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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 기록한 SUV들

"SUV가 빨라서 뭐에 쓰나요?" 예전에 다소 공격적인,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싶은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SUV는 높은 지상고 덕에 거친 길을 달리는 데 상대적으로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유리한 자동차죠. 또 이 지상고 덕에 운전자의 시야 확보도 상대적으로 더 좋습니다.

 

물론 공간 활용도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이죠. 차도 동급 세단이나 해치백에 비해 더 부피가 있다 보니 탑승자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요.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SUV는 분명한 단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세로 자리한 지 꽤 됐습니다.

 

, 다 아시듯 단점이라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과 주행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 승차감 등에서도 고급 세단 등에 비하면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다른 차들의 시야를 더 가리는 것, 연비가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것, 거기에 보행자 보호 능력도 떨어진다는 점 등이 꼽혔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마진이 더 좋은 SUV를 팔기 위해 그만큼 약점을 꾸준히 보완해 왔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목은 운전의 즐거움, 펀 드라이빙과는 거리가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는 SUV가 갖는 근본적 문제인지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따라서 SUV를 타면서 운전 재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SUV가 빨라서 뭐하겠냐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SUV가 실용성에 더해 운전하는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래서 나름 맛이 난다면, 이건 분명히 운전자에겐 좋은 일입니다. 운전이 (상대적으로) 즐겁다는 건, SUV가 주행 성능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는 뜻이고, 주행 안전성에서도 조금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로터스의 첫 전기 SUV 엘레트라 / 사진=로터스

 

섀시 세팅에 고민하고, 조향 능력을 더 날카롭게 다듬는 등, 제조사도 종류가 다양해지는 만큼 운전 성능까지 고려한 SUV를 내놓기 위한 투자와 연구를 했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요. 이런 SUV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간혹 보입니다. 오늘은 그런 것 중 아우토차이퉁이라는 독일 매체가 소개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가장 빠른 SUV는 어떤 것인지 소개한 기사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뉘르부르크링은 두 개의 서킷이 있죠. 그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곳은 20km짜리 노르트슐라이페입니다. 녹색지옥이라는 섬뜩한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서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주행 기술력을 뽐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보통 6분대에 들어오면 최고 수준의 결과를 보여줬다고 말하는데 과연 SUV는 어느 정도의 결과를 보여줬을까요?

 

10 : 포르쉐 마칸 터보

사진=포르쉐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로 400마력짜리 이 SUV는 노르트슐라이페를 한 바퀴 도는 데 8 27초가 걸렸습니다. 슈퍼 스포츠카들과 비교하긴 많이 부족하지만 SUV치고는 상당한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변경 후의 440마력 모델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합니다.

 

9 : BMW X6M

사진=BMW

 

2세대 X6M 10위 이름을 올린 마칸 터보보다 7초가 더 빨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8 20초가 되겠네요. 2.3톤이 넘는 무게에 0-100km/h 4.2. 무려 575마력의 출력을 자랑합니다.

 

8 :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사진=랜드로버

 

2015년 측정한 랩타임은 814. 출력은 550PS에 최고 시속 260km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7 : 포르쉐 카이엔 터보

사진=포르쉐

 

무려 10년 전인 2013년도에 측정한 랩타임이 8 13초였습니다. 당시엔 가장 빠른 양산 SUV였지만 지금은 7위까지 밀려 내려왔습니다. 쓰러져가던 포르쉐를 되살린 일등 공신 중 하나. 최고속도는 시속 278km였습니다.

 

6 : 포르쉐 카이엔 터보 S

사진=포르쉐

 

카이엔 터보를 밀어낸 것은 카이엔 터보 S였습니다. 2016년 독일의 대표적 드라이버 중 하나인 발터 뢸이 운전대를 잡았고 랩타임은 7 59초로 8분 벽을 깼습니다.

 

5 :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

사진=알파로메오

 

알파로메오가 만든 멋진 중형급 SUV 스텔비오. 그리고 이 스텔비오의 고성능 버전인 콰드리폴리오는 2017년 출시와 함께 카이엔 터보 S의 기록을 깹니다. 랩타임은 7 51. 2.9리터 V6 엔진이 만드는 출력은 510PS, 최고속도는 시속 283km입니다.

 

4 : 메르세데스 AMG GLC 63 S

사진=메르세데스

 

역시 스텔비오와 같은 중형급인 이 모델은 이탈리아 종마보다 2초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며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7 49)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와 같은 510마력이지만 엔진은 4리터 V8짜리가 들어갔습니다.

 

3 : 람보르기니 우루스

사진=람보르기니

 

메달권에 들어온 람보르기니의 첫 SUV인 우루스의 랩타임은 7 47. 최고출력 650PS, 최대토크 850Nm! 스펙만 압도적인 게 아니라 스타일도 압도하는 그런 모델이죠. (개인적으로는 불호의 스타일이긴 합니다만...) 최고속도는 시속 305km

 

2 : 아우디 RS Q8

사진=아우디

 

아우디 고성능 모델도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세웠습니다. 세운 정도가 아니라 무려 2위까지 올라갔는데요. 600마력의 스타일 좋은 SUV는 노르트슐라이페에서 랩타임 7 42초를 기록했습니다. 아우디가 거느리고 있는 람보르기니 우루스를 보기 좋게 따돌렸습니다.

 

1 :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사진=포르쉐

 

아우디산 SUV가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역시 같은 집안 경쟁모델인 포르쉐 카이엔이라는 벽을 넘기엔 조금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2021년 카이엔 터보 GT는 뉘르부르크링에서 7 39초로 SUV 랩타임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운전은 포르쉐 테스트 드라이버인 란스 케른이 했습니다. 640마력에 0-100km/h는 단 3.2! 섀시와 타이어, 그리고 차체의 공기역학 등까지 모두 개선되며 이룬 결과였다고 합니다.

 

어떠신가요 SUV도 이런 정도라면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슬랄롬 테스트 같은 것도 공개해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SUV의 핸들링부터 코너링까지 따져보는 그런 때가 오게 될지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