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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안전벨트를 죽음의 벨트로 만드는 악세사리

오늘 최근에 출시된 신형 모델 12 종류에 대한 유로충돌테스트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처음엔 어떤 차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알려드릴까 싶어 내용들을 읽다 보니 엉뚱하게도 안전벨트와 관련된 것에 시선이 꽂히고 말았네요. 우선 얘기가 나왔으니 테스트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에 노란 동그라미는 앞좌석 어른 보호 만족도이고, 파란색 원은 뒷좌석 어린이 보호 만족도, 녹색은 보행자, 마지막 보라색은 안전장비 만족도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다치아 로지를 제외하면 다 별 다섯 개죠. 다치아 측에선 9,990유로가 아니라 우리도 25,000유로를 받으면 별 다섯 개는 충족시킬 수 있다. 라고 반응을 보였다는데요. 뭐 암튼 다치아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니까 이쯤에서  넘기겠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준 모델이라고 하면 현대 싼타페와 오펠 모카입니다. 항목별로는 어른 보호는 모카가 35점으로 34점의 싼타페 보다 좋았고, 어린이 보호의 경우는 세아트 레온이 45점 (92%)로 가장 높았으며, 보행자 보호 점수는 73%인 스바루 포레스터가 제일 우수했습니다. 그리고, 안전장비의 경우인데요. 4개의 모델이 100% 만족을 시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전장비의 경우 충돌테스트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최고속도 제한 시스템, 차체자세 제어 장치(ESC, 한국에선 ESP VDC로도 많이 불리우죠?), 안전벨트 리마인더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여기저 안전벨트 리마인더라는 게 있는데, 안전벨트를 안 매면 경고등이나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얘기한다 보시면 됩니다.

 

싼타페의 안전장비 부분 만족도 86%와 오펠 모카가 100%  차이는 이 안전벨트 경고시스템의 차이에서 나타났습니다. 모카의 경우 보조석을 포함한 1열은 물론 뒷좌석 안전벨트까지 경고등이나 경고음 시스템이 적용이 된 반면, 싼타페는 뒷좌석엔 이 시스템이 빠져 있었던 거죠.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 않나 싶은데요. 기아 스포티지는 유로캡 테스트 시 이 부분이 적용돼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정작 놀라버린 건, 이 안전벨트 미착용 경보시스템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이상한 악세사리를 팔고 있다는 걸 알고나서였습니다. 이름은 '안전벨트 경고음 방지 클립'인데,  안전벨트 미착용 시 울리는 경보음을 막아주는 클립이더군요. 안전벨트 대신 끼워넣는 거라는 얘깁니다.

 

 

1. 안전벨트 경고음 제거 클립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것들인데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걸 말로 설명하자니 한계가 있어 부득이 이렇게 사진을 올렸는데, 혹시라도 이 사진의 저작권과 관련해 문제가 되거나 해당 제품 관련업체의 요구가 있을 시, 사진은 즉각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전 이해가 안 가더군요. '아니 꼭 이런 것까지 팔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가면 뭐 몸이 안 좋아 안전벨트를 할 수 없는 분이나 임산부, 혹은 잠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켜야 하는 분들의 경우에만 사용하라고 주의를 주고 있더군요. 하지만 그냥 안전벨트 매는 게 귀찮은 분들이 더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나라가 자동차 악세사리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할 겁니다. 없는 거 없어 보여요. 하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은 판매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귀찮아도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파는 분들이나 사는 분들 모두 조금만 생각을 좀 해주셨음 좋겠구요. 이런 걸 구매해 벨트 대신 꽂고 다니는 운전자 계시면, 그냥 물건 없어졌다 생각하고  안전벨트 매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2. 안전벨트 조임방지 클립

 

 

안전벨트 악세사리하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게 바로 이 안전벨트 클립이라는 게 아닐까 합니다. 꽉 조이는 안전벨트가 답답하거나, 옷이 구겨지는 게 싫어서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클립이죠. 솔직히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도 한 때 한국에서 이걸 차에 장착하고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왜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엔 너무나 일상적이고 당연한 분위기라 별 생각이 없이 하고 다녔습니다.

 

지금 독일에선 이런 걸 살 수도 없고, 하고 다니다 경찰한테 걸리면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를 거 같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만 우니라나에선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옷 구겨짐을 일부 막아줄지는 몰라도 여러분의 생명을 담보해주진 못합니다.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지는 굳이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하구요. 이 역시 사용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3. 어린이용 차량용 놀이방 매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건 이건데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뒷좌석 어린이들을 위해 의자와 앞 좌석 등받이 사이에 판 같은 걸 넓게 깔아 그 위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해주는 장비라고 하는군요. 장거리 여행 시 매우 유용하며 급정거 시 어린이가 앞으로 넘어지는 걸 방지하는 칸막이도 있다고 광고도 되어 있더군요. 한 마디로 "뜨악~"입니다.

 

정지한 차 안에서라고 해도 이해가 안가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이걸 사용하다니요. 사진에 있는 (판매업체에겐 정말 죄송합니다.) 제품 외에도 꽤 다양한 물건이 여러 업체에서 판매가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이가 재밌어 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나, 말도 안되게 위험한 행동입니다. 제발 부탁드리는데, 이런 물건 팔지도 사지도 마셨음 합니다. 우리나라 운전자분들! 정말이지 안전에 대한 각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왜 이런 쪽으로 머리 쓰는 것에 우리나라는 독보적이란 말인가 ㅜ.ㅜ)

 

사실 이것 말고도, 뒷좌석 어린이들이 어른용 안전벨트 매는 게 불편하니까 그걸 개선해준 변칙 어린이 안전벨트라는 것들도 판매가 되고 있더군요. 어린이집 통학 승합차들에 적용하는 보조안전 시트라는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통학 승합차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특성인지라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물건들이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아시겠지만 법적으로 6세 미만의 아이는 어린이 시트가 장착된 차에 태워야 합니다. 또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2세 미만의 어린이들도  전용 카시트에 태우는 게 좋습니다. 승합차에 여러명의 아이를 태우는 현실에 비춰, 이런 경우 어떻게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관련 장치를 개발하는 것도 정부나 자동차 메이커들이 좀 나서서 해주면 좋겠습니다.

이건 포드가 자사의 안전벨트 에어백 홍보를 하기 위해 찍은 사진인데요. 사실 뒷좌석에 앉는 어린이들은  저렇게 별도의 카시트를 통해 안전벨트와 아이의 위치를 맞춰줘야 합니다. 그런데 저게 다 돈이죠. 좋은 건 굉장히 비쌉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을 위해 카시트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중고물품들 중에 괜찮은 것도 찾아 보면 분명 있을 테니, 내 자식의 안전을 돈과 타협하거나 귀찮음으로 대신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잔소리처럼 말씀 드립니다. 안전벨트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악세사리도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도 최대한 법에서 정하거나 권장하는 어린이 보호장비만을 사용해 안전한 동승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법도 정확하게 해주고, 여러명의 아이들을 태우는 학원용 승합차에 사용될 수 있는 안전한 어린이용 안전벨트를 국가가 나서 좀 제작해주셨음 합니다. 여러분과 자녀들의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