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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회사들 디젤 경차 안 만드나 못 만드나?

오늘은 경차, 그것도 디젤 경차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제목처럼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은 디젤 경차를 안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못 만드는 것인지,  좀처럼 만나 볼 수가 없는데요. 심지어 가장 큰 메이커랄 수 있는 현대자동차는 아예 경차 자체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경차에 디젤 엔진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보통 차의 체급이 작아질수록 가솔린과 디젤의 연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편차를 어느 정도로 봐야 크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차이는 있습니다. 그걸 확인시켜드리기 위해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경차들의 연비를 먼저 확인해보도록 하죠.

 

여기서 경차라고 표현한 것은 편의상 우리식으로 적은 것이니까 오해없길 바라겠구요. 대략 유럽에서 기아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가 속해 있는 그룹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또, 일본 메이커들은 작은 차가 많지만 디젤엔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유럽 메이커들 중에서도 일부만이 경차에 디젤 엔진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어떤 메이커의 어떤 모델들이 있는지 볼까요?

 

 

피아트 판다 & 피아트500

이태리 피아트사가 자랑하는 경차급 모델 2개가 같은 엔진이지만 1.3 멀티젯 (1248cc) 디젤이 올라갑니다. 가솔린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게 판다의 경우 유럽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23.8km를 가고, 트윈에어 엔진이 올라간 피아트500의 경우 리터당 25km를 간다고 제원상 표시돼 있습니다.

 

디젤은 어떨까요? 판다와 피아트500 디젤은 리터당 25.6km입니다. 별 차이가 없죠? 그럼 다른 모델을 또 보시겠습니다.

 

 

포드 카(Ka)

2008년에 선을 보인 포드의 가장 작은 모델 카 (Ka)입니다. 세대 교체가 곧 이뤄질 거 같은데요. 이 모델 역시 1.2리터 가솔린(69마력)과 1.3 TDCi (1248cc, 75마력) 디젤 모델 이렇게 두 가지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원상 연비를 비교하면 가솔린이 리터당 20.4km이고 디젤이 리터당 24.4km입니다. 조금은 차이가 나네요.

 

 

르노 트윙고

이번 모델은 르노의 가장 작은 모델 트윙고입니다. 이건 가솔린과 디젤의 연비차이가 좀 나는데요. 역시 프랑스차 답죠? 가솔린 1.2의 경우 리터당 22.2km 정도가 연비효율을 보입니다. 디젤 dCi 85 엔진(1461cc)은 리터당 29.4km가 나오죠.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연비 차이만큼 가격 차이도 조금 있죠. 뭐 이 얘기는 나중에 잠시 하기로 하고 마지막 모델을 보시겠습니다.

 

 

스마트 포투

스마트 포투의 경우 역시 디젤 엔진이 하나 있습니다. 800cc로 피아트500 트윈에어와 배기량이 같은 급인데요. 연비는 가솔린 중 가장 효율이 좋은 게 리터당 23.8km이고 디젤은 리터당 30.3km입니다. 디젤 연비 대단하죠?

 

어쨌든 많은 종류는 아니지만 경차급에서 디젤 엔진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셨고, 또 메이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연비가 디젤이 더 좋다는 것도 보셨습니다. 보통 경차급에서 연비라고 하면 18~22km 전후가 가솔린 엔진에서 나오고 디젤은 그 보다 조금 더 좋습니다. 가격 차이는 좀 나는 편인데요. 1년에 2만 킬로미터 미만을 주행하는 분이라면 굳이 디젤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결과입니다.

 

자 그러면 여기서 한국차들로 넘어와 보죠. 한국에서 생산되는 경차급이라고 하면 쉐보레 스파크와 기아 모닝 정도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현대는 아예 모델이 없죠. 반면에 유럽에서 현대는 i10이라는 가장 작은 급의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아 모닝과 같죠. 그럼 여기에 디젤 엔진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디젤 경차 얘기 큰 의미 없는 거 아니겠냐고 생각되실 겁니다.

 

그런데요. 우연히 독일 일간지를 보다가 현대차와 관련된 재미난 기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i10 윗급, 그러니까 소형 B세그먼트의 i20의 연비를 실제로 장거리 주행을 통해 측정해 봤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엔진이 디젤입니다. 소형급에서야 디젤 엔진은 이미 나와 있죠. 엑센트에 들어가는 1582cc VGT엔진이 그겁니다. 수동의 경우 리터당 23.5km라는 뛰어난 연비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그럼 기자가 탄 i20에 이 큰 녀석이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1120cc, 그러니까 1.1리터급 75마력의 디젤 엔진이 들어가는데 유럽복합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31.25km로 거의 최고 수준으로 현대차는 밝히고 있습니다. 깜~~딱 놀랐습니다. 연비에 대해서도 놀랐지만 이렇게 작은 디젤 엔진을 현대가 만들어 팔고 있다는 것에 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CRDi 엔진 사진은 전 세대 i20에 들어가는 디젤 엔진인데요. 1.4리터급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i20을 내놓으면서 1.1리터급 소형 디젤 엔진을 장착한 것이죠. 그래서 그 일간지 기자가 실제로 그 정도의 연비가 나오는지 테스트를 직접했습니다.

 

독일 남부의 알가우(Allgaeu)에서 북부까지 가장 긴 아우토반인 A7(963km)을 타고 달렸습니다. 탱크는 45리터 정도의 연료가 들어갔고, 수동 6단 기어로 2500rpm 수준에 맞춰 시속 110~120km/h로 10시간 정도를 달렸다고 합니다. 물론 에어콘은 안 켰는데 바깥 온도가 28도 정도였을 때라 고생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최대한 연비운전을 했고, 그 결과 867km의 거리를 33.68리터의 기름으로 주행해, 리터당 25.77km를 달린 결과나 나왔습니다. 제원상 연비와 차이가 있었고, 아우토반 중심의 주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상당히 우수한 결과였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배기량 적은 디젤 엔진을 만들 수 있는데 왜 경차급에 적용을 안 했을까?' 하고 말이죠.

 

엔진룸의 크기가 문제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지만 i10 같은 차에 1248cc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니 아주 어려운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장착을 할 수도 있는, 의지의 문제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앞서 다른 차들의 디젤 엔진 배기량을 일부러 강조해 적은 이유도 현대의 엔진보다 용량이 큰 것임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배기량이 크다는 게 반드시 엔진 사이즈와 비례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유달리 현대 디젤만 크진 않겠죠? 심지어 르노 트윙고는 비슷한 차체에 1.4리터짜리 디젤 엔진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현대는 왜 한국에서 경차급 모델, 그러니까 i10 같은 걸 내놓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현대와 기아 그리고 쉐보레는 왜 디젤 엔진을 장착한 경차급 모델을 내놓지 않는 것일까 하는 겁니다.

이전 같으면 기술이 없어서라고 말하겠지만 이젠 그런 말을 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쉐보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1.1리터급 디젤 엔진으로 30킬로미터 전후를 달릴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현대가 직접 유럽시장에서 확인시켰습니다. 르노 역시 트윙고라는 모델이 있구요.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즉, 만들어서 팔아 봐야 돈이 안된다는 것이죠. 실제로 유럽에서 i10은 팔면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차그룹 회장께서도 i30 같은 차량이 더 많이 팔릴 수 있게 신경을 쓰라고 했다는데요. 결국 현대차가 판매대수를 끌어올려 점유율을 높이는 용도로 i10 같은 모델을 활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물론 이 급에서 경쟁차 하나 없다는 건 유럽에서 장사를 안 하겠다는 얘기도 되니, 구색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기도 할 것이구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결국 한국에선 현기차 그룹 입장에서 굳이 모닝 외에 경차를 둘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 그리고 거기에 디젤엔진을 힘들게 올려야 할 이유가 있느냐 하는 점 등으로 조심스럽게 결론을 모아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현대가 움직이면 나머지도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에 이런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결국 이건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한국 자동차 시장이 감내해야 할 점이기도 하겠지요. 뭐 마음 같아선 한국 고객들에게도 이윤 생각지 말고 이런 수준의 디젤 경차를 내달라고 떼라도 쓰고 싶지만, 더 많은 이윤을 내야하는 제조사들 입장에서 과연 휴머니즘(?)적인 얘기에 귀를 기울일까 싶습니다.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한국에서도 디젤 경차가 나왔음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조사 스스로 움직이라 물을 게 아니라, 고객들은 제조사가 움직이게끔 건강한 압력을 또한 가해야 합니다. 이건 소비자로서 마땅한 권리가 아닐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디젤 경차 같은 모델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많은 분들이 이런 글을 읽어야 하며, 그리고 더 나은 의견과 주장들을 가지고 여론을 형성시켜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 외엔 달리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끝으로, 내수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제조사는 지금이라도 디젤경차에 대해 신경을 써주면 어떨까 합니다. 또 소비자들도 다양한 차량들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 필요성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대한민국 도로 위에서도 연비 좋은 디젤 경차들이 많이 굴러다니는 날을 맞이하지 않겠습니까? 멋진 한 주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