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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리콜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들


자동차 리콜...제품 결함으로 인해서 소비자 피해의 우려가 있을 때 그것을 방지하거나 재발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 정의가 내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차가 고장이 나서 뭔가 안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제조사가 알아서 혹은 국가기관에 의해 강제적으로 차량을 제조사 부담으로 수리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개적이고 강제적인 조치죠.

그런데 이런 리콜에 대처하는 한국의 제조사나 한국 일부 언론들의 태도가 제가 보기엔 좀 이상하다 싶어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자동차는 기계입니다. 그것도 아주 복잡하고 비싼...문제가 생기면 생명과 직결되는 기계덩어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리시스템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리콜조치인 것이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리콜은 흔히들 두 가지 차원에서 나뉘는데요. 하나는 강제적 리콜이고 또 하나는 자발적 리콜입니다.

강제적은 뭐고 자발적은 뭔가? ... 굳이 나눠보자면 안전기준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을 때를 자발적, 안전기준에 위배된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었을 때는 강제적이라고 구분지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 이 정도밖에 잘 모르니 너무 많은 걸 묻진 말아주십시오;;

그런데 대한민국엔 리콜 외에 아주 흔하게 쓰이는 용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무상수리죠. 이건 뭐냐...안전기준엔 문제가 없는데, 고객들이 불만이 많고 이것이 개선의 여지가 있다 판단될 때, 조용~~~~~히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해 수리를 해주는 그런 것입니다. 리콜은 공표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 무상수리는 그냥 제조사와 문제차의 오너와 은밀하게 해결을 하는 것입니다. 현대 기아차 등이 자주 애용(?)하고 있죠. 축구로 얘기하자면, 공식적인 기록으로 인정 안되는 친선게임 쯤에 해당된다고나 할까요? 전적에 안 남는...

그런데 강제리콜, 자발적리콜, 그리고 무상수리에 대한 얘기가 요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어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강제적 리콜의 경우는 알페온 2.4가 해당되죠. 배기가스 초과 발생이 환경부에 의해 확인됨으로써 알페온 일부 차량들이 수리를 받게 됐습니다. 자발적 리콜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인데요. 뭐 연료공급파이프가 진동에 의해 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누유된 연료로 인해 화재 위험성이 있다 해서 스스로 리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확인된 보고는 없지만 예방, 그러니까 위에 언급된 '방지' 차원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그럼 현대차나 르노삼성은 리콜이 없었느냐? 있었습니다. 올해에 각각 투산과 YF 쏘나타, SM3와 SM5 등이 후부반사기 반사성능 결함, 에어백 제어장치 불량 등으로 리콜조치 당했습니다. 그럼 이것밖에 없는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식 기록에 남는 리콜은 국내차들이 이런 정도일 뿐입니다. 나머지는 무상수리 이하의 조치를 통해 공식적 데이타에 잡히지 않는 조치들만 있는 것이죠. 따라서 데이타 상으론 수입차들이 대단히 많은 리콜을 하는 것으로, 그래서 얼핏 보면 차에 문제가 더 많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YF 쏘나타 핸들 떨림현상이나 그랜저HG 배기가스 실내 유입현상, 그리고 현대 SUV의 에어콘 작동 시 배출가스 발생과 같은 것은  이와 관련된 안전기준이 법규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가 되는 것인데요. 사안만 놓고 보면 더 심각한 내용들 아닙니까? 이런 것들이 무상수리라는 이름으로 (사실 아직 해결방법도 완전히 안 나온 거 같지만)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차 안전성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리콜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흔한 현상입니다. 뭐 이론적으로는 리콜이 없어야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쉽습니까? 어쨌든 문제가 파악되었을 때 나름 양심적으로, 혹 어쩔 수 없이 리콜을 취하는 것은 적어도 리콜에 준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감추려는 것 보다는 훨씬 고객의 입장에선 신뢰를 갖게 해줍니다. 작은 문제라도 예방하고 재발 방지하기 위해 리콜하는 것은 제조사의 당연한 태도이자 긍정적 자세가 아닐까요?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이런 리콜이 대단히 문제가 되고 특별한 것인냥 몰아가고 있습니다.

『네버엔딩 리콜, 수입차 말로만 '고객만족'』

『폭스바겐 리콜, 판매에 제동 걸리나?』 

이런 자극적 제목과 내용들이 한국 메이커들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선택하게 하는 요소들이 된다는 것을 기자분들은 아시는 걸까요?  렉서스가 리콜 대수가 가장 많았네, 볼보가 가장 많은 차종을 리콜했네 하는 등의 기사를 내보내면, 사람들이 "아~ 렉서스랑 볼보 보다 한국차가 훨씬 좋은 거구나." 라고 입을 모아 칭찬이라도 할 줄 알았나 보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리콜은 기업의 양심과 열정을 읽을 수 있는 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개적 리콜 조치를 통해 스스로 계속 품질을 개선해 나가는 인상을 심는 것도 고객들 입장에선 되려 신뢰할 수 있는 부분으로 와닿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리콜 많다고 메이커 문제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리콜에 대한 이해의 부족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의 이 이상한 리콜을 바라보는 시각들,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는 소극적 태도 등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리콜이 좋다는 게 아닙니다. 리콜 안 하고 처음부터 차 잘 만들어야겠죠. 혼 좀 나고, 욕 좀 먹어야합니다! 하지만 회초리질 후엔 문제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줘 고맙다며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맨날 '리콜= 못난 제조사' 이렇게 몰아가니, 영리한(?) 어떤 기업은 목숨걸고 리콜 안 하려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게 더 소비자들 불안케 만드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