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골프 왕좌에서 내려오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유럽 신차 시장의 골프 전성시대는 이제 막을 내린 걸까요?”


최근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인 JATO 다이내믹스가 유럽에서 지난해 많이 팔린 자동차, 그리고 브랜드 순위를 공개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폴크스바겐 골프가 판매 순위 1위 자리를 14년 만에 내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밀려났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2022년 유럽 신차 판매량
JATO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30개국 (EU 26개국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에서 팔린 신차는 총 11,309,310대였습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4.1% 감소한 결과였고,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기관은 코로나 팬데믹, 반도체 부족,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19년 판매량이 1600만 대에 수준이었으니 정말 많이 쪼그라들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들의 유럽 시장 공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2021년에 66,100대를 유럽 30개 국가에서 판매된 중국차는 지난해 154,200대까지 늘었습니다. 일본 브랜드 마쯔다, 스즈키는 물론 재규어랜드로버 그룹의 판매량까지 뛰어넘는 결과였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별 판매 순위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럽 30개 국가의 2022년 신차 판매 상위 20개 브랜드 (자료=JATO 다이내믹스)
1위 : 폴크스바겐 (1,198,926대, 전년 대비 6% 감소)
2위 : 토요타 (766,227대, 전년 대비 8% 증가)
3위 : 메르세데스 (647,889대, 전년 대비 1% 증가)
4위 : BMW (646,526대, 전년 대비 5% 감소)
5위 : 푸조 (623,825대, 전년 대비 15% 감소)
6위 : 아우디 (614,276대, 전년 대비 3% 증가)
7위 : 르노 (584,804대, 전년 대비 14% 감소)
8위 : 포드 (548, 045대, 전년 대비 1% 감소)
9위 : 스코다 (538, 003대, 전년 대비 9% 감소)
10위 : 기아 (537,508대, 전년 대비 7% 증가)
11위 : 현대차 (515,582대, 전년 대비 0%)
12위 : 다치아 (475,013대, 전년 대비 16% 증가)
13위 : 오펠/복스홀 (429,808대, 전년 대비 12% 감소)
14위 : 피아트 (384,611대, 전년 대비 15% 감소)
15위 : 시트로엥 (378,597대, 전년 대비 16% 감소)
16위 : 볼보 (247,152대, 전년 대비 15% 감소)
17위 : 닛산 (237,650대, 전년 대비 5% 감소)
18위 : 테슬라 (233,307대, 전년 대비 38% 증가)
19위 : 세아트 (204,021대, 전년 대비 38% 감소)
20위 : 미니 (171,616대, 전년 대비 3% 감소)

사진=VW


폴크스바겐은 전년과 비교해 판매 대수가 줄었으나 여전히 유럽에서 연간 1백만 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1위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2위였던 푸조가 5위로 내려앉으며 그 자리를 토요타가 차지했고, 기아와 현대의 경우 2021년에 순위와 2022년 순위가 바뀌는 등,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다만 르노 계열사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 성장세가 엄청나서 2023년에는 현대와 기아가 자칫 다치아에 밀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슬라죠. 무려 38%나 성장하는 등, 모델 Y를 앞세워 눈에 띄게 약진했습니다. 참고로 쌍용차는 16,146대(전년 대비 44% 증가)를 팔았고, 제네시스는 2,822대를 판매해 각각 39위와 47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모델 순위는 어땠을까요?

▶유럽 30개국 2022년 신차 모델별 판매 순위 TOP 20 (자료=JATO 다이내믹스)
1위 : 푸조 208 (206,816대)
2위 : 다치아 산데로 (200,550대)
3위 : 폴크스바겐 T-Roc (181,153대)
4위 : 피아트 (179,863대)
5위 : 폴크스바겐 골프 (177,203대)
6위 : 토요타 야리스 (175,713대)
7위 : 오펠 코르사 (164,358대)
8위 : 현대 투산 (150,803대)
9위 : 다치아 더스터 (149,648대)
10위 : 르노 클리오 (143,561대)
11위 : 시트로엥 C3 (143,358대)
12위 : 푸조 2008 (141,471대)
13위 : 테슬라 모델 Y (138,128대)
14위 : 기아 스포티지 (137,353대)
15위 : 토요타 야리스 크로스 (136,986대)
16위 : 포드 퓨마 (136,956대)
17위 : 르노 캡처 (135,284대)
18위 : 토요타 코롤라 (129,677대)
19위 : 포드 쿠가 (127,266대)
20위 : 피아트 판다 (124,952대)

푸조 2008 / 사진=푸조


푸조 B세그먼트 해치백 208이 지난해 ‘가장 많이 유럽에서 팔린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2021년에는 3위에 있었지만 1위였던 골프가 미끄러지면서 2위 산데로를 아슬아슬하게 따돌리며 정상에 섰습니다. 이로써 2007년부터 연속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골프는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1990년부터 따져봐도 골프는 1997년 피아트 푼토, 2006년 오펠 아스트라에 자리를 내주었을 뿐, 늘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208에 잠시 자리를 내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요? 뭐, 그렇게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젠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판매량 감소 폭이 너무 큽니다. 2021년에 비해 지난해 유럽에서 골프는 14%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하게 떠받치고 있던 독일에서 판매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독일에서 2022년 골프가 총 84,282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과 비교해 8.0% 줄어든 결과입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3년 동안 무려 58.8%나 줄었죠. 이 정도면 폭락이라고 해도 될 수준인데요. 골프는 한창때 독일에서만 연간 40만 대 이상이 팔렸습니다.

골프R / 사진-VW


그렇다면 이처럼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것은 SUV 인기입니다. 티구안 등장으로 골프 판매량 감소가 눈에 띄었고, 이후에 등장한 T-Roc이 결정적으로 골프 판매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실제 지난해 유럽 판매량을 봐도 티록은 골프를 따돌리고 유럽 순위 3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하나는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는 것인데요. 폴크스바겐 ID.3나 ID.4 등장은 골프 집중되었던 과거 시장 상황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신형 골프의 출시 지연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선 작업 등, 내부적인 문제로 골프는 소비자의 시선을 한 번에 잡아끌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한번 꺾인 분위기를 극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이고, 따라서 2023년에도 골프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골프는 여전히 좋은 차죠. 좋은 해치백입니다. 괜히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소비자의 취향도 그 변화에 따라 바뀌고 있습니다. SUV를 더 선호하고, 전기차가 계속 많이 팔려나갑니다. 폴크스바겐도 골프의 대안들을 이런 흐름 속에서 내놓고 강력하게 밀고 있습니다. 당연히 골프의 단단했던 인기가 힘을 잃는 것도 당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조금은 아쉽습니다. 참 좋아하는 자동차이니까요.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죠. 골프의 시대가 저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