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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우토반에서 유령운전자 만났을 때 요령

유령운전자? 무슨 얘긴가 하실 텐데요. 얼마 전 독일의 한 아우토반에서 새벽 안개 속에 역주행하는 운전자로 인해 대형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이로 인해 6명인가 사망했죠. 독일은 이처럼 역주행하는 사람들을 '유령운전자'(가이스터파러- Geisterfahrer)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표현이 섬뜩하긴 하지만 왠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드네요.

 

작년 한 해 동안 독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991명이고, 이 중 유령운전자에 의해 20명이 사망했습니다. 물론 운전자 포함해서요. 실제로 라디오 등에선 "가이스터파러가 지금 어디에 있다"는 경고방송을 의외로 자주 듣게 되는데요. 그만큼 역주행 운전이 자주 발생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교통부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런 역주행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Photo : badishe-zeitung.de

  

최근에는 역주행 다발(?)지역에 이런 표지판을 세워놓기 시작했는데요. 솔직히 저는 프랑크푸르트 공항근처에서 운전할 일이 많아서 이런 뉴스를 자주 듣습니다만, 예전부터 독일어로만 되어 있는 교통표지판 때문에 외국인들이 렌터카를 이용해 운전하면서 발생하는 자잘한 문제들이 많다고 불만을 표시하곤 했습니다. 역주행도 그 문제들 중 하나죠. 그나마 저렇게 영어로 된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러면 독일이란 나라에서 이런 역주행이 생각 이상으로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언론들은 음주운전의 경우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을 이야기 합니다. 또 운전이 미숙한, 그러니까 초행길이거나 연로한 운전자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보는 것이죠. 미국이나 그밖의 나라에서도 이런 노인운전자들의 역주행 사건은 종종 보도고 되고 있죠. 꼭 독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외에는 졸음운전도 고속도로 역주행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고, 또 하나가 '객기'운전입니다. 담력을 테스트한다거나 여자친구나 아내와 다투고 분풀이를 하듯 운전하는 그런 경우들인데요. 한마디로 지 성질에 못이겨 애꿎은 타운전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적 인물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역주행이 제법 있죠? 음주단속 피해 도망가는 역주행, 견인차들의 불법영업에 따른 역주행 등등.

 

어쨌든 의외로 역주행의 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아 보입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아우토반에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건 독일이 고속도로가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도심에서 아우토반 진입이 굉장히 쉬운 나라 중 하나죠. 하지만 잘 발달 되어 있는 반면 진입로나 진출로 주변으로 대체로 숲으로 우거져 있고, 또 우리나라처럼 가로등이 많지 않아 야간 주행에선 교통표지판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행에, 외국인에, 야간운전이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여기 동영상 하나 우선 클릭해 보시겠어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진출로 주변으로 나무밖에 없습니다. 가로등도 없죠. 주택가 초입이나 정류장 근처, 이런 곳 아니면 독일은 밤에 가로등 보기 어렵습니다. 시내도 어두운 편이구요. 우리나라는 전기 많이 쓰는 편입니다. 좀 아꼈음 하네요. 암튼, 지금 진출로로 나가는 순간 차 한 대가 멈춰 있죠? 만약 야간에 차가 없고, 저기 역주행하다 멈춰선 차가 아무것도 모르고 속도를 내고 들어오다 이 차와 맞닥드린다 생각해보세요. 끔찍한 결과를 맞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출로와 진입로 표시를 영어로 병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일에선 가이스터파러에 대한 대응 지침 같은 게 있습니다. 우선 라디오 등을 통해 내가 운전을 하고 있는 고속도로로 역주행하는 차가 있다고 확인이 되면 서행을 해야 합니다. 혹시나 해서 멈춰서는 일은 오히려 추돌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멈추지 말고 서행을 하면서 우측 차선으로 붙어가야 하구요. 물론 이런 상황에선 추월은 절대 안됩니다. 

 

그리고 앞 차와의 간격을 최대한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그래도 불안하다고 하며 가장 빠른 진출로로 빠져 나가거나 주변의 휴게소 등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또 갓길 쪽으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갓길의 상황도 주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의 경우 라디오 전원만 켜져 있으면 음악을 듣든 뭘하든 긴급 교통상황이 발생하거나 해소가 되면 강제적으로 알려주게 되어 있습니다.

 

MP3나 CD로 음악을 듣는 중에도 긴급방송이 나오면 바로 넘어가는 거죠. 저는 이런 시스템은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되면 참 좋겠단 생각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기본적인 역주행 차량에 대응하는 방법들을 숙지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알리고 있고, 좀 더 제도를 보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유령운전자들로 인한 사고는 갈수록 줄어들지 않겠나 기대를 가져 봅니다. 늘 안전운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