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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 무엇이 다르나

기아 스팅어가 화제입니다. 한국산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뒷바퀴 굴림 고급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 게 아닌가 싶은데요.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디젤 배기가스 조작 프로그램 적발 소식과 르노의 프랑스 검찰 재조사 등, 제2의 디젤 게이트 의혹 후폭풍마저 한국을 비껴가게 했습니다.

해외 매체들, 그리고 네티즌들도 스팅어 스타일과 성능에 대해 대체로 좋은 평가를 했죠. 이쯤 되면 현대차의 전략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같은 플랫폼을 통해 나오게 될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는 어떠한 차이를 보여줄까요? 한 지붕 아래에서 자칫 서로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요? 지금까지 확인된 스팅어와 G70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모터쇼에서 주목을 받은 스팅어 / 사진=기아


스팅어는 4도어 쿠페형, G70은 콤팩트 세단형

우선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지향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스팅어는 4도어 쿠페, 그중에서도 독일의 BMW 4시리즈 그란쿠페와 아우디 A5 스포츠백이 타겟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네시스 브랜드로 나올 D세그먼트(중형) G70은 BMW 3시리즈, 아우디 A4와 메르세데스 C클래스 등이 비교 대상입니다.

더 직접적이게는 BMW 3시리즈와 4시리즈 그란쿠페를 롤모델로 삼고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륜 D세그먼트 스포츠 세단에서는 BMW가 현재 가장 우수한 주행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현대가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스팅어와 G70의 이런 차이를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알리는 마케팅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기아 고급 후륜 스포츠세단 타겟이 됐던 3시리즈 / 사진=BMW


형태와 크기도 달라

스팅어는 콤팩트한 편입니다. 높이만 빼면 전장과 전고 등에서 K5보다 작죠. 하지만 휠베이스는 더 긴 편입니다. 스팅어가 경쟁하고 싶어하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나 아우디 A5 스포츠백보다 전장에서 더 깁니다. 

기아 스팅어 

전장 4831mm / 전폭 1,870mm / 전고 1,400mm / 휠베이스 2,906mm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전장 4,638mm / 전폭 1,825mm / 전고 1,389mm / 휠베이스 2,810mm


아우디 A5 스포츠백 (신형 기준) 

전장 4,733mm / 전폭 1,843mm / 전고 1,386mm / 휠베이스 2,824mm

전장과 전폭 및 휠베이스는 스팅어가 더 길고 넓습니다. 대신 그란쿠페와 스포츠백은 높이가 더 낮습니다. 스팅어는 아무래도 편안한 실내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아 스팅어가 경쟁 모델보다 덩치가 큰 것과는 달리 스팅어와 같은 엔진을 쓸 제네시스 G70은 스팅어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3시리즈와 크기에서 차이를 많이 두지 않겠다는 뜻인데요.

이처럼 G70이 더 콤팩트하게 나오는 이유는 스팅어가 주행성능과 편안함을 함께 고려한 모델이라면 G70은 편안함보다 주행성에 더 비중을 뒀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차체 크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낫겠죠. 현대 연구소는 3시리즈가 4시리즈 그란쿠페보다 움직임이 가볍고 훨씬 스포티하다고 분석했고, 결국 날렵한 주행감을 위해서는 크기를 스팅어보다 작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스팅어가 경쟁하고자 하는 A5 스포츠백 / 사진=아우디


기아도 고급 브랜드 만드나?

이번 스팅어 공개로 인해 기아가 고급 브랜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죠. 우선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나온 고급 후륜 스포츠 세단입니다. G70이 쏘나타와 다를 수밖에 없듯, 스팅어 역시 K5와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대 제네시스처럼 고급 브랜드를 공개하며 동시에 스팅어를 선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 가지 예로, 현대가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판매 초반에 현대 로고를 붙였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제네시스 로고를 그대로 사용했죠. 기아 스팅어 역시 이런 전략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기아 측에서 밝힌 부분은 아니지만 조만간 확인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아 관계자는 당장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는 건 아니며, 고급차 라인업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해줬습니다.) 

미국 판매용 G80의 현대 로고 /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판매용 G80의 제네시스 로고 / 사진=현대자동차

어려운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남양연구소에서 G70과 스팅어를 내놓기 위해 기술적으로 굉장히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3사의 D세그먼트와 경쟁하는 것이라고 해봐야 재규어 XE, 렉서스 IS, 인피니티 Q50, 캐딜락 ATS 정도 외에는 없는 상황에서 늦게 이 시장에 참여해 경쟁한다는 것은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죠.

특히 이런 고급 차 시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성능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G70과 스팅어가 이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특히 독일 프리미엄 3사 브랜드에 더 민감한 유럽 시장과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해집니다.

2015년 공개했던 비전 G 쿠페 콘셉트카 / 사진=현대자동차


스팅어에 대한 독일 매체의 긍정 평가

스팅어의 경우 지난 12월 현대가 미국과 독일의 유력 자동차 매체 기자들을 초청해 미리 차를 시승시킨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온 얘기는 성능과 디자인에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죠. 아우토빌트의 경우 발란스와 조향감 등, 전반적으로 성능에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또 아우토빌트는 가격 면에서도 스팅어가 A5와 비교해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운전 재미와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긍정 평가를 내렸습니다. 물론 예상 가격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고, 또 가격(과 보증기간)으로 여러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반응을 보면 현대와 기아가 탈 만한, 그리고 경쟁이 될 만한 스포츠 후륜 세단을 내놓았다는 점만큼은 인정해도 될 거 같습니다.

아우토빌트 스팅어 기사

문제는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이냐는 점인데요. 특히 유럽에서 거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제네시스는 G70을 통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인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기아 역시 스팅어를 올 연말쯤 유럽에 판매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G70과의 이미지 중복을 어떻게 피할지,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할지 등, 역시 여러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시장에 뛰어든 만큼, 많이 배우고 많이 얻어갔으면 합니다.

끝으로 부탁을 하나 하자면, 스팅어와 G70 정도면 멋진 D컷 타입의 스티어링 휠을 적용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BMW가 운전대 타입을 세 가지로 나눠 차이를 두고 고급스러움을 높인 것처럼, 기아와 현대도 고급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모델에 이런 정도는 반영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기대해 보겠습니다.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