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잘 나가는 기아 쏘울, 독일에서는 왜?

얼마 전 기사를 통해 기아자동차의 미국 시장 성적을 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아 모델이 쏘울이라 대목이었는데요. 12월 판매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13만 대가 넘은 판매량을 보여 K5를 따돌렸더군요. 미국 내 소형 SUV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눈에 띄었습니다.

이 밖에 쏘울 관련한 기사에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선전 중...'이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 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상적인 TV 광고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 거기에 독특한 컨셉트가 어울려 10대부터 20대 등, 주로 젊은 미국인들에게 어필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같은 자동차가 유럽, 그중에서도 자동차 친화적인 독일에서는 성과를 못내고 있습니다. 쏘울이 미국과 달리 왜 독일에서 힘을 못 쓰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쏘울 / 사진=기아자동차


쏘울의 확실한 대체자들이 있다

쏘울은 CUV라 부르죠. 크로스오버, 말 그대로 정확하게 어떤 한 가지 형태를 보이지 않고 다양한 컨셉을 담고 있는 자동차를 뜻합니다. 쏘울의 경우 경쟁 모델로는 주로 소형 밴, 그러니까 다목적 차량 (MPV)들과 얘기가 됩니다. 실용성 측면에선 미니밴과 경쟁하고, 주행성능 등에서는 닛산 쥬크나 미니 컨트리맨까지 비교테스트 되기도 하죠.

그런데 유럽 시장에서 쏘울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기아의 벤가와 벤가를 베이스로 한 현대 iX20 등이 그것인데요. 특히 벤가와 iX20의 경우 쏘울과 달리 유럽 현지에서 만들어져 디젤 모델의 경우 가격 경쟁력 등에서도 우위에 있었습니다.

벤가 / 사진=기아자동차

공간으로 보자면 전체적인 크기는 벤가보다 쏘울이 더 큽니다. 하지만 앞뒤 오버행이 긴 쏘울이 휠베이스에서 벤가보다 밀린다는 점, 그리고 유럽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트렁크 구조나 용량이 벤가 등에 못 미친다는 점도 실용성을 추구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벤가나 iX20를 더 선택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16년 1월~11월까지 독일 내 판매량

현대 iX20 : 6,712대

기아 벤가 : 4,108대

기아 쏘울 : 2,828대

그나마 기아 쏘울이 이 정도 팔린 것도 40 %가까이 차지하는 쏘울 EV 덕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정리를 해보면, 쏘울을 놓고 실용성 있는 차라는 얘기가 있지만 적어도 유럽에서는 오펠 메리바나 시트로엥 C3 피카소, 그리고 현대 iX20와 벤가 등에 실용성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또 주행성능의 경우 경쟁차인 닛산 쥬크나 미니 컨트리맨 등에 조금 모자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죠. 쥬크의 같은 기간 판매량(7,887대)만 봐도 쏘울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최근 기아가 204마력의 쏘울 터보를 유럽에서도 판매하고 있는데 쥬크 역시 비슷한 마력 대에 두 가지 트림을 갖고 있고 190마력의 경쟁 트림의 경우 가격까지 훨씬 저렴합니다. 

만약 이런 형태에서 고급스러움을 원한다면 미니 컨트리맨 쿠퍼 앞바퀴 굴림이나 네바퀴 굴림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실용성에서도, 그리고 성능과 고급스러움에서도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쏘울 터보 / 사진=기아자동차


박스카? 유럽에서 안 통해

두 번째 부진의 이유를 든다면 역시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디자인 그 자체로만 보면 쏘울은 분명 유니크한 면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하지만 박스카에 대해 유럽 소비자들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본 박스카들을 자동차가 아닌 장난감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판매 역시 거의 안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확실히 박스카는 유럽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아차도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이미 CUV가 아닌 SUV로 쏘울을 새롭게 정의하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하지만 이미 쏘울이 박스카로 각인된 소비자들에게 이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유럽에서 아예 이런 형태의 자동차가 없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SUV로 분류되고 있는 스코다 예티죠.

예티 / 사진=스코다

하지만 예티는 이 급에서 지존과 같은 모델입니다. 2009년부터 판매가 시작됐고 아직 세대교체도 안 된 자동차이지만 여전히 예티는 독일에서 높은 판매량 (11월까지 총 19,073대)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륜이든 전륜이든 실용성과 성능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고, 가격 경쟁력 또한 좋습니다. 

그런데 예티조차 형태에 대해선 아쉬운 지적이 많았죠. 그래서 곧 새로 나올 2세대부터는 요즘 SUV의 흐름에 충실한 형태로 바뀔 예정이라 합니다. 따라서 박스카라는 이미지를 벗지 않고서는 쏘울의 유럽 내 판매 성장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변수라면 쏘울 EV인데, 아예 유럽에서 전기차로 쏘울을 인식시키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쏘울 EV / 사진=기아자동차

쏘울은 기아자동차가 예전부터 시도해온 새로운 도전이라는 그 DNA를 갖고 탄생한 차라 생각합니다. 상당히 신선한 도전이었죠. 그래서 쏘울이 어떤 형태로든 그 도전을 잘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유럽에서는 실용성을 보강하든 아니면 주행 능력을 키우든, 어느 한쪽에서 분명한 자기 색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MINI와 블라인드 비교 테스트 같은 의미 없는 이벤트 하지 말고, 쏘울만이 보여줄 수 있고 담아낼 수 있는 자기 색깔 위에, 실용성이든 달리기 성능이든 어느 한 부분을 분명히 더한다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워낙 잘 팔린다니 저의 이런 의견이 귀에 잘 들리진 않을 텐데요. 그래도 더 성장하기 위해 쏘울에 필요한 게 무언지, 기아가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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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다? 2017.01.06 08:10 신고

    피아트판다 박스처럼 보이는데..엄청 잘 팔리더라구요...

    • 판다를 박스카로 보기는 좀 그렇고요. 피아트를 대표하는 소형 모델이라 기본 판매는 하지 않나 싶네요. 소형 해치백임에도 사륜모델도 있죠. 유명한 차입니다. ^^

  • 폴로 2017.01.06 14:04 신고

    쏘울은 한국에서도 판매량이 참 적죠,,
    예전에 쏘울 광고가 기억이 나는데요. 다람쥐 탈을 쓰고 나와서 춤 추고 막 그랬는데,,
    저는 이게 쏘울이라는 자동차와 뭐가 어울리는 건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허허.

    • 미국은 굉장히 많이 팔리더라고요. 고등학생들이 등교할 때 많이 타는 차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하모니 2017.01.11 10:46 신고

      그 다람쥐 광고가 미국에서 완전 대박처서 쏘울이 잘팔리는건데..

  • 깨어나요슈미형 2017.01.06 17:41 신고

    ix & 쏘울..
    수소차로 집중 육성했으면 합니다..

  • 방구석훼인 2017.01.07 01:23 신고

    개인적으로는 1. 지상고는 유지하거나 조금 높이면서 루프 높이를 조금 낮춘다(좀더 납작하게) 2. 트렁크 부분을 뒤로 늘린다 3. 후륜엔 하이브리드 4륜 시스템을 더한다. 1,2,3 을 모두 합해서 현대기아차에는 없는 cuv+웨건 올트랙 형태도 보고 싶긴한데 이러면 기존 쏘울 정체성이 무너지고 가격까지 올라서 그냥 다른차가 되어버리 겠네요.

    • ㅎㅎ 말씀처럼 하면 정말 다른 차가 되겠는데요?

    • car0203 2017.01.14 19:34 신고

      쏘울을 쌍용의 코란도나 티볼리처럼 하나의 "브랜드"처럼 운영해서, 위에서 말씀하신 차량을 부가 라인업으로 추가하는 건 어떨까싶기도 합니다. "쏘울"을 일종의 (독자적인)라이프스타일 소형차의 서브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 허허 2017.01.08 18:32 신고

    독일에선 어떤 제품이건 귀여운 컨셉 자체가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귀여운 캐릭터나 패션 아이템이 성공을 거둔 케이스가 있었나요? 제 기억엔 없는데. ㅎㅎㅎ

    • 꼭 그런 건 아니죠. 비틀 보세요. 또 르노 트윙고 등도 그렇고. 의외로 귀여운 모델들 인기 많습니다. 박스카 형태가 인기가 없다고 봐야할 거 같아요.

    • 허허 2017.01.10 06:14 신고

      귀엽다는 이미지를 하나로 정의하긴 참 어려운데요... 확실한건 비틀, 500, 미니, 트윙고 등의 귀여움과 소울의 귀여움은 다릅니다. ㅎㅎㅎ
      말씀하신대로 박스카라는 종류 자체가 귀엽기만 하고 카리스마는 없는 차이기에 그렇기도 하겠네요. ^^

  • 하앍 2017.01.09 14:08 신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기아가) 착각하는게 미국에서의 성공으로 타국가의 성공을 기대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기아입장에서는 자신감이 생기는 좋은 일이지만 그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하지 못해서 벌어진 촌극입니다. 쏘울이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미국 특유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입니다. 미국은 땅이 넓다보니 대부분의 가정에서 세컨카 개념이 큽니다. (혹은 써드카) 중형, 대형 세단이나 SUV를 갖고있는 중산층이 남편의 출근 후 주부들의 세컨카 개념으로 쏘울을 많이 구매합니다. 이유는...

    1. 가격이 참 쌉니다.
    미국에서 일단 기본가격이 싼데다가 딜러 할인이 엄청납니다.

    2. 이렇다할 경쟁자 없음
    사실 미국에서 박스카 시장을 만든 제품은 지금은 없어진 도요타 브랜드인 사이언 Bx 였습니다. 물론 닛산의 큐브가 선구자적이었지만 큐브도 Bx 이후에나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싸이언이 초기에 젊은층 위주로 인기를 늘리다가 지난해 단종을 했습니다. 이유가 젊은 브랜드로 키웠는데 구매자 평균나이가 40대 이상이었지요. 이말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세컨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이중에 쏘울도 포함이구요. Bx대비 가격이 싸서 많이 팔렸던겁니다.

    3. 그냥 막굴리기 부담없다.
    사실 세컨카는 부담없는 차를 선호합니다. 세컨카로 오픈카나 스포츠카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싱글이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써드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죠. 즉 가격도 괜찮고 실내공간 꽤 나와서 애들 등하교와 장보기에 무난하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많이 팔리는 것임에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미국이란 선진시장에 비해 자동차 문화가 덜발달해서 덜팔린다는둥 가지가지 변명을 붙입니다.
    다시말하자면 쏘울이 미국에서 잘팔리는 이유는 스타일리쉬해서도 아니고 이쁜디자인이라서도 아닙니다.
    그냥 싸고 실용적이고 막굴리기에 좋은 세컨카이기 때문입니다.

    • 상세하게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렴하고, 학생들이 많이 사는 세컨카나 서드카인 경우도 많은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가격이 싸다고 해서 꼭 많이 팔리는 건 아닌 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겉보리 2017.01.09 21:27 신고

    분명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선호도가 많이 갈리기도 할 것 같습니다.

    • 저는 쏘울을 개발해 그걸 양산으로 이뤄낸 과정 그 자체는 좋게 봅니다. 다만 유럽 싲아의 특성과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일 텐데요. 쏘울 유럽형으로 해서 변화를 줘 보는 것도 좋겠지만 생산 문제 등, 쉽지는 않을 거로 보여지네요.

  • 지나가다 2017.05.25 03:56 신고

    그런데 미국에서는 미니와의 비교테스트 같은 말도 안되는 짓은 안 하잖아요.
    어디까지나 개념없는 국내 마케팅팀이 한 짓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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