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404건

폴크스바겐, 새 로고 내놓는다

지난 월요일 기아 엠블럼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기아 엠블럼, 마음에 드십니까?) 그 글을 본 지인이 어제 카톡으로 내용에 공감한다며 잘 읽었다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대기업 분위기를 잘 알아서 그런지 재벌의 폐쇄적 경영 환경에 대해 염려도 하고, 간단하게나마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나눈 저녁, 한 독일 TV 뉴스에서 비행사 루프트한자가 새롭게 로고를 바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파란 바탕, 그리고 노란색 원 안에 새 모양의 그림이 들어간 로고였는데 바탕 색상이 좀 더 진해지고 약간의 모양 변경, 그리고 노란색 바탕이 비행기 꼬리 날개에서 사라진 것인데요. 노란색을 완전히 그들의 상징에서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루프트한자 하면 떠올릴 수 있던 색상이 꼬리에서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뭔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루프트한자 기존 로고 / 사진=루프트한자

새로 바뀐 로고. 깔끔해 보이네요. / 사진=루프트한자

디자인 변화 비교 / 사진=루프트한자


단계별로 수정된 로고를 비행기에 적용하게 되면 연말쯤 교체 작업이 마무리될 거라고 하는데 벌써 로고 변경에 따른 갑론을박,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로고 변화를 통해 새롭게 마음가짐을 하고 항공 서비스를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참 묘하죠. 같은 날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자동차 경제지 아우토모빌보헤(automobilwoche)가 단독 보도한 내용을 전했는데, VW이 로고 변경을 결정했고 2020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에서부터 이 변경된 로고가 달려 나올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진=VW

1세대 마이크로버스 '불리'에 부착된 엠블럼 / 사진=VW

신형 폴로 GTI 운전대에 박혀 있는 로고 / 사진=VW


폴크스바겐은 'I.D.'라는 전기차용 서브명을 이미 공개했죠. 그리고 여기에 달린 로고를 보면 현재의 것보다 얇고 단순한 느낌을 줍니다. 아마도 이것과 비슷하지 않겠냐는 게 아우토모빌보헤의 의견이었습니다. VW 로고는 국민을 뜻하는 폴크(Volk)의 V와 자동차를 의미하는 바겐(Wagen)의 첫 글짜 W가 절묘하게 섞인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VW 로고 변천 / 출처=logos.wikia.com


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에는 로고가 좀 이상했죠. 그리고 지금의 로고 바탕은 2차 대전 이후에 만들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고 모양은 조금씩 변해왔지만 기본적으로 V와 W의 조합은 해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변경될 로고 역시 이런 기본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로고의 상징성, 그리고 디자인적 가치 등이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완전히 새로운 로고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겁니다. 그리 어려운 예상도 아니죠.   

I.D.BUZZ 쇼카 / 사진=VW

사진=VW


다만 시기에서 아우토빌트는 조금 다른 예상을 했습니다. 전기차가 아닌, 올해 말에 공개될 8세대 골프부터 변경된 로고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인데요. 언제가 됐든 일단 새로운 디자인의 로고를 만나게 될 거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습니다. 과연 로고의 변화폭이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지는 새 로고가 등장하면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로고와 엠블럼은 좁은 의미에서는 같은 뜻입니다. 하지만 요즘 로고는 좀 더 다양한(명함, 문서 등) 영역에서 사용되고 엠블럼은 자동차 기업의 경우 차에 직접 부착되는 상징물이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고 (굳이) 구분을 해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정작 로고 변경이 필요한 곳은 따로 있는데 어째 거기는 별다른 계획도 없는 거 같네요. 다음 주 주중에는 현대 신형 싼타페 사진을 본 독일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정리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추가 :  다음 자동차 칼럼 코너에 올린 글 하나 링크 걸겠습니다. (클릭)

BMW가 돌연 현대·기아차를 따라하는 이유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죠?  원래 원고에 있던 제목과는 전혀 다릅니다. BMW가 유럽에서 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과감한 고객 서비스 마케팅을 펼치는지,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 글인데 이상하게 '기레기' 소리를 듣는 제목으로 달리고 말았네요. ㅎㅎ 어쨌든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제조사의 판매 전략을 볼 수 있지 않나 싶어 준비해봤으니까 혹, 못 본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윌리엄박 2018.02.09 18:12 신고

    늘 좋은정보 애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명절준비 하느라 분주한데 명절 잘보내세요~
    BUZZ쇼카 사진은 정말 마음에 드네요^^*

    • 안녕하세요. 벌써 다음 주면 한국은 설 명절이네요. 명절 때가 되면 한국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ㅎㅎ 행복한 주말, 그리고 명절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HEXAGONIA 2018.02.10 09:39 신고

    오늘은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글 잘 보았습니다.
    루프트한자의 새 로고는 크게 바뀐 건 없지만 디테일을 다듬어서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네요. 폴크스바겐의 새 로고도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지난번 'BMW가 돌연 현대 기아차를 따라하는 이유'란 제목을 보고 제목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어요ㅎㅎㅎ
    완전 클릭을 부르는 제목이잖아요~ 이런게 가끔은 좀 필요하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너무 무겁죠 제 글이? ㅎㅎ 좀 더 신경써야 하는데...;; 그리고 지난 칼럼 제목은, 아~ 좋게 봐주시니 다행인데 사실 제가 전하고자 한 부분과 달라서 조금 당황하긴 했습니다. 낚시성 글이라는 욕 먹어도 저는 싸다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ㅎㅎ 좋은 휴일 잘 보내고 계시리라 봅니다. 고맙습니다.

  • 겉보리 2018.02.16 14:31 신고

    첫 로고는 아무래도 나치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죠?
    지금의 로고는 인지도나 상징성에서 단연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링크해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서비스가 나아지면 소비자는 좋지요.
    좋은 글에 달린 댓글들은 서글픈 생각이 드네요.

    • 연관지어 안 보려해도 나치를 떠올리 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ㅎㅎ 다음에 올라간 칼럼은, 뭐 제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용을 안 읽고 댓글 다는 분들도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

배출가스 원숭이, 인체 실험 관련 글을 쓰고나서

독일 자동차 업계가 만든 연구협회(라 쓰고 로비 단체로 읽는) EUGT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원숭이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디젤 배기가스 (질소산화물) 실험 소식이 또 한 번 세상을 들끓게 했습니다. EUGT라는 단체가 무엇인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 곳인지에 대해 엊그제 글을 썼죠. 혹시 안 읽어보셨다면 먼저 글을 읽어보시길 권하겠습니다.(아래 제목 클릭)



사실 인간을 대상으로, 혹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은 있어 왔죠. 하지만 인간 및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소식이 전해졌다는 점, 그리고 디젤 게이트와 관련 있었다는 것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ECU에 프로그램을 심어 배출가스 수치를 속이려다 걸린 것도 모자라 몸에 해로운 질소산화물의 무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비윤리적 실험이 강행된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니, 이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독일 사회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끄럽다 분노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이 와중에 일부 언론은 변론하는 듯한 기사를 싣기도 했죠. 예를 들어 보수적인 포쿠스 같은 매체는 네덜란드에서도 인간과 쥐를 대상으로 질소산화물 테스트가 과거부터 있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래!'라는 뉘앙스라 해야 할까요? 하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입니다. 


처음 이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을 때 어떤 분께서 독일 현지 분위기가 궁금하다며 글 써주기를 바라셨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분들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솔직히 화도 나고 지치기도 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뭔가 잘 정리된 기사가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독일 언론 사이트 곳곳을 뒤지고 또 이미 사라진 EUGT 홈페이지 흔적까지 쫓으며 저의 방식대로 사건을 정리해 봤습니다. 다 쓰고 나니 맥이 풀리더군요. 자동차 소식 전하는 일에 처음으로 회의 같은 게 들었습니다. 독일에서 독일 자동차 업계나 독일 자동차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요즘처럼 마음이 무거운 적이 없었습니다.


2015년 디젤 게이트 소식을 모터쇼 현장에서 듣고 입장권을 구겨 버린 채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작년에 터진 제조사들 담합 의혹, 그리고 이번에 터진 인체 및 원숭이 실험까지, 연이어 터지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추한 모습을 접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신차 소식을 전하고 독일 차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분은 왜 이렇게 이완은, 스케치북은 무겁고 우울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느냐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저라고 그러고 싶겠습니까? 자동차 좋아하고 자동차의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기에 기분 좋은 소식만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럭셔리한 자동차 사진, 좋아하는 올드카 사진 잔뜩 올리고, 단맛 가득한 그런 소식 찾아 전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증강현실 기술이 어떻게 자동차에 접목되는지, 스마트 시티는 뭐고, 어떻게 도로 환경이 바뀌며, 어떤 기술이 자동차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지 등도 공부하며 함께 기쁘게 논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화딱지 나는  사건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뛰어난 엔진(OM 654)과 좋은 후처리장치(SCR)를 조합해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음에도.../사진=다임러


어제는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단독으로 아우디의 엔지니어 중 한 명이 아우디 경영진이 디젤 게이트 조작 관련해 알고 있었을 거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EU는 환경 개선에 대한 압박을 독일에 가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죠. 거기에 올해 시작과 함께 부쩍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대한 비판적인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잠깐 쉬었다 가자는 그런 마음까지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도 '한 사람이 됐든 두 사람이 됐든, 내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것을 위해 정보 공유에 역할을 해보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그래도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쓰든 달든, 이슈에 대해선 덤덤하고 냉정한 마음과 눈으로 접근하자'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았다 떠나기도 하고 그렇지만 저는 변함없이 이 공간에서 지금처럼 이야기할 것이고 앞으로도 제 색깔,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보를 공유할 것입니다. 독일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혹은 의미 있는, 또는 스케치북다이어리만의 정보를 여러분과 함께 나눈다는 보람과 자긍심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게 없다면 더는 글을 쓰지 못할 테니까요. 오늘은 아주 개인적인 글을 하나 써봤습니다. 넋두리라 여겨주세요. 고맙습니다.

<영상 하나 만든 거 올립니다>



  • 성정훈 2018.02.02 08:09 신고

    항상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 또한, 소비자가 알아야하는 민낯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권리일 수도 있는데,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고 계시네요.
    힘내세요~~

    • 당연히 알아야할 내용이죠. 그래서 불편하지만 있는 그대로 알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요. 또 블로그에만 머물지 않고 이제는 제도권 안에서도 글을 쓰기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하려고 합니다. 다만, 스트레스는 어쩔 수가 없네요. 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 Raf 2018.02.02 10:52 신고

    안녕하세요, 이완님께 사실 이 소식을 여쭈어본것은.... 제가 아는 분들중에는 차량분야에서 가장 독일을 오랜기간, 독보적으로 잘 아는 분이였고 객관적으로 봐주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였습니다. 그 와중에 너무 건조한 요청댓글이 마치, 독일을 다루는 불편한 내용도 제대로 써주나 보자- 라는 시선으로 읽힐수도 있겠다고 나중에야 생각이 닿아서 꼭 한번 더 댓글을 남겨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업계 뉴스를 중심으로 다루시니만큼 그 침통함이나 무거움이 이완님께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겠으나.. 마음의 짐을 동기화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서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깁니다 ^^;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늘 상세한 소식 감사드리구요!

    • 안녕하세요. 전혀 요청하신 부분에 대해 불편한 마음 갖지 않았습니다. ^^ 어떻게 보면 부족한 저를 믿고 물어주신 거니 고맙다고 해야겠죠. 사실 Raf님만 물으신 것도 아니고 하니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ohaeng.tistory.com BlogIcon 五行™ 2018.02.02 14:24 신고

    사실 외신을 전하는 국내 언론의 태도는 미덥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번역도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스케치북다이어리처럼 한번 걸러서 전해주시는 곳이 있어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성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알아주세요^^*

  • 폴로 2018.02.02 14:50 신고

    안그래도 달콤한 얘기들만 하는 매체나 블로거들 엄청 많죠.. 그래서 조회수 늘려서 파워블로거 많이들 되시죠..
    게다가 그런 내용들을 일일이 개개인이 필터링을 하지 않고 보면 마치 자동차 업계는 무한한 장미빛 입니다.
    저는 그래서 스케치북다이어리가 좋습니다. 쓴소리도 하고 독일차 업계의 안 좋은 부분도 드러내기 때문이죠.
    더 좋은 소식들 투명한 소식들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응원할께요.

  • mdh 2018.02.02 20:26 신고

    때론 이런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와 원칙들을 들이밀고 불편한 말을 해야 할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부분들이 이완님의 신뢰의 기반을 더욱이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테니까요. . .
    고맙습니다....

    • 사실 부담도 되지만 이런 말씀들을 잘 붙잡고 신뢰받을 수 있는 그런 블로그가 될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모니 2018.02.07 09:41 신고

    흠... 독일차 매연보다 헐씬 독한 중국산 미세먼지 매일 마시는 저에겐 저게 그리 큰 문제인가 싶네요.. 애완동물을 좋아하지만 인간만큼의 가치는 부여못하는 마음을 가져서인지 사람을 위한 원숭이 실험이 왜 문제인지 잘 동감못하고요.. 동물애호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큰일날 소리긴 하지만요 ㅎㅎ

  • 겉보리 2018.02.16 14:39 신고

    이런 일은 어떤 핑계를 내놓아도 합리화할 수 없지요. 반드시 근절하고 벌주어야 할 일입니다.

아파트단지 도로는 도로가 아니라는 이상한 법

어떤 자동차가 시속 80km/h로 주행을 했다고 치죠. 그렇다면 이 차는 과속을 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는 과속이 아니지만 최고제한속도가 시속 30km/h인 구간, 예를 들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광기의 속도가 됩니다. 


과속(過速)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 따위의 주행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함. 또는 그 속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너무 빠르다'의 의미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보통 최고제한속도를 넘어섰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즉 법으로 정한 제한속도를 넘겼을 때를 과속으로 볼 수 있다는 건데요.


그리고 이런 최고제한속도 규정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도심 대로 등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어떤 형태의 도로, 법으로 정해진 도로라고 한다면 모두 제한속도가 있고 운전자는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로교통법에서 도로로 인정받고 있지 않은 곳에서 과속 등, 자동차와 관련한 여러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adac


아파트단지 도로는 도로가 아니다?

대전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6살 어린아이 관련한 기사를 많은 사람이 접하고 분노했습니다. 과속 방지턱이 있는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일가족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던 자동차에 부딪혀 현장에서 딸아이가 사망한 것입니다. 


제한속도를 넘긴 과속 차량이 인명사고를 내게 되면 이는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 중 하나가 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아파트단지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는 다릅니다. 단지 내 도로는 도로법상 도로로 인정받지 못하죠. 그나마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법에 의해 도로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단지 내 도로는 왜 교통법상 도로가 아닐까요? 사유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경찰권이 미치는 곳'을 법으로 정한 도로로 봅니다. 반대로 '특정인 및 그들과 관련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되며, 그들(주민들) 스스로 관리되는 장소'는 '도로 외 구역'이라 하고 있죠.

사진=이완


현실과 동떨어진 법 고쳐져야

하지만 이런 구분은 비현실적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크게는 수천 가구가 모여 사는 대규모 단지로 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마을버스가 단지 내를 다닐 정도죠. 당연히 많은 사람과 차들이 뒤섞여 다니는 만큼 사고의 위험도 높습니다. 이면도로보다 사고율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그나마 이런 수치도 짐작을 뿐입니다. 법적으로 경찰이 조사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더 많은 사고가 이런 곳에서 발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피해자들도 대부분 노인과 어린이들이죠. 사고 났을 때 피해의 정도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국가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법으로 도로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단지 내에 제대로 된 교통표지판이나 안전 장비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아파트단지 내 도로를 어린이보호구역 수준보다 더 강력하게 지정해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새로운 아파트는 건설 전부터 지자체나 지방경찰 등이 나서 단지 내 도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감독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독일의 교통완화지역처럼

또 한가지는 최고제한속도의 문제입니다. 2016년 충북의 한 아파트단지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자전거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운전자는 시속 30km/h 이하의 속도로 운전을 했지만 머리를 다친 팔순의 자전거 운전자는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죠. 따라서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단지 최고제한속도를 시속 10~15km/h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


독일에는 교통완화지역(Verkehrsberuhigter Bereich)이라는 게 있는데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주택가 입구에는 반드시 세워져 있는 표지판입니다. 1977년 도입돼 지금까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죠. 이 지역 내에서는 모든 운전자가 시속 10km/h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독일 교통완화지역 / 사진=이완

다만 독일의 경우 구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규모가 큰 우리나라 아파트단지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얘기되고 있는 15km/h 수준이 적합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또 아파트단지뿐만 아닙니다. 운전자들이 특히 보행자와 자동차가 구분 없이 다니는 이면도로, 그리고 학교 주변으로 정해져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도 운전자들은 법이 정한 제한 속도인 30km/h를 지켜야겠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단지 내 도로가 법적 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과속이나 횡단보도 침범, 중앙선 침범 등이 단속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운전대 앞에서는 운전자이지만 자동차 밖에서는 나와 내 가족 모두 보행자라는 사실을 말이죠.


  • 폴로 2018.01.22 11:22 신고

    전적으로 맞는 말씀인데.. 저도 솔직히 안 지킨 적이 많아서리,,
    앞으로 더 잘 지켜야 겠네요,,

    • 네. 정말 아이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뛰어 다니는 곳이 아파트 단지 상황이잖아요. 아이들을 위해서도, 보행자를 위해서도, 그리고 운전자인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서로 조심해야겠습니다.

  • 지나가던 2018.01.22 15:28 신고

    이와 비슷한게 주차 문제가 있죠.....
    사유지라는 이유로 불법 주차를 했어도 경찰이 어쩔수 없다고 하고,
    견인도 안되고, 견인차를 불러도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고,
    불법 주차 견인중 차량 회손시 역시 개인이 비용 처리 해야 되고....
    저희 주차장이 있는데 이 앞을 막거나 주차장에 허가 없이 차를 주차한 사람들이 모두
    이 거지 같은 규정 때문에 제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오히려 공손히 부탁 하고 .... ㅠ.ㅠ
    이걸 알고 전에는 저희집 주차장이 동네 주차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ㅡㅡ;;;
    법적 도로의 규정과 사유지 불법 점유에 대한 규정이 빨리 정리 되었으면 합니다.

    • 주차장 입구나 차의 진출입로를 가로막는 경우는 불법주차로 처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경우네요.

  • Favicon of http://cfono1.tistory.com BlogIcon cfono1 2018.01.22 16:46 신고

    자동 운전 기능이 보편화되면 이런 구간에서는 강제 속도 제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표지판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속도 조절이 되니까 이런 면에서 자율주행 시대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 겉보리 2018.01.23 01:12 신고

    법 체계와 제도의 잘못이 크고, 사람이 다니는 곳에서는 당연히 서행하고 안전운전하며 보행자를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운전자 모두가 갖도록 교육하고 운전자들도 당연히 지켜야 합니다.

    • 법이 참 이상해요.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운전자들의 인식도 제발 좀 바뀌었으면 좋겠고요;

  • akii 2018.01.23 19:06 신고

    마침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보고 오니
    같은 주제의 애기로 시작되는군요
    이 내용을 주제로 청원이 이루어지더라구요. 더 늦기전에 이런 아픈사연 더 없도록
    법제화가 꼭 이루어졌어면 합니다

    • 이런 부분은 빨리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경찰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국민 안전을 생각하면 타협할 내용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 양들의 침묵 2018.02.01 16:25 신고

    법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의식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면허 제도로 인하여 운전 미숙도 한몫 하고요.
    그중에 운전중 스마트폰도 일조를 하고 있죠.

    • 운전 미숙의 중요한 원인 중에는 제도의 미비, 시스템의 비합리성도 저는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제도와 의식이 같이 바뀌어야겠죠.

제한속도 160km/h에 집착하는 극우 정치인들

알프스산맥이 품고 있으며, 유럽 고전 음악의 중심지였던, 그리고 한때 권세가 하늘을 찔렀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터전이기도 했던 오스트리아는 작고 살기 좋은 나라죠. 같은 독일어권이라 독일과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통하는 것도 많고 또 묘하게 비교되고 경쟁하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 사진=픽사베이


이런 오스트리아가 지난 10월 총선을 치러 중도우파 국민당과 극우적 성향의 자유당이 각각 1, 2위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부는 보수적 성격이 짙어졌죠. 오랜 세월 국민당과 오스트리아 정치를 이끌었던 중도좌파 사민당은 0.7% 차이로 자유당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 새로운 정부의 교통부 장관(정확히는 인프라 장관)이 지난 18일 임명됐는데 자유당 소속의 노르베르트 호퍼(Norbert Hofer)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부가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최고제한속도를 160km/h까지 올리는 테스트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이웃 나라 독일까지 이 소식이 전해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왜 이게 논란일까요?


떠오르는 극우 정치인 노르베르트 호퍼

노르베르트 호퍼 장관 / 사진=위키피디아 & Ailura


새로운 교통 정책을 책임질 노르베르트 호퍼는 유럽 내에서 유명한 극우 성향 정치인입니다. 반이민 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고, 독일어를 쓰는 이탈리아 북부 티롤 지역을 오스트리아에 흡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또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면 오스트리아는 탈퇴를 해야 한다는 탈 EU 주장도 해왔죠.


그는 2016년 오스트리아 연방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당선이 유력시되던 후보이기도 했는데요. 비록 독일처럼 총리가 실권을 가지는 정치 구조이지만 나치 친위대(SS) 출신들이 세운 극우 정당 후보가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된다는 것에 유럽 전체가 우려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결선 투표까지 갔고, 거기서 녹색당 출신의 이민 2세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에게 재투표까지 가 패하고 맙니다. 극적인 과정이었죠. 그러고 보니 이번에 노르베르트 호퍼의 임명장을 준 이가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이네요.


대선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호퍼 장관은 자신이 몸담은 정당의 약진으로 화려하게 정치 전면에 복귀했습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항공사에서 3년 간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40대의 젊고 밝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부 장관에 임명되고 불과 며칠 만에 말을 바꿔 논란을 자초했는데요. 고속도로 최고제한속도 올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계속 주장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선례를 남긴 또 다른 극우 장관

그런데 이 제한속도 160km/h 주장은 호퍼 장관이 처음은 아닙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2006년에 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시속 160km/h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12km의 짧은 구간이었고,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 날씨와 교통량 등이 받쳐줘야 한다는 등의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당시 교통부 장관의 결정은 국민은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테스트를 실행했던 후베르트 고르바흐 장관은 호퍼와 같은 자유당 소속이었습니다. 결국 제한속도를 160km/h로 올리기 위한 계획은 별다른 소득 없이 후임 장관에 의해 폐기됐고, 후베르트 고르바흐는 자유당보다 더 극단적인 국민연합으로 당적을 옮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독일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은 고속도로 제한속도 160km/h에 집착하는 걸까요?


포퓰리즘의 유혹

유럽 각국 고속도로 제한속도. 화살표 표시된 곳이 오스트리아 / 출처=위키피디아 & KaterBegemot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130km/h로 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제한표시가 없는 곳이 독일인데요. 독일은 130km/h를 권장속도로 두고 있습니다만 무제한 구간에서 이 권장속도를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호퍼 장관이나 고르바흐 전 장관은 할 수만 있다면 독일처럼 무제한 구간을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 수준에서 시속 160km/h 제한속도를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책은 달리고 싶어 하는 많은 오스트리아 운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지난 2000년 이후 계속 보수화 되고 있는 유럽 분위기, 그리고 오스트리아 분위기라면 2006년과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요.


실제로 자유당이나 국민연합 같은 극우정당을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파격적이고 자극적 정책들을 밀어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반EU, 반이민 정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이것보다 좋은 전략은 없는 것이죠.

1,400미터 높이에 놓인 최초의 산악 고속도로 / 사진=위키피디아 & Ralf Pfeifer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에서도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한속도 160km/h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고 우파의 이런 정책에 매력을 느낀다는 댓글도 보였습니다.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 포퓰리즘 정치인들에 빠지지 말라는 충고도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제한속도를 올리거나 없애야 한다는 운전자들의 의견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제한 아우토반을 이용하는 독일인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댓글 내에서도 포퓰리즘 정책에 너무 쉽게 현혹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 거 보면 분명 이런 정책이 사람들에게 자극이 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제한속도 문제가 정치 이념의 관점을 탈피해 논의되었으면 싶지만 오스트리아는 이미 그 선을 넘은 듯합니다. 국민의 선택은 과연 어떨지 계속 지켜봐야겠네요.


추가-히틀러와 관련성

최고제한속도 논란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묘하게도 이번 소식이 히틀러를 떠올리게 합니다. 1938년 오스트리아를 히틀러가 병합한 뒤에 먼저 한 일은 고속도를 건설하는 것이었는데요. 오스트리아 최초의 고속도로 A1은 바로 히틀러 삽질(?)로부터 시작됐습니다.

A1 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히틀러. 뒤에 서 있는 사람이 프리츠 토트 / 사진=위키피디아


이 독재자는 독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국민이 느끼고 우월감을 가질 수 있도록 프리츠 토트(아우토반 총책임자)와 함께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전쟁으로 인해 히틀러 살아생전 12km가 조금 넘는 구간만 완성했지만 오스트리아의 첫 고속도로 건설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연결점은 오스트리아 자유당인데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호퍼 장관이 몸담고 있는 자유당은 바로 히틀러의 친위부대 출신들이 1956년에 세운 정당입니다. 초기에 의석수는 적었지만 친위대 복무했던 인사들이 이 당에 모여 극우적 정책들을 내놓으며 활동했죠. 과거에 비해 극우 색깔이 좀 퇴색되고 나치와의 연관성도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뭔가 찜찜하게 바라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 겉보리 2017.12.31 22:52 신고

    지구 곳곳이 배타적이 되고 우경화하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2017년에도 늘 좋은 글 보여주셔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계획하신 일 다 이루시고 부인과 함께 건강과 행복 누리십시오.

    • 합리성을 결여된 이념의 편향은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처럼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엔 더 좋은 일들 가득하셨음 하고, 가족 모두 웃는 일 많은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클린디젤 2018.01.06 22:29 신고

    솔직히 합리적인 공약같아요.
    한국고속도로도 1차선으로 달리면 160이상으로 달리는 차량들 엄청많아요.
    과속카메라 근처에서 줄였다가 다시 달리죠.
    구간단속으로 하지않는한 제한속도 110이 지켜질수없는데
    그렇다면 제한속도를 올리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 운전자 입장에서 제한속도 올린다면 좋죠. 저도 좋습니다. 다만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할 테니 정부 입장에서는 마냥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일부 구간에서 속도를 올리려고 한다는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또 도로 설계도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하죠. 만약 지금 수준의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160으로 올리면 모든 차들이 달릴 때 도로가 제대로 버틸지 의문입니다. 사고 위험이 높아지겠죠. 저는 우리나라는 일단 당장은 120까지는 가능하다는 생각이고요. 새로 건설하는 도로들에서는 130까지 올리되 환경을 생각해서 녹지 조성이랄지 아니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차들의 경우에는 좀 더 세금을 강화하는 등의 다른 방법들과 병행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스트리아 경우는 너무 이걸 정치적으로 서로 맞니 틀리니 하면서 여론전을 편다는 취지에서 소개드려 봤습니다.

사계절 타이어보다 못한 겨울용 타이어?

미끄러운 도로에서 타이어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이 '제철 타이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름철에는 여름용(흔히 퍼포먼스 타이어라고도 부르는) 타이어를,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라는 것인데요.


사계절 타이어는 제철 타이어보다 제동력이나 핸들링과 트랙션 능력 등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죠. 타이어 관리에 엄격한 유럽은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 타이어 좀 만든다고 하는 회사들이 내놓는 사계절 타이어의 능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진=adac


사계절 타이어 점점 늘어나는 유럽

요즘 독일이나 북유럽 등 겨울용 타이어를 반드시 착용하게끔 법으로 정해놓은 유럽에서도 사계절 타이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대세는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지만 SUV의 증가, 그리고 교체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사계절 타이어를 장착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성향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타이어 보관도 고민이죠. 그런데 타이어를 이야기할 때 조심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모 상태인데요. 이게 좋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타이어라도 위험한 타이어밖에 안 됩니다. 사계절 타이어든 겨울용 타이어든, 무엇 할 것 없이 모든 타이어가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아주 아주 의미 있는 타이어 테스트를 독일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빌트가 실시했습니다. 결과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요. 해당 매체는 눈길, 젖은 길, 그리고 마른 길 등에서 6개 회사의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 그리고 여름 타이어 등을 가지고 다양한 주행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제조사별 제공된 사계절 타이어는 모두 트레드(노면에 닿는 타이어 부분)의 홈 깊이를 8mm (새 타이어), 4mm (2년 이상 된 것), 2mm (대략 4년 전후)로 맞췄습니다. 겨울용과 여름용 타이어도 조건을 같게 했죠. 그리고 눈길과 젖은 길, 마른 길 위에서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트랙션, 슬라롬, 제동력, 핸들링에 관한 테스트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우토빌트 /사진=이완


트레드 홈 깊이가 더 문제

우선 눈길에서의 트랙션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트랙션은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가 노면을 움켜쥐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능력이 높을수록 그립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만큼 마찰력의 손실이 적다는 것인데요. 눈길에서는 아무래도 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겨울용 타이어의 트랙션 능력이 사계절 타이어보다 더 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가 8mm인 새 타이어의 경우 겨울용과 사계절 타이어에서 트랙션 능력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은 트레드 홈의 깊이가 4mm인 경우, 2mm인 경우에도 비슷했는데요. 문제는 겨울용이든 사계절이든, 트레드 홈의 깊이가 2mm 수준이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모두 안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여름용 타이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즉, 트랙션 능력은 어떤 타이어를 썼느냐 보다 트레드 홈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은 제동력 테스트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는데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숫자로 정리해봤습니다.

<눈길에서 시속 50km/h로 주행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의 결과>


G사 사계절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27.6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2.1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6.3미터


M사 사계절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30.3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4.3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4.7미터


H사 사계절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28.8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2.4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6.8미터


여름용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46.6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48.9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49.6미터


겨울용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 8mm : 29.1미터

트레드 홈 깊이 4mm : 33.5미터

트레드 홈 깊이 2mm : 34.9미터

제동력 결과를 보면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의 차이가 일단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테스트 된 사계절 타이어들은 겨울용을 대체할 만한 성능이 되는 것들이니 '모든 사계절 타이어가 이렇다'라고 단정하지 말고 여러 루트를 통해 사계절 타이어의 제동력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계절 타이어의 성능이 많이 올라왔다고 할 수는 있겠는데요. 문제는 트레드 홈의 깊이에 따른 제동력 차이입니다. 8mm 타이어와 2mm 타이어 결과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V사 사계절 타이어의 경우 8mm와 2mm 제동력 수준이 10m까지 벌어지기도 했죠. 슬라롬이나 핸들링 테스트에서는 트레드 홈 깊이의 차이에 따른 편차는 훨씬 더 심했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의 편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른 안전성 차이는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tuev-sued


트레드 홈 깊이까지 규정한 유럽 국가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겨울용 타이어든 사계절 타이어든, 겨울철 타이어 장착 규정에 이 트레드 홈의 깊이까지 구체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11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겨울용 타이어 (사계절 포함)를 의무 장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트레드 홈의 깊이는 최소 3mm 이상이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해놓았죠.


핀란드는 1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장착 기간이고 최소 트레드 홈의 깊이는 역시 3mm라고 정해놓았습니다. 스웨덴도 12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겨울용 타이어 의무 장착 기간이며 트레드 깊이는 최소 3mm 이상이라고 적시했습니다. 독일은 가장 긴 기간인 10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겨울용 타이어 의무 장착 기간이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는 1.6mm로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느슨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타이어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3mm를 교체 제한선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4mm로 더 엄격한 편이죠.

트레드 홈의 깊이를 측정하는 계측기 하나 정도는 차에 두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 사진=tuev-sued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는 겨울용 타이어를 법으로 장착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 제한은 1.6mm로 미국이나 독일 등과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해드린 유럽의 경우처럼 좀 더 그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트레드 깊이는 또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기온이 높고 건조한 경우에는 새 타이어보다 일정 정도 마모가 된 타이어의 제동력이 더 좋습니다. (여름용은 고온에서 마모도 상관없이 일정한 편) 하지만 노면 온도가 6도 이하로 떨어지는 기간이 길고 장마가 오래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이런 트레드 깊이를 알고 그에 맞게 타이어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겨울용 타이어 장착했다고 마음 느슨하게 먹은 분들이 계시다면 오늘 내용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합니다. 아무리 겨울용 타이어라도 마모가 많이 된 겨울용 타이어는 그렇지 않은 사계절 타이어보다 못하다는 것을 말이죠. 그동안 타이어에 무관심하셨던 분들,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타이어 홈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 한 번 점검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폴로 2017.12.22 09:17 신고

    타이어는 차가 굴러 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그리고 안전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겨울용타이어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계절 상황에 맞는 타이어 장착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싼 보험을 들거나, 차량에 첨단안전장치를 옵션으로 추가하기 이전에 타이어부터 점검/교체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합니다.

    • 겨울에는 쓰레드 홈이 충분한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물론 본문에서처럼 사계절도 많이 올라왔지만 아직 전체적으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이네요. 어쨌든 타이어 정말 중요해요.

  • 싸잔박 2017.12.22 20:59 신고

    스북님 다음에 티구안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유럽에서 티구안이 상품성이 좋아서 잘팔리는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디젤게이트 이후 가격할인으로 인하여 전세대 대비 싸게 팔고 있는 게 큰 이유로 보입니다. 실제로 1세대 티구안의 경우 콰시콰이나 투싼 보다 가격할인후 2,500유로 정도 비쌌는데, 요새는 거의 가격 차이가 않나고 있죠. 한국도 저런 가격으로 팔아 줘야 하는데 전세계에서 유명한 호구동네인지라 그렇게 않하겠죠. 영국에서는 티구안보다는 같은 바디인 세아트 아테카가 전문가들의 평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 저는 독일에서 가격밖에 모르는데, 얼마나 유럽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나 모르겠네요. 독일에서는 여전히 가격이 비싸서 그점이 아쉽다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영국 평점은 제가 다른 매체는 모르겠고 오토익스프레스같은 경우 가격 비중을 크게 보는 거 같더라고요. 독일은 성능과 가격(개런티 포함)을 1차적으로 구분하고, 종합적으로는 다시 두 가지를 합쳐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테카의 운동성능(민첩함)과 가격 부분이 잘 평가된 걸로 짐작되네요.

      참고로 독일에서는 기본가 기준으로 캐시카이와 티구안이 우리나라 돈으로 400만 원정도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사양이 기본이냐 옵션이냐의 차이를 따지면 좀 더 그 가격차가 명확해지겠죠. 비교적 저렴한 캐시카이랑 티구안이랑 가격차이가 없다는 건 독일에서는 일단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궁금하네요.

    • 싸잔박 2017.12.23 01:53 신고

      영국에서 C-SUV차급은 보통 1,000-2,000정도 메이커 공식할인이 일반적입니다. 현재 영국 폭스바겐 공식 홈페이지상 티구안은 2,000파운드 할인+소모품 무상교체하고 있네요. 원래 VW은 준프리미엄 입지가 있어서 할인 하는 브랜드가 아니었고, 론칭한지 1년도 않되었는데 ... 브랜드 이미지가 많이 떨어진거죠. 동일하게 팔려면 그만큼 할인을 해야하니... 그외 파사트는 4,000파운드+소모품 무상, 아테카는 3,000파운드+소모품 무상 하고 있네요. 말씀하신데로 콰시콰이 대비 할인전 가격은 2,000 파운드정도 티구안이 비싸고. 폭스바겐이랑 비슷한 금액으로 판촉하니 판촉후 가격도 티구안이 2,000파운드 정도 비싸겠네요. 1세대 때에는 할인후 4,000파운드 이상 차이 났었는데, 차이가 많이 줄었죠.

  • Favicon of http://yes-today.tistory.com BlogIcon 예스투데이 2017.12.23 08:48 신고

    좋은 정보 잘 보고갑니다. 겨울에 빙판길에는 차를 안굴리는게 최선 어쩔 수 없이 운행시에는 감속 또 감속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어는 거들 분~

  • 겉보리 2017.12.24 21:36 신고

    제 차와 아내 차는 해마다 11월에는 겨울 용 타이어로 바꿨다가 3월에 사계절 용으로 다시 교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계절 타이어 성능이 좋아져도 낮은 온도에서의 유연성 유지는 겨울 용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항상 자동차 안전에 대한 꼭지를 챙겨 주시는 스케치 북 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HEXAGONIA 2017.12.26 00:54 신고

    스케치북님,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저도 요즘 윈터타이어에 참 관심이 많았는데요. 오늘 글은 정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작년 겨울에 미니쿠퍼에 기본 장착된 사계절 타이어로 캐나다의 험한 겨울을 아무 탈없이 보냈는데요. 타면서도 너무 안정적이라 왜 그럴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잘 이해가 갑니다. (프리우스V에 사용했던 4년간 사용한 윈터타이어보다 훨씬 안정적이라 저도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었거든요)
    다만, 프리우스V에 사용했던 미쉐린 X-ICE2는 트레드가 여전히 절반 이상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3-4년 차 겨울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을 보여주었는데요. 제 생각에는 고무가 처음 구입했을 때처럼 무르지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경화되는 현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도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이번 내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그만큼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의 갭을 줄이려는 타이어 업체들의 노력이 있는 모양이에요. 그러니 이런 테스트도 가능했을 겁니다. 여전히 대세는 겨울용 타이어이지만 사계절 타이어가 계속 겨울 안전성에서 성과를 낸다면 사계절 타이어의 점유율이 유럽에서도 많이 올라갈 듯 합니다. 중요한 건 역시 어떤 제조사의 타이어인가, 그리고 타이어의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 등이 아닐까 싶어요. 제 아무리 겨울용이라도 성능 떨어지고 관리 안 되면 정말 방심하다 위험해질 수 있잖겠어요? 좋은 의견 저도 잘 봤습니다. 따뜻한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 KISS 2017.12.27 18:11 신고

    이곳 일본 도쿄에 살다보면, 눈도 1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날씨인데 겨울이 되면 겨울용 타이어로 교환장착 하는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일반 가정 배란다, 마당 한구석에 보면 교환한 타이어를 쌓아놓은 집들이 제법 보이지요.
    카센터 에서도 교환한 타이어는 보관하기 좋게 깨끗한 전용 포장비닐로 포장해서 고객에게 돌려주고요...
    단 한번이 될까말까 하는 적설에도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정말 본받을만 합니다.
    개인 취향이지만, 차량에 다른 옵션 장착하고 멋내는 것 보다 스노우타이어 준비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놀라게 한 VW 회장 디젤 발언과 그 속내

2015년 9월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폴크스바겐 그룹은 최고경영자 자리에 포르쉐 회장인 마티아스 뮐러를 앉혔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아우디에서 일을 시작했던 그는 전임 회장 마르틴 빈터코른이 아우디에서 VW 그룹으로 자리를 옮길 때 직접 데려가기도 했던 인물이죠.


그는 디젤 게이트로 쑥대밭이 된 그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독일 자동차 업계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런데 마티아스 뮐러가 최근 업계를 당혹하게 하는 발언을 해서 독일이 지금 시끌시끌합니다.

마티아스 뮐러 회장 / 사진=VW


디젤 보조금 정책을 없애자는 디젤차 회사 회장

문제의 발언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는데요. "이제는 우리가 디젤 보조금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전기자동차로 전환이 성공하려면 디젤차 보조금 지급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돈(세금)은 친환경적인 기술 발전을 위해 더 의미 있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 삭감, 전기차 인센티브는 올바른 신호가 될 겁니다. 우리는 견딜 수 있으니 현실적 두려움은 가질 필요 없습니다."


마티아스 뮐러는 독일 정부가 디젤차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을 단계적으로 줄여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요. 디젤 게이트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여전히 디젤차가 중요한 판매원인 자동차 회사 회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독일에서 지금 꽤 신선하게, 혹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에 대한 비판으로 명성이 높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교수의 경우 독일 통신사 DPA와의 인터뷰에서 "경의를 표합니다."라며 그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가 이런 발언을 먼저 했다는 것은 예상 못 했다며 "정말 인상적이네요."라고까지 했죠. 


당황스러운 업계와 정부

헬무트 콜 전 수상 시절인 80년대 중반 독일에서 승용차와 화물차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시된 독일 디젤차 보조금 제도는 매년 우리 돈으로 10조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휘발유의 경우 세금이 리터당 65.45센트이지만 경유는 47.04센트로 리터당 18.4센트가 더 저렴하며 이 차액을 세금으로 채우고 있죠. 이 돈을 기술 개발하는 데 쓰거나 전기차 보조금 등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요.


일단 정부는 당혹감 속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10월 새롭게 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크리스티안 슈미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금 체계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 제1야당 몫인 환경부도 환경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디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맞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차원에서 휘발유 차보다 경유 차가 낫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녹색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뮐러 발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질소산화물에 따른 위협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뮐러 회장은 독일 도시 곳곳에서 논의 중인 디젤차 도심 진입 금지도 찬성한다고 밝히기까지 했죠. '디젤차 도심 진입 금지'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연방 정부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마티아스 뮐러는 뚜렷한 질소산화물 기준을 마련한 뒤에 이에 못 미치는 디젤차에 한해서만 금지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죠. 폴크스바겐 그룹의 최신 디젤 엔진은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상당히 낮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보이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사 디젤차를 구입한 수많은 고객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 자체 테스트 중인 아테온 / 사진=VW


발언 속셈 따로 있는 걸까?

마티아스 뮐러 회장의 파격적인 이 같은 발언에 다임러나 BMW 등은 공식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황하고 놀라는 눈치라는 게 쥐트도이체차이퉁 같은 신문이 전한 분위기였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의도가 이 말 속에 담겨 있는 것일까요?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우선 업계에선 디젤 게이트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폴크스바겐이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했죠. 저는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젤 게이트를 일으켰다는 꼬리표를 아예 뗄 수는 없겠지만 친환경 정책을 드러내며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의도가 분명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이런 의도는 연일 이 소식을 전하고 있는 언론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티아스 뮐러 / 사진=VW


또 한 가지는 전기차인데요. 폴크스바겐은 그룹 차원에서 90조 이상의 천문학적 투자(700억 유로)를 통해 10년 동안 300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2016년 언론과의 연례회의 때 전한 것보다 더 큰 규모죠. 이처럼 엄청난 액수를 투자했는데 전기차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커다란 손실을 겪게 됩니다.


전기차의 빠른 보급을 통해 수익을 이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내어야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에 그는 디젤이 아닌 전기차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의견을 낸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디젤에 대한 자신감이나 투자가 없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수준급의 디젤 엔진을 만들고 있고 수천억을 들여 계속 디젤 엔진 개발하겠다는 발표 또한 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또 요소수 없이 간단하게 질소산화물을 잡는 장치가 독일에서 개발돼 3년 안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프랑스나 그 외 유럽 여러 곳에서 깨끗한 디젤을 위한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협회나 보쉬 그룹 회장도 당분간은 과도기 기술로 디젤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디젤을 전략적으로 계속 밀고 나가려는 분위기에서 그는 어떻게 보면 과감하게 디젤을 내던진 것인데요. 그의 이런 선택에는 놀라운 독일 내 분위기 변화도 한몫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근 독일에서 디젤차의 판매율 감소는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디젤을 계속 붙잡고 가기에는 위험할 정도로 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7월부터 11월까지 독일 내 신차 등록 현황을 잠시 보시죠.

2017년 7월 독일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휘발유 : 56.0%

경유 : 40.5%


2017년 8월 독일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휘발유 : 58.4%

경유 : 37.7%


2017년 9월 독일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휘발유 : 59.7%

경유 : 36.3%


2017년 10월 독일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휘발유 : 60.9%

경유 : 34.9%


2017년 11월 독일 연료별 신차 등록 비율

휘발유 : 61.7%

경유 : 34.0%


자료 : 독일연방자동차청

최근 5개월 동안 판매된 신차의 연료별 점유율 변화는 실로 엄청납니다. 휘발유 자동차는 계속 증가하고 디젤차는 반대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빠른 변화와는 거리가 먼 독일에서 이런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성장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2020년 안에 디젤차의 점유율은 2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2020년 양산 예정인 콘셉트 전기차 I.D. CROZZ를 보고 있는 메르켈 총리. 왼쪽 두 번째가 마티아스 뮐러 회장 / 사진=VW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디젤차의 마지막 보루인 유럽, 그리고 그 안에서도 핵심인 독일 시장의 이런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디젤 이후 시대를 선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느닷없이 터져 나온 그의 디젤 보조금 폐지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이 된 발언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문제는 투표권을 쥐고 있는 국민(운전자)이 그의 이런 발언에 얼마나 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요.


뮐러 회장의 발언으로 당장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수면 아래에 있던 디젤 보조금 문제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 누구인지, 그리고 전기차 시대를 누가 가장 강력하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각인시킨 효과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이게 역효과를 낼지 긍정적 효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죠. 


  • icarus 2017.12.18 11:33 신고

    1. 현 신 디젤엔진에 대한 자신감.
    2. 막대한 전기차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
    3. 이미지 쇄신
    등을 노린거 같은데 정말 스마트하네요.
    경쟁사들 짜증나겠어요

    • 네. 말씀처럼 복합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투자액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전기차가 활성화가 되어야 자기들도 손해가 크지 않을 테니까요.

  • 업자3 2017.12.19 14:17 신고

    먼저 올 한해도 귀하고 좋은 현지 소식 전해 주신데 감사 드립니다.
    뮐러의 발언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글 중간에 언급하신 '요소수 없이 간단하게 질소 산화물을 잡는 장치가 독일에서 개발되어 3년안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는 생소한 정보인데요 혹시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아마 정보가 궁금하셨던 모양인데요. :) https://www.kfz-betrieb.vogel.de/ohne-adblue-forscher-entwickeln-neuen-nox-kat-a-656873/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 연구소 홈피 찾아 가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 업자3 2017.12.21 22:32 신고

      알려주신 링크 기사에서 언급된 기술은 오래된 개념이고 많이 시도되어 온 것입니다. Urealess SCR, Passive SCR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적절한 암모니아 양을 원하는 시점에 얻을 수 없으므로 일반 SCR대비 효율이 낮을 수 밖엔 없습니다. 효율을 높이려면 연비를 손해본다던가 페널티가 있지요. 기사 내용대로라면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기대하나 봅니다.

    • 오래된 개념이고 말씀처럼 시도되어 온 것인데, 만약 양산화가 3년정도 후에 된다면 분명 도움이 되겠죠. 낮아지는 효율이나 연비효율성에 대한 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방안을 마련해야할 테고, 그게 쉽지 않으면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돼 양산은 어렵지 않을까요? 조금만 기다려 보면 어떻게 나올지 결론이 나올 듯합니다.

  • Favicon of http://cfono1.tistory.com BlogIcon cfono1 2017.12.20 13:45 신고

    새판의 승부수를 위해선 안방도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 그저 꼼수로 연명하는 것보다는 결단력 있어 보입니다.

  • 겉보리 2017.12.24 22:32 신고

    매몰 비용을 과감히 내려놓겠다는 결단이 돋보입니다. 판매량 변화의 추이를 읽고 내린 판단으로 보입니다.

    •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용감한 건지 영리한 건지...어쨌든 수면 위에서 논의가 될 듯합니다.

  • 디젤마니아 2017.12.26 16:42 신고

    "디젤차의 지속적 폭락..." 이란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통계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죠.
    저는 위 통계가, "가솔린차의 끝없는 폭증..." 으로 보입니다.

    독일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네요.
    하지만, 휘발유 차의 점유율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디젤차의 수요자가 전기차 등으로는 거의 옮겨가지 않았고, 대부분 가솔린 차로 옮겨갔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이런 속도라면, 2020년이 되기도 전에 가솔린차가 80%는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가솔린차에 집중해야만 하겠네요.

    그 얘기는, 전기차 등이 보편화되기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얘기고, 디젤도 배출가스에 대한 더 나은 기술만 접목되면 얼마든지 회복될 수가 있다는 얘기가 되겠고, 제 생각에는 뮐러 회장의 발언은 디젤게이트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만회하려는 일종의 영업전략 또는 경영전략 내지는 정치적인 제스쳐로 생각됩니다.

    • 디젤의 판매량 감소의 가장 큰 수혜는 가솔린 자동차들이죠. 물론 플러그인과 순수 전기차 등도 판매수로만 보면 아직 비교 상대가 안 되지만 성장률로만 보면 대단합니다.

      문제는 이런 가솔린 증가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에 따른 벌금을 걱정해야 하는 제조사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는 건데요. 이미지 실수를 만회하는 것 못지 않게 90조 투자하기로 한 기업 입장에서는 빨리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싶네요.

배출가스 테스트로 울고 웃은 BMW와 아우디

요즘 독일은 한 자동차 배출가스 테스트 결과로 시끄럽습니다. 장본인은 BMW 320d인데요. 독일 환경 단체 도이체 움벨트힐페(Deutsche Umwelthilfe, 이하 DUH)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총 여덟 번에 걸쳐 320d 왜건 모델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도로에서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요즘 디젤차에서 문제 되고 있는 질소산화물(NOx)이 기준치(80mg/km)를 평균 2.6배, 실험실 대비 최대 7배 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DUH는 폴크스바겐이 그랬던 것처럼 320d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장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독일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20d 투어링 / 사진=BMW


BMW는 제기된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에 대해 '그룹 차원의 행동이나 기술적 조치는 없었다'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DUH는 연방 자동차청이 자신들의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조사를 착수할 것으로 거듭 요구했고, 결국 의혹에 대한 조사를 정부가 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BMW였기에 더 쟁점이 된

문제가 된 320d는 2016년 출시돼 주행거리 2만km 수준의 유로6 모델로, DUH가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실도로 배출가스 테스트(RDE) 프로그램에 따라 10월 베를린에서 테스트 됐습니다. 아우토반과 지방도로, 그리고 시내 등 총 31.5km 구간을 8번에 걸쳐 달렸고 여덟 번 모두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넘어서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실도로 테스트에서 질소산화물 유로6 기준(80mg/km)을 달성하지 못한 게 320d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테스트 된 모델들이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죠. 그런데 왜 320d에 이런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일까요? DUH에 따르면 테스트 차량은 2,000rpm부터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제한되기 시작해 3,000rpm에 이르면 후처리 장치가 멈췄습니다. 그간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 의혹을 받아온 제조사들과 같은 패턴을 보인 것이죠.


BMW는 비교적 독일 브랜드 중 질소산화물 배출이 낮은 곳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독일 아데아체 테스트 결과나 연방 자동차청의 테스트에서도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줬죠. 청정 이미지가 있는 제조사였기 때문에 이번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320d의 테스트 모습 / 사진= DUH


DUH 테스트에서 합격 받은 자동차들

그리고 기대 이상의 결과 얻은 Q7

도이체 움벨트힐페는 2016년부터 자체 배기가스 측정 기관을 두고 계속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2017년 9월까지 총 74대의 자동차가 실제 도로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이중 유로5 모델 5개와 유로6에 속하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 5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64대가 모두 유로6에 해당하는 디젤 자동차들입니다. 여기에 최근 320d가 추가됐죠.


현재까지 이 단체에서 테스트 된 유로6 디젤차 중 80mg/km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모델은 아우디 3개, 메르세데스 2개, 그리고 폴크스바겐 2개입니다. 브랜드 평균으로 봤을 때 가장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것은 폴크스바겐이었고, 그다음이 아우디, 벤츠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체 디젤6 중 가장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것은 최근에 테스트 된 아우디 Q7으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위 : 아우디 Q7 (26mg/km)

2위 : 아우디 A5 2.0 TDI (40mg/km)

3위 : 메르세데스 E 200d (43mg/km)

4위 : 메르세데스 E 220d 세단(44mg/km)

5위 : 아우디 Q3 2.0 TDI 콰트로 (48mg.km)

6위 : 폴크스바겐 샤란 2.0 TDI (67mg/km)

7위 : 폴크스바겐 트랜스포터 2.0 TDI (118mg/km, 승합차의 경우 질소산화물 기준치는 125mg/km)

Q7 / 사진=아우디


DUH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아우디는 전체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A8 L 4.2 TDI(2014년 모델) 모델이 최대 17.8배나 기준치를 초과하며 브랜드 전체 평균을 까먹고 말았죠. 다만 최근에 만들어진 아우디 디젤 모델들은 거의 기준치 근처에서 결과를 내고 있고 Q7은 그중에서도 가장 적은 배출 능력을 보여주며 개선되었음을 확인시켰습니다.


Q7이 내놓은 결과는 웬만한 가솔린차 보다 낮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며 하이브리드 수준에 다가가는 결과였습니다. 아우디에겐 희소식이 분명합니다. 반면 BMW는 이번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 의혹으로 그간 누린 청정 이미지에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부 조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모든 관심이 BMW에 쏠린 나머지 Q7이 만들어낸 유의미한 결과는 어떤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관심을 받든 그렇지 않든, 유해 배출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겠습니다. 배출가스 문제만이 아닙니다. 기술에 대한 투자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본질적 해법을 모든 제조사가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추신 : 포털 다음 자동차 섹션에 제 칼럼 코너가 오픈을 했습니다. 어제 올린 글 못 읽으셨을 분들을 위해 링크 걸겠습니다. 포털 칼럼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 해당 글의 브랜드 표기는 포털의 규칙에 따른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http://v.auto.daum.net/v/LgspSKszcZ



  • 푸른눈 2017.12.08 07:41 신고

    다음에서 먼저 보고왔는데 다음 칼럼 소개해주셨네요~
    예전 다른 TEST도 그랬던걸로 기억하지만 결과가 아우디 폭스바겐이 평균적으로는 참 좋은데....아쉽네요.
    하여튼 그 계기로 제조사들이 제대로 만들어야되니 한번은 터졌어야 되는 일인거 같네요.

    • 아, 다음에서 먼저 보셨군요. :) 신형 TDI 엔진은 질소산화물 배출에 있어서 만큼은 신뢰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제조사들의 지금까지의 관행? 아니면 공공연하게 비밀처럼 서로 감추고 있던 부분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고,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제대로 승부하는 기술 기반의 자동차 회사들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 인천gt 2017.12.08 23:23 신고

    일본도 빵빵 터지고 역시 세상은 사기꾼이 참 많네요.

  • 맨큐 2017.12.09 18:08 신고

    안녕하세요..
    뜬금없이 궁금한게 있어 하나 여쭤보고 싶습니다.
    혹시 유럽에서도 주차 시,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앞유리에 전화번호를 남겨놓는지요?

    • 제가 경험한 유럽 국가들은 전화번호 차 앞에 안 적어 놓았습니다. 이중 주차 같은 것도 없고, 설혹 잘못된 주차로 인해 차량을 치워야 할 때는 일단 경찰에 연락하면 경찰이 확인 후에 차주에게 연락을 취하더군요. 그래도 안 되면 견인해야겠죠. 유럽에서는 개인 정보 같은 거 프라이버시 문제로 우리 식으로 노출 안 하죠.

  • 겉보리 2017.12.24 23:55 신고

    선한 자본은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뻥 연비 잡은 것은 결국 법이었다

국제 청정 운송 협의회(ICCT)는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불법 프로그램으로 연비와 배출가스를 속였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입니다. 이 기관은 매년 제조사가 밝힌 공인연비와 실연비의 차이를 연구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독일 자동차 매체 아우토빌트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자체 실연비 테스트 내용부터 영국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 8개 나라 14개 기관과 전문지의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ICCT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개인용 자동차의 경우 실연비와 공인연비의 편차가 39%, 법인 등에서 쓰인 업무용 자동차는 편차가 45%나 됐습니다. 평균 42%였으니 유럽 공인연비 방식(NEDC)이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 알 수 있죠? 그나마 2016년 결과는 분석을 한 이후 처음으로 실연비와 유럽 공인연비의 편차가 줄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겠군요.

실험실에서 연비 및 배기가스 측정 중인 모습 / 사진=tued-sued


허점 많은 제도 그리고 꾸준한 언론과 기관의 문제 제기

이처럼 유럽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연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제도 때문이었습니다. 1992년부터 실시된 유럽 연비 측정법(NEDC)은 적용 이후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죠.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자체 테스트 결과와 공인연비와의 차이를 나란히 놓고 끊임없이 비판했습니다. 


또 연비나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연구하는 기업과 환경단체들도 실험 결과를 내놓으며 제조사는 물론 허술한 측정법 개정해야 한다며 유럽연합과 정부 등을 압박해 나갔고, 결국 유엔 산하 유럽 경제위원회가 주도해 오랜 진통 끝에 신연비 측정법(WLTP)이 올 9월 1일부터 적용되었습니다. 

ICCT의 실연비와 공인연비 편차표 / 자료=ICCT


제조사들의 적극 대응 끌어내다

EU 외 우리나라 등, 비 유럽 28개국이 이 새로운 연비 및 배출가스 측정법을 완전, 혹은 일부 적용하기로 했고 일본도 적용할지 검토 중에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가 중간에 발을 뺀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적용하게 된 신연비 측정법에서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제 도로를 달리며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 정도를 측정하는 RDE 방식이 적용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시트로엥의 RDE 테스트 장면 / 사진=PSA


30분에 걸쳐 23km 이상의 거리를 때로는 시속 13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등, 실제 도로를 달릴 때 맞닥뜨리게 되는 조건을 가급적 테스트에 많이 담았습니다. 제조사들이 최대한의 연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기존의 실험실 조건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 것이죠. 


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조금은 물러선 느낌도 있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제도로 인해 자동차 회사들은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하게 됐습니다. 푸조-시트로엥 그룹은 본격적으로 신연비 측정법이 시행되기 전, 약 1년 반의 긴 기간에 걸쳐 외부 기관과 협력해 자체적으로 RDE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총 60대의 자사 자동차가 430개의 도로에서 총 4만km 거리를 주행했고, 여기서 나온 결과는 소비자에게 공개됐습니다. 연비에 대한 자신감이자 투명하게 배기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적 대응이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독일 폴크스바겐도 철저하게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WLTP 대응을 위해 테스트 시설과 장소 6곳이 추가로 공사에 들어갔다고 독일 언론이 전하기도 했습니다. 바뀐 제도가 제조사들을 적극적으로 연비와 배출가스 문제에 나서게 한 것이죠.

RDE 테스트 중인 아테온 / 사진=폴크스바겐


좋은 법이 좋은 시장을 만든다

자동차 회사들은 늘 문제가 있다면 법을 만들어 해결하라고 말합니다. 뒤집어 보면, 법에 규정되지 않은 문제는 자동차 회사 스스로 나서 해결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유럽의 공인연비 역시 그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제조사들은 영리하게 대응해왔습니다. 허점이 있어 그것을 이용한 것일 뿐, 누구도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법이 바뀌었고, 그들은 이제 바뀐 상황에 충실히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냉정한 속성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좀 더 소비자, 시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 요구하고 압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비판을 독자들은 유권자의 목소리로 변환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2021년이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브랜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로 맞춰야 하죠. 어기게 되면 그 위반되는 배출량만큼 엄청난 벌금을 내야만 합니다. 만약 감당할 수준의 벌금이라면 굳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과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환경, 그리고 시민 보건을 위해 타협 없는 정책을 편 입법 및 행정 역량이 만든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법이 소비자 권리를 위해 싸워줄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법이 바뀌기까지 늦은 감은 있었지만 새로운 연비 및 배기가스 측정법을 통해 뻥 연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그리고 배기가스 문제의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 점에 대해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 락토바실러스 2017.11.20 14:37 신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현기로 대표되는 자동차회사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법령 개정이나 강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자동차 산업 전반의 발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국 좋은 자동차 타려면 투표를 잘해야하는거네요~~ㅋㅋㅋ

    • 양심에 호소하고, 그 호소에 감동(?)해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이런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그리기엔 현실이 너무 차갑습니다. ㅎㅎ;

  • 지나가는 2017.11.20 18:46 신고

    좋은 법이 좋은 시장을 만든다. ~~~!!! 이 말에 적극 동의 합니다.
    국내에서도 강력한 법으로 기술이 발전하길 기대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언론도 힘을 써야 될것 같고, 환경단체 및 민간 단체도 활발한 활동을 해야 될것 같네요. 독일 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자동차 메거진도 필요 할 것 같구요. 할일이 많네요

    • 제도와 사회적 인식 등이 함께 성장해야 자동차 회사들도 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다고 봅니다. 말씀처럼 신뢰받고 리딩할 수 있는 그런 매체도 독일처럼 2개 정도는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어야겠고요.

  • 겉보리 2017.12.01 22:26 신고

    법을 잘 만들고 소비자의 인식과 관심이 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

    • 법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이 저는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심받는 만큼 법도 틈이 없어질 걸로 보입니다.

독일에서 논란 중인 도시 제한속도 30km/h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도로를 보통 일반도로라 부릅니다. 이 일반도로는 편도 1차로의 경우 60km/h 이하, 편도 2차로 이상은 시속 80km/h 이내로 최고속도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죠. 도심 최고 제한속도가 바로 여기에 속하는데, 다만 서울의 경우는 이보다 더 낮은 시속 60km/h입니다.  


국토부는 2021년부터 이 일반도로의 최고제한속도를 시속 50km/h로 낮출 계획입니다. 유럽 대다수 국가가 도시 자동차 제한속도를 50km/h로 하고 있죠. 제한속도를 낮추었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가 크게 줄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민안전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그리고 도로 폭이 좁고 보행자 사고 위험이 높은 이면도로는 최고제한속도를 30km/h로 하겠다는 계획도 들립니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은 수준인데요. 하지만 도로 상황이 유럽의 도시들과 다르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반문하는 의견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럽은 우리보다 더 나아갑니다. 도심 제한속도 50km/h의 벽을 무너뜨리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유럽은 대체로 도시 제한속도를 50km/h, 스쿨존은 우리와 같은 30km/h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죠. 독일은 심지어 교통완화지역(Verkehrsberuhigter Bereich)이라는 곳을 1970년대에 만들어 자동차가 시속 10km/h 수준으로만 달릴 수 있게 했고, 오스트리아는 베게그눙스존(Begegnungszone)을 통해 최고 20km/h 이하로만 자동차는 달려야 합니다.

독일의 교통완화지역. 우리의 주택가 이면도로와 비슷하다. / 사진=이완


도심 제한 속도를 30km/h로?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는 부분적으로 도심의 최고제한속도를 더 낮춰 시속 30km/h로 제한하는 것을 논의하거나 이미 부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영연방 구성국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로, 수도 에딘버러 중심부는 물론 도심의 약 80%가 자동차 속도를 30km/h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죠. 


그 외에도 스위스, 프랑스 등 여러 나라 지자체별로 최고속도를 30km/h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는 이런 흐름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수도 베를린에서 대기 상태가 좋지 않은 다섯 지역의 제한속도를 30km/h로 낮추려고 합니다. 독일 교통안전부, 베를린시 교통부, 그리고 환경단체와 녹색당 등이 지지하고 있는데요.


독일 연방환경부가 올해 4월이었죠. 일부 도로를 제외하고 독일 전체 도심 지역의 최고제한속도를 30km/h로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또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들을 보호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시속 50km/h에서의 충돌 시 보행자 사망률은 50%에 가깝지만 30km/h로 낮추게 되면 한 자리 숫자로 사망률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요. 우선 이번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자유민주당(FDP)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정당으로 평가되는 곳으로, 메르켈 정부의 새로운 연정파트너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또 독일 교통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도 반대 의견입니다. 


배기가스가 문제라면 기술을 통해 해결해야지 이런 규제 방식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튀링겐 주도인 에르푸르트시 교통부 역시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죠. 만약 최고제한속도를 30km/h로 하게 되면 오히려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피해 운전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교통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베를린 시내 / 사진=픽사베이


베를린은 서울보다 크고 인구는 350만 명 수준으로, 독일에서는 비교적 넓은 도로가 잘 닦인 도시입니다. 이런 곳 대부분을 제한속도 30km/h로 낮춘다는 건 불필요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베를린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 다섯 곳을 지정해 이번 달부터 실제 교통량과 제한속도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면 베를린 시내 제한속도는 점진적으로 시속 30km/h로 바뀔 것이고, 다시 독일 전역으로, 그리고 유럽 전체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행자 보호만큼이나 도심 제한속도 문제가 이제는 환경 부분까지 연결되었기 때문에 제한속도 문제는 보다 큰 틀에서 논의하는 게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강하게 자신들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정말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독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유럽 전체가 또한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그 결정은 상당히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정말 면밀하게 검토하고 객관적 자료를 통해 시민 설득 과정이 있어야겠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멀리 있는 곳의 이야기이지만 나비효과처럼 베를린에서의 날갯짓이 우리나라 교통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과연 독일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 겉보리 2017.11.09 00:06 신고

    속도가 낮다고 배기가스가 덜 나쁜 건 아닐 텐데, 정말 목적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 그렇죠. 그래서 일단은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결론을 내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독일 언론들은 배출가스와 직접적인 연결을 시키면서 보도를 하더군요.

    • 지나가다 2017.11.10 01:21 신고

      속도가 낮으면 엔진 부하가 줄어드니까, 그만큼 배기가스를 저감할수 있죠. 특히 질소산화물은 고온고압에서 생성되니까요. 더구나 하이브리드차량의 경우 전기로 구동하는 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거고요.

    • 겉보리 2017.11.10 22:34 신고

      맞습니다. 고속주행에서 배기가스 배출이 많아지고 오염도 심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경제속도 구간보다 너무 저속주행을 지속할 때 연료 소모가 늘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게 되겠죠.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BMW X2, 독일에서 비판받은 이유

BMW가 신형 SUV X2를 공개했죠. 인기 브랜드의 새 모델이라 독일에서도 관심이 높았는데요. 그런데 이 차가 공개된 후 칭찬보다 비판적 의견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독일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인 모터토크나 아우토빌트와 같은 전문지 등에 여러 의견이 올라왔는데, 비판은 크게 3가지 정도였습니다. 어떤 얘기들이었을까요? 

X2 / 사진=BMW


“이거 쿠페 맞아?”

가장 많이 보인 의견은 X2가 쿠페형 SUV가 맞냐는 것이었습니다. BMW는 SUV의 경우 X3 쿠페형을 X4, X5 쿠페형을 X6로 구분 지었죠. 그러니 X2를 X1의 쿠페형으로 보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위장막 상태에서 공개되었을 때부터 쿠페라고 할 만한 느낌이 안 보인다며 얘기들이 나왔고, 따라서 이 부분 논란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X1 / 사진=BMW

X2 / 사진=BMW


 제원표를 보면 X2는 X1보다 높이가 대략 70mm 정도 낮습니다. 하지만 전체 라인을 보면 쿠페의 완만하고 낮게 떨어지는 지붕 스타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상위 모델인 X3와 X4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눈으로도 구분이 되는 차이가 있었죠.

X3 / 사진=BMW

X4 / 사진=BMW


그렇다면 왜 이렇게 X2 디자인을 쿠페답지(?) 않게 한 걸까요? 아마도 2열, 그러니까 뒷좌석의 머리 공간 부족을 염려한 게 아닐까 합니다. X3만 하더라도 좀 더 실내 공간이 있고 지상고가 높아 SUV의 느낌이 나지만 X1은 처음부터 SUV치고는 차의 높이가 낮았습니다. 


그러니 X2를 X4처럼 지붕 뒷부분을 깎아내게 된다면 뒷좌석 머리 공간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높이 전체를 낮추고 전장을 X1보다 짧게 (휠베이스는 동일)하고, 마지막으로 차의 폭을 좀 더 넓힌 후, 강력한 인상을 심어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협의를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X2 / 사진=BMW


실물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X1과 X2의 스타일 차이를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 ‘크게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콤팩트 SUV’가 나온 거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친 것이죠. 하지만 좀 더 큰 틀에서 이번에 X2 쿠페 논란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쿠페는 문이 2개에 낮게 떨어지는 지붕을 가진 스포티한 자동차를 지칭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쿠페라고 하면서 문이 4개가 되었고, 심지어 SUV에도 쿠페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X6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쏟아진 무수한 비판과 비난은 쿠페를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전통적(혹은 경직된) 시각을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쿠페는 이런…? BMW 콘셉트 8시리즈 / 사진=BMW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틈새시장을 개척해 먹고 살아야 하는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인기 있는 쿠페와 인기 있는 SUV의 조합은 거부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X2가 쿠페냐 아니냐는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듯합니다. 특히 X1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디자인이 왜 이래?”

두 번째로 많이 눈에 띈 내용은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BMW 디자인 흐름 속에서 보면 X2는 크게 이상한 구석(?)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독일인들, 그중에서도 자동차에 관심이 높은 이들 눈에는 BMW 디자인이 점점 아시아 자동차와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심플함이 매력이었던 BMW 디자인이 복잡하고 강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결합했고, 이런 흐름은 X2에서 또한 잘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어떤 독일 네티즌은 토요타를 닮아가려고 그러냐는 쓴소리를 했고, 어떤 이는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BMW가 만든 기아, X2는 BMW가 만든 현대”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죠. 아마도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기아 카렌스와 비슷한 면이 있고 X2의 경우는 뒷모습이 현대 투산과 비슷해서 이런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투산 / 사진=현대자동차

X2 / 사진=BMW


갈수록 자동차 디자인이 비슷해지고 있는 요즘 분위기를 생각하면 꼭 현대와 BMW만 놓고 이야기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BMW에게는 분명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나마 C필러에 로고를 넣는 등, 재미있는 디자인 포인트를 준 것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요. 사실 이 디자인 방식은 수십 년 전에 나온 3.0 CSL이나 2000 CS 등에 적용되었던 것입니다. BMW의 정체성을 아마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런 정도로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X2 C필러에 새겨진 로고 / 사진=BMW

60년대 중반 출시되었던 2000 CS C필러에도 로고가 있다 / 사진=BMW


또 실내 디자인도 이제는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보였습니다. 디자인 일관성도 좋지만 경쟁 메이커들 변화 수준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실 자세히 보면 실내 또한 계속해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차에는 익숙한 패턴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반영되길 바라는 것이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BMW 실내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느낄 만한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X2 실내 / 사진=BMW


그밖에 전륜구동 방식 또한 여러 차례 언급되었습니다. X1이 사륜과 앞바퀴 굴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플랫폼을 이용한 X2 역시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MW 팬들은 여전히 뒷바퀴 굴림이 아닌 BMW를 낯설어하는 듯합니다. 펀 드라이빙, 후륜 방식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BMW에 앞바퀴 굴림이라뇨. 하지만 공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BMW의 C세그먼트 이하에 전륜 방식 적용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 확장될 겁니다.

X2 / 사진=BMW


X2는 실용성을 우선하는 자동차는 아닙니다. 운전의 즐거움, 다이나믹한 스타일이 주는 맛을 느끼려는 운전자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과연 앞바퀴 굴림으로, 그리고 쿠페인 듯 쿠페 아닌 듯한 애매한 인상으로, 거창한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ports Activity Coupe)라는 구호가 부끄럽지 않을 주행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것이 결국은 X2 성공 열쇠가 될 듯합니다. 달리기 성능에서만큼은 실망이 아닌 "역시 BMW네"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나가는 2017.11.02 22:20 신고

    x2는 파격적으로 2도어 SUV 쿠페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데요....
    너무 무리인가요....

    • 오히려 그게 변별력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이 팔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4도어가 더 낫겠죠. 일단은 주행성능에서 X1보다 얼마나 더 뛰어날지, 그게 중요한 성공의 포인트가 될 걸로 생각네요.

  • icarus 2017.11.03 13:51 신고

    출시하는 신차 마다 실망의 폭을 넓혀가는군요.

  • lishre 2017.11.05 00:01 신고

    독3사중에 제일 디자인 맛탱이 간게 BMW. 뱅글시절엔 트렌드세터였는데 지금은 구제불가능

    • 사실은 뱅글 시대 이전의 60~70년대 디자인이 더 좋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기 역학이나 충돌 안전성 문제 등으로 그때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뭔가 그 때의 bmw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계속 갖게 되네요.

  • 겉보리 2017.11.08 23:59 신고

    2000cs는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군요.

    그동안 일터를 옮기느라 격조했습니다. 여전히 좋은 글 올려주고 계시네요. 고맙습니다. ^^

    • 저 때의 디자인이 정말 BMW 최고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시 찾아주신 거, 무엇보다 반갑네요. 앞으로도 좋은 의견과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