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폴크스바겐 회장 마틴 빈터코른의 못말리는 행보


폴크스바겐 회장 마틴 빈터코른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작년 프랑크푸르트모토쇼에서 현대 i30 관련 에피소드일 겁니다. 핸들 유격에 대해 "왜 우리도 못하고 BMW도 못하는 걸 현대는 하는가?" 라는 얘기가 유투브로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죠. 독일 언론은  마틴 빈터코른이나 i30 얘기가 나오면 그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게 하나의 흐름이 되었을 정도니까요.

의도했건 아니건 VW 회장의 이 에피소드 한 방으로 현대는 엄청나게 큰 광고효과를 거뒀죠.  하지만 빈터코른 회장의 이 날의 언행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구요? 마틴 빈터코른이란 사람 자체가 일단은 어지간한 모토쇼는 다 쫓아다니며 메이커 안 가리고 차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구요. 그러면서 괜찮은 차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때마침 그가 현대 i30를 둘러 볼 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동영상 촬영을 한 사람이 있었고, 이것이 공개돼 일반인들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다는 점이 다른 때와는 달랐다고 할까요? 우리 언론엔 소개가 안되었지만 i30를 보고 난 뒤에 그는 바로 혼다 시빅을 둘러보면서 역시 줄자로 이것저것 재보고 만져보는 등의 평소의 행보를 계속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도 그의 행보는 언제나처럼 적극적이었는데요.


                                            ⓒ Die Weit -Dirk Weyhenmeyer/sp-x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 빈터코른 회장은 메르세데스 신형 SL 모델을 둘러보는 모습이 엊그제 공개됐습니다. 개발담당 울리히 하겐베르크 씨를 옆에 두고 뭔가를 한참 얘기나누는 그를  마침 현장에 있던 다임러 회장이 알아보게 되는데요...

                                             ⓒ Die Weit -Dirk Weyhenmeyer/sp-x


콧수염으로 유명한 다임러 회장 디터 쳇쉐 박사가 그를 맞았고, 두 사람을 비롯한 양 메이커 임원들이 차에 대한 이야기를 제법 열심히 나눴던 모양입니다. 특히 140kg의 몸무게를 줄인 신형 SL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이런 바지런하고 꼼꼼한 회장님 모시고 다니려니 직원들 참 많이 긴장도 하고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마틴 빈터코른이란 사람의 과거를 살짝 돌아보면 그의 이런 거칠것 없어 보이고 세세한 행동들이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그의 이름이 자동차업계에서 부각된 것은 아우디 시절이었습니다. 아우디에서 마틴 빈터코른이 주력했던 것이 바로 자동차의 품질을 책임지는 '품질보증업무'였습니다. 그러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이 아우디에서 모회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그도 모회사의 품질보증담당 이사로 영전하게 된 것이죠.

옮기고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자회사 스코다가 생산하는 파비아의 양산 문제 해결이라는 특명을 받고 '개발담당이사'직으로 스코다로 다시 옮기게 됩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워낙에 자동차 관련 기술지식이 높고 성격까지 꼼꼼했던 그였기 때문에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은 그를 회장시절부터 무척이나 아끼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틴 빈터코른이 지금의 회장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자동차의 품질과 비용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능력'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틴 빈터코른이란 이름 석자, 아니지 여섯자를 세상에 각인시킨 것은 바로 VW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만들어낸 기함, 페이튼의 탄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점이었는데요. 그는 페이튼 개발 참여 후, 이를 뒤로한 채 다시 자신의 지금이 있게 한 아우디 회장직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VW그룹 전체를 이끄는 수장으로 다시 한단계 올라서 있고, 2016년까지 회장직의 연장을 이사회로부터 승인받으며 자신의 행보가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공격적인 경영전략은 포르쉐를 인수하는 능력에서 다시 한 번 발휘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기회되면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포르쉐 인수합병 사건과 함께 2018년까지 토요타와 G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차 많이 파는 메이커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내세웠고 그 계획이 헛된 구호가 아님을 확인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차 나왔다는 얘기가 나오는 곳은 어디라도 마다않고 찾아가 직접 확인하고 챙기는 엔지니어적 마인드. 거기에 오랜세월 여러파트를 거쳐오면서 익힌 경영마인드가 어우러져 지금의 업계 리더 메이커로 VW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록 밑에 직원들은 좀 피곤하겠지만 이런 확실한 실전형 전문 경영인이 떡~하고 버티고 있는한 독일차의, 아니 VW의 약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마틴 빈터코른씨, 모토쇼에서 열심히 이차 저차 꼼꼼하게 챙기고 있을 심퉁스런 표정의 당신이 이젠 조금 친근하게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