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뚫은 EU,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도 필터 달기로

지난 주 화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2018년부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 차량에도 미립자 필터(Particulate Filter)를 장착하게 한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그간 말이 많았던 가솔린 미립자 필터(GPF) 시대가 공식적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DPF / 사진=BMW

미세먼지, 디젤 해결하자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말썽

자동차 배출가스 중 시커멓게 뿜어지는 분진, 그러니까 미세먼지는 디젤 자동차 문제로만 인식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DPF를 달았고 대부분 디젤차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솔린 자동차에 직분사 엔진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죠. 오히려 직분사 엔진 차량에서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직분사 엔진은 실린더 안으로 직접 고압의 연료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양의 공기를 흡입해 압축비를 높여 엔진 효율성이 좋아지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힘과 연비, 그리고 배출가스 등에서 효과가 나타났죠. 하지만 이런 장점에 취한 나머지 정작 사람과 환경에 해가 되는 미세먼지 문제는 애써 외면했습니다.

직분사 엔진 실린더 단면도 / 사진=다임러

그런데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진 후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가 표면 위로 곳곳에서 올라왔고, 자연스럽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문제도 함께 딸려 나오게 됐습니다. 여러 데이터를 통해 직분사 엔진을 통해 분진이 많이 나온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11개 직분사 엔진 중 10개 신연비측정법 기준 초과

가장 최근 공개된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 자료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11대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자동차를 2017년 가을부터 실시되는 새로운 연비측정법에 따라 측정했더니 이 중 1개 모델을 제외하고 10개의 모델에서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붉은 박스 안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결과 /자료=아데아체


제조사와 정부의 미온적 태도

이처럼 꾸준히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과다배출 문제가 지적되었고 개선이 요구됐지만 어쩐 일인이 해결 의지는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제조사들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미세먼지 필터를 달지 않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또 독일 연방 정부 내에서도 제조사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내부적으로 필터 장착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EU 집행위원회의 다수결 표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제조사들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필터 장착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비용 상승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필터는 개발해 장착하기까지 생산 단가가 늘어나고 이는 판매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라면 역시 성능 저하를 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특히 고마력 고성능 자동차의 경우 필터로 인해 힘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신형 티구안 1.4 TSI와 함께 아우디 신형 A5 2.0 TFSI는 가솔린 분진 필터(GPF)를 장착하고 있다 / 사진=아우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로비

그래도 EU는 원래 계획대로 가고 싶어 해

하지만 이런 제조사의 저항에도 2018년부터 새로 출시되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 차량은 모두 GPF를 달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럽에 수출하는 자동차 역시 필터를 달아야만 하고 우리나라 역시 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금도 제조사들은 필터 장착 기간을 어떻게 해서든 늦추고 싶어 합니다. 만약 기간이 안 된다면 필터의 기능이라도 양보를 받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요.

슈피겔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직경 23 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걸러낼 수 있는 미세먼지 필터를 원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그보다 작은 7 마이크로미터까지 필터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가솔린 미세먼지 필터의 장착부터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필터의 규격 문제까지, 제조사와 EU 사이에 입장차이가 꽤 커 보입니다.

워낙 강력하게 로비를 펼치는 게 자동차 업계인지라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미 폴크스바겐 그룹이 자발적으로 가솔린 미세먼지 필터 장착을 늘려가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저항 동력은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쪼록 건강과 환경 모두를 위해서라도 가솔린 직분사 엔진 차량에 대한 미세먼지 필터 장착 문제가 더는 미뤄지고 방해받지 않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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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fono1.tistory.com BlogIcon cfono1 2016.12.26 14:05 신고

    점점 더 미세먼지는 디젤의 문제가 아니라 직분사라는 방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회에 디젤이냐 가솔린이냐가 아니라 애초에 근본적인 문제였던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미세먼지는 내연기관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말씀처럼 환경과 대기오염이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고 저도 생각해요. 그래야 제대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 akii 2016.12.26 14:36 신고

    이런 사태로 가게 된다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더욱 호황을 맞게 될꺼 같은데,
    문득 하이브리드에 사용되는 엔진들도 필터 장착에 예외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내요

  • 업자3 2016.12.29 08:59 신고

    배기에서 직접 나오는 카본 성분이 주 인 1차 미세먼지와 NOx의 광화학 반응으로 형성되는 2차 미세먼지가 있는데요,
    DPF 장착 디젤에서는 1차 미세먼지는 문제가 안 됩니다. 본문 시험결과와 같이 가솔린 직분사가 엄청난 수의 미세먼지를 내 뿜습니다. 2차 미세먼지는 NOx가 많이 배출되는 디젤의 기여도가 높겠지만 NOx 가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과정에 HC가 개입을 합니다. 그런데 HC는 또 가솔린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죠.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이 독박 쓴 분위기에서 이제 균형을 찾아가는 것 같네요. 직분 가솔린을 눈감고 넘어갔다가는 제2의 폭바사태가 올 것이 뻔하니까요. 디젤 NOx 문제도 오래전부터 지적이 되어 오다가 터진 것이고, 가솔린 직분 문제도 이슈된지 오래 되었거든요. 그래서 PN 규제도 도입 된 것인데.. RDE로 측정한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그 정도에 대한 부분입니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게 정확하게 증명되지 못했고, 정부 발표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기도 하거든요. 독일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언급 내용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다만, 질소산화물 그 자체가 주는 인체의 유해함은 늘 독일 등에서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직분사 엔진에 대한 정부의 빠른 대응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겉보리 2016.12.30 01:45 신고

    특정 기업의 이윤이 아닌 국민 전체의 건강과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정부가 되면 좋겠습니다.
    유럽의 경우 어렵게나마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군요.

  • 프로메테우스 2016.12.30 23:35 신고

    미세먼지 크기 단위가 "나노 미터"가 아닌 "마이크로 미터"단위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7nm는 너무 작은 크기 입니다.

    • 어, 그러고 보니 100나노미터가 초미세먼지 기준으로 알고 있는데 7이면;; 제가 잘못 적은 모양이네요.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동키호테 2017.02.25 05:29 신고

    쫌 있으면 전기차 세상인데 걍 대충 가면 안될까요?
    왠지 커다란 손에 조종 당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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