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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이게 되네?' 노르웨이의 놀라운 자동차 시장 상황

노르웨이의 자동차 시장은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 자동차 판매 상황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죠. 전기차 때문입니다. 최근 이와 관련해서 상당히 놀랄 만한, 의미 있는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사진=노르웨이전기차협회

 

노르웨이 자동차청(OFV)이 밝힌 지난 3월 신차 판매량은 19,366대였습니다. 우리나라 월간 신차 판매량( 3월 14 814)과 비교하면 대략 1/7 수준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내용은 총량이 아닌, 전체 판매된 신차 중 무공해 자동차, 그러니까 전기차로 분류된 자동차의 판매량이 16,811대나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전체 판매 신차의 86.8%가 전기차였던 겁니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20.2%나 늘어난 것이었고, 노르웨이에서 전기차가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월간 판매량으로 넓혀봐도 전기차 판매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달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기간 가솔린 자동차 판매량은 196대였는데 비중으로 따지면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역대 가장 낮은 비중이라며 노르웨이 당국도 이 점을 의미 있게 소개했습니다.

 

디젤 자동차도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판매 비중은 고작 1.7%,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비중은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 이상 줄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등록된 신형 승용차의 평균 CO2 배출량도 놀라웠는데요. 고작 12.4g/km밖에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유럽 기준으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km를 여전히 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노르웨이 결과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슬로 주차장을 가득 채운 전기차들 (2019년) / 사진=llja C. Handel

 

이처럼 전기차 비중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테슬로 모델 Y인데요. 노르웨이에서 3월 한 달 모델 Y의 판매량은 7,445대로 무려 전체 판매 전기차의 44.3%에 해당하는 결과였습니다. 모델 3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과거 모델 3가 누리던 영광을 모델 Y가 빠르게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월 노르웨이 전기차 판매 TOP 10 (자료=OFV)

1 : 테슬라 모델 Y (7,445)

2 : 토요타 bZ4X (1,076)

3 : 볼보 XC40 (933)

4 : 폴크스바겐 ID.4 (675)

5 : 폴크스바겐 ID.4 (603)

6 : 테슬라 모델 3 (454)

7 : 닛산 리프 (434)

8 : 포드 머스탱 마하-E (413)

9 : 스코다 엔야크 (360)

10 : 푸조 208 (335)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안에 전기 신차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거나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와 내년까지만 엔진 차 판매가 이뤄진다는 얘깁니다.

 

이 결정은 2016년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만 하더라도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2016년만 해도 전기차 판매량은 세계적으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인프라 구축도 지금과 비교해도 많이 뒤처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세계 5위 석유 수출국 노르웨이는 199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대를 준비했습니다. 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충분히 전기차로 전환이 2025년까지 가능하다고 봤던 겁니다. 이런 전환을 위한 세제 혜택이나 다양한 전기차 특혜를 주면서 판매를 늘려왔고, 보셨듯 지난 3월 놀라운 판매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사진=노르웨이전기차협회

 

자동차 시장 자체가 작다는 점, 그리고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없다는 점 등은 이런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노르웨이 도로 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또 이런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노르웨이에서 엔진 자동차를 세일즈할 기간은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5년부터 내연기관 판매 금지가 이뤄지면 많은 나라가 자극을 받을 겁니다. 쉽게 말해 전기차 중심의 이동성 사회가 현실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노르웨이를 통해 실감하게 될 것이란 얘기죠. 그리고 이후 그려질 노르웨이 도로 풍경을  통해 미래 전기차 문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모두가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