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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대차, 왜 독일에선 잘되고 프랑스에선 안될까?


현대자동차가 작년 독일에서 토요타를 판매량에서 제쳤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게 아마 처음 있는 일이어서 현대차 입장에선 감회가 새로웠을 것입니다. 정말 현대차가 처음 유럽땅을 밟았을 때의 수모와 굴욕적인 평가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란 표현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차는 유럽 전체로 보면 점유율이 낮은 편입니다. 독일에서의 선전과는 별도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먼 것이 사실인데요. 품질과 브랜드가 많이 올라섰어도 워낙에 유럽 토종 브랜드들이 굳건히 자릴 하고 있기에 먼저 유럽문을 두드렸던 일본 업체들도 기를 못펴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한일 업체 모두는 한편으론 같은 처지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유럽시장 공략에 대해 현대차가 누구 보다 더 잘 계획을 하리라 생각은 합니다만 혹시 몰라서, 부족하지만 제 나름의 시장 분석을 해볼까 합니다. 계획적이지도 않고 많은 자료를 근거로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또 모르죠. 현대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런지... 매 번 현대차 깐다고 뭐라고 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오늘 포스팅은 덜 불편할 거라 생각이 드는군요. ^^;

그렇다면 왜?

현대차는 독일에서는 괜찮은 성적과 성장을 보이는데, 바로 옆 나라 프랑스에서는 기를 못 펴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가장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은 바로 현대 i30라는 모델입니다. 왜냐구요?



1. 두 나라의 현대차 명암? 

                                          i30 판매량이 만든 명암! 


유럽형 모델인 i30은 잘 아시다시피 해치백 준중형 모델이죠. 현대차가 그렇게 까이어도 이 모델 만큼은 인정을 한국에서도 받는 분위기입니다. 판매도 해치백으로선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많이 되었고, 일부에선 우스개소리로 '현대가 실수로 잘 만든 차' 라고도 합니다. 바로 이 i30의 판매량 차이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상반된 성적을 내게 한 핵심 키였던 것입니다.

우선 현대자동차가 독일에서 2011년 한 해 동안 팔아치운 자동차는 총 8만6866 대였습니다. 토요타가 8만3204 대였죠. 사실 제가 소개해드린 독일 자료엔 토요타가 8만508 대를 판 것으로 나와 있었는데요. 이 차이는 렉서스를 집어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런 성적으로 스코다와 르노에 이어 독일에서는 가장 많이 판매한 수입차 메이커가 되었고, 유럽 외 지역 수입 브랜드로는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 중 약 40% 정도를 i30가 담당했습니다. 총 3만2697 대가 팔려나간 것이죠. 이 수치는 작년에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100위에서 26위에 해당되는 높은 수치고, 실제로 독일인들이 자국의 차라고 생각하는 오펠과, 독일에 법인과 공장을 두고 있는 유럽 포드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가 됩니다. 대단하죠?

그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블루앤토이님이 알려주신 자료를 토대로 검토해봤더니 프랑스 판매 100위 안에도 i30은 들지 못했습니다. 즉, 독일에서는 3만 대 넘게 팔린 모델이 프랑스에서는 3천대 수준 혹은 그 이하밖에 판매를 못 한 것이죠. 그렇다고 다른 차들이 프랑스에서 i30의 공백을 메워준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독일에서 100위권 안에 없던 토요타 RAV4가 프랑스에선 스포티지 다음 순위에 올라 있을 정도였는데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i30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극과극의 판매결과를 보였던 걸까요?
 



2. 차에 대한 접근문화가 다른 두 나라

결과가 판이한 점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순 없지만 제 판단으로 보면 우선, 독일의 경우 자국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프랑스 못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큰 차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봅니다. 독일 메이커들이 만드는 차들이 실제로 작은차 보다는 준중형 이상의 비싼 모델들이 많은데요. 그 차들을 구매할 여유 또한 높으며, 이런 차들을 소비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은 도로망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독일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에 반해 프랑스는 준중형의 이상 보다는 소형급 모델들이 강세를 보이는 나라입니다. 실제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에서도 르노 메간, 시트로엥 C4, 푸조 308와 3008 등을 제외하면 소형급 모델들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도로 사정도 독일 보다는 좀 더 좁고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독일을 능가하고 있죠. 매우 자기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나라가 프랑스거든요.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면, 똑같이 자신들 메이커의 점유율이 높은 두 나라지만 독일의 경우 준중형 이상의 비싼 자국차가 많이 팔리고,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급 자국모델이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i30 같은 경우는 프랑스에서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푸조, 시트로엥, 르노 등의 동급 모델들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 독일에서는 골프를 제외하면 낮은 가격에 성능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는 i30가 많이 팔렸던 것이 아닌가 추측이 가능한 것입니다.





3. 일본차에 대한 프랑스의 친밀감?


그런데 프랑스 데이타를 쭉 보면 독일에서 밀린 토요타가 현대 보다 월등하게 많이 팔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가 프랑스에서 2만193 대를 팔았다면 토요타는 6만7305 대를 팔아 3배 이상 더 장사를 잘한 것인데요. 닛산은 이 보다 더 잘 팔렸다고 하니 확실히 일본메이커들이 독일 보다는 프랑스에서 상대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뭐 일본 메이커들이 마케팅 전략을 프랑스에 집중했다고 보기 보다는 일본이란 나라, 일본차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이 더 많았다고 보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오래 전부터 친일본적인 색채가 강한 프랑스였기에 어느 정도 타당한 논리가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18~19세기 미술사만 봐도 당시 서양미술계가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 일본 판화와 같은 일본 예술문화였습니다. 

문화적인 면에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잘 받아들이는 프랑스인들에게 그런면에서 일본은, 또는 일본의 자동차는 낯설지 않은 것입니다. 다양한 부분에서 오랜세월 일본의 문화들이 프랑스 사회와 접촉해 있었다면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자세로 유럽을 공략했다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역사나 문화적 기본 없이 그냥 자동차 그 자체로 접근을 한 것이라는 건데요.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보여집니다. 요즘이야 한국 영화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일본 문화의 그 오래된 교류와는 비할 바가 못된다 봐야 합니다. 이런 측면이 현대차의 프랑스에서 고전하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닐까 저는 추측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패션과 회화 중심의 프랑스인들이 일본처럼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특유의 국민적 취향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반면에 철학과 음악 중심의 독일은 아기자기 이런 것 그닥 관심 없죠. 즉, 독일은 성능에 주안점을 둔다면 프랑스는 디자인이나 브랜드에 더 관심을 두는 게 아닌가 하는 게 경험에 의한 판단입니다. 기아 스포티지의 경우가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겠다 싶은데요. 상대적으로 독일 보다는 프랑스에서 선전을 스포티지가 했는데, 이는 스포티지 디자인이 프랑스인들에게 더 어필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3. 그 밖의 요소들...

사실 현대차가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요즘 잘나가고 있는 그 기본에는 독일 자동차인력들의 대거 유입을 들 수 있습니다. 기아의 피터 슈라이어나 현대의 토마스 뷔르클레 수석 디자이너들은 물론 엔지니어들까지 대체적으로 중요한 지위에는 독일인들이 다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이 독일인들의 취향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반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반대로 프랑스시장 접근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같은 내용을 반대로 보면, 결국 독일인들에겐 프랑스인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일본차의 어떤 매력이 와닿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인 프리우스는 디젤 강국인 독일차들이 있고, 중형급의 아벤시스는 파사트 같은 강력한 자국차가 있습니다. 반대로 i40은 완전히 독일시장을 겨냥한 준독일제 차라 봐도 무방합니다.이렇게 현대차는 독일스럽게, 일본차는 프랑스에 조금 더 자연스레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죠.

 또 한 가지 독일에서 토요타의 아픈 부분은, 라브4나 어반 크루저 같은 SUV같은 모델들도 지난 해엔 신통치 않은 판매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요. 투산이나 스포티지가 계속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약점부위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유럽, 그것도 바로 옆나라인 독일과 프랑스에서 한국차 일본차들의 성적과 인식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현대차는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4. 전략...


역시 i30가 관건입니다.

독일에서는 신형 i30에 대한 관심도 크고 평가도 매우 좋습니다. 분명히 올해 현대차의 독일 판매의 핵심 동력이고, 반대로 프랑스에서도 이 i30가 얼만큼 해주느냐가 열세를 만회하는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 또는 영국과 그 외 나라에서 그 나라의 특징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더 구체적인 방법들은 있지만 너무 많이 알려드려도 좀 그렇죠? (분명 저보다 똑똑한 분들이 많은 회사니까 좋은 아이디어들 많이 나오리라 봅니다.)

두 번째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독일 보다는 프랑스에서 상대적으로 현대차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경쟁해야 하는 직접적 모델들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프랑스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옵션정책이나 특별한 디자인 패키지를 구성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쉽게 말해 유럽을 하나의 틀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주요 시장의 경우, 그 시장의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판매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백날 월드컵 후원하고 해도 이런 나라별 특이성을 간과해서는 결국 제자리 걸음만 하게 될지 모릅니다. 만약, 국가별 전략을 세워 그렇게 지금까지 해왔다면 이를 어떻게 보강하고 개선할지, 이제부터 고민이 훨씬 더 커져야 할 겁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몇 마디 적어봤습니다. 전문가들 시선에서는 어줍잖은 내용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어느 한 구석에는 현대차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대차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으니 그 마음은 잘 받아줬음 좋겠구요. 이런 노력의 자세를 한국시장에서도 잘 좀 적용해서 안팎으로 지지와 응원을 얻어내는 메이커로 더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지루한 내용일 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