심과 호감, 그리고 기대치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죠. 하지만 1억이 훌쩍 넘는 자동차만으로 전기차 생태계를 주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전략은 이랬습니다. 고가 모델을 통해 기반을 마련한 다음 대중적 전기차를 내놓아 엔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모델 S와 SUV 모델 X 등을 통해 틀을 다진 테슬라는 중형차 가격의 전기차 '모델 3'를 통해 판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지는 실제 풍성한 열매로 돌아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373,000건의 사전 예약이 이뤄졌다고 하죠. 금액으로만 봐도 15조가 넘으며 지금까지 테슬라가 판매한 모든 차의 판매대수인 약 20만 대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물론 선주문이 모두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 봐선 주문량을 생산이 제대로 받쳐줄지를 걱정해야 할 듯싶습니다.


모델 3는 성능을 떠나 그 등장 자체로 이미 기존의 자동차 업계들에겐 커다란 충격입니다.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미국, 아시아,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 그 기득권자들은 이미 테슬라에 전기차 시장을 선점당했고, 첨단융합, 친환경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테슬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력한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과 맞물려 만약 모델 3가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고 안착하게 된다면, 더는 전기차가 막연한 미래의 탈 것에만 머물지 않게 됩니다. 경쟁은 훨신 치열해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자동차 산업은 보다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어 가게 될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바라는 판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일론 머스크의 합리적 경영 전략

또 한 가지 모델 3를 기대하게 하는 것은 전략 때문입니다. IT업계에서 출발한 일론 머스크였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오랜 시간 경험과 기술을 쌓아온 전문 인력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곳곳에 배치해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IT의 조화를 꾀했습니다. 과감하게 해외 기술 기업을 사들이기도 하는 등, 투자에도 소홀하지 않았죠. 소음, 충전, 디자인, 안전 등, 어느 한 부분도 대충 넘기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경영방식은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안겨줬습니다.


더욱이 모델 S와 모델 X를 통해 테슬라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모델 3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델 3가 성공해 그의 계획대로 1년에 50만 대씩 팔려나갈 수만 있다면, 스페이스 X와 솔라시티는 안정적으로, 더 과감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델 S 실내 / 사진=테슬라


방심은 금물

모델 3는 현재 도로 테스트를 하는 등 마지막 점검에 한창입니다. BMW 3시리즈 등과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보조금 지금 등을 통해 4000만 원 수준의 차 가격은 한국에서도 3000만 원 수준으로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가격 혜택 대상인 테슬라 전기차, 당연히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에겐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공격은 시작됐습니다.


GM은 볼트라는 가성비 높은 경쟁자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 본격 나서고 있죠. 또한 르노와 닛산도 오래전부터 전기차를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독일 제조사들도 모델 3와 맞대결을 펼칠 전기차를 속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선점은 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테슬라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 그런 엄청난 경쟁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 자율주행에 너무 심취해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맹신하는 모습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안전을 중요시한다는 테슬라의 이미지와 맞지 않습니다. 기술은 안전이라는 바탕 위에서 신뢰를 통해 자리잡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석유 산업과 전통적 자동차 산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입니다. 이 부분도 테슬라에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보다 더 원대한 꿈

로켓 발사장에서 오바마와 함께 / 사진=위키피디아

수많은 고비,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지금까지 온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모델 3에 대한 높은 기대가 포드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회사로 만들었지만 한 번 잘못 삐끗해도 쉬이 무너질 수 있는, 아직은 모래성과 같은 가치입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개의치 않는 눈치네요. 시속 1,200km/h 수준의 속도를 자랑하는 진공 터널 하이퍼루프 계획도 실제 계속 진행되고 있고, L.A 교통체증에 화가 나 지하에 9km 거리의 터널을 뚫을 거라는 얘기도 트위터를 통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더 원대한 꿈을 단 한 순간도 꺾지 않고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5년에 달에 여행객을 보낼 로켓 발사 계획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깨끗한 지구 만들기 계획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들이 망상이니, 말도 안 되는 꿈이라느니 하며 비판할 때도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소망은 모델 3의 성공을 통해 한 발 더 구체화할 것입니다. 화성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일론 머스크의 소원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요?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돈을 목표로 뛰지 않고, 기술혁신을 통한 인류 미래 구원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품고 달려가는 그가 토니 스타크보다 더 멋진 현실의 주인공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