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W이 직원들 위해 이메일 서버 끊어버린 이유

폴크스바겐이란 회사는 자동차만 잘 만드는 게 아닌가 봅니다. 아니, 이런 면들이 있기 때문에 차를 잘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

무슨 얘기냐구요? 오늘 독일 언론에 일제히 단신 기사 하나가 떴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는데요. 몇 줄 되지도 않는 기사에 언론사 마다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VW엔 회사에서 제공한 블랙베리폰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약 1,100명 가량 된다. 그런데 이제부터 그들은 퇴근 후 이 폰을 이용해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없게 됐다. 사측은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일에 묶이는 것을 비효율적이라 보고 퇴근 시간으로부터 30분이 경과하면 블랙베리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 받는 서버를 끊기로 결정했다. 일절 업무를 보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다음 출근일 30분 전에야 다시 이 서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물론 기본적인 통화는 가능하지만, 철저히 업무와 사적인 시간을 분리해 직원들이 업무로 부터 받을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회사의 의지표명인 것이다."

슈피겔 같은 정론지는 이런 얘길 덧붙였습니다.

" 요즘은 이메일이다 SNS다 해서 다양한 연락가능한 방법들이 생겨났다. 직장인들에겐 이 것은 결국 긴장의 연속일 뿐이다. 회사는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늦게까지 일하기 원하고, 주말에도 이메일 답변에 응하길 바란다. 오히려 어떤 직원들은 하라고 강요치 않아도 스스로 집에서 업무확인을 하는 등, 100% 일을 잊고 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맞습니다. 칼퇴근의 대명사인 독일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보면, 여기도 한국 못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데요. 어쨌거나 대한민국의 많은 분들에겐 정말 남의 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요즘 어떻습니까?

 회사에서 눈치 주는 것 뿐 아니라, 그런 분위기에 이미 길들여진 사람들은 휴가 중에도 회사 업무용 파일을 열어 보고, 서버에 접속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안 하면 불안한 것이죠. 또 순식간에 쌓이는 업무 때문에 길게 쉬지도 못하는 형편에 이르기까지 한데요. 이런 현상이 과연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나은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 라고 단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폴크스바겐 같은 회사의 조치는 상당히 신선해 보입니다. 역시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독일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는데요, 이 조치에 해당되는 VW 직원들 역시 반가와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성과급 잘 주고, 자사주 나눠 줘 주머니 두둑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냄새 나는 노력 하나가 더 노동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