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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교통시스템을 꿈꾸는 독일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모습이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실제 도로 모습은





                                             ↑ 요런 것에 가깝죠.
 
한정된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흐름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고, 길 위에서 허비하는 시간과 연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돈이 되어 사라지고 맙니다. 더불어 이산화탄소의 배출 또한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죠. 교통시스템을 정비하고 도로를 확장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부분적으로 개선이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도로는 많은 곳이 정체를 보입니다. 뭔가 획기적 방법이 필요할 때죠. 그런데 과연 그런 획기적 교통시스템이라는 게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쩌면 독일이 가장 먼저 내놓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오랜 준비끝에 꿈의 교통시스템의 완성을 위한 실험이 실제 도로 위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한 장의 도로 그림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그림은 앞으로 독일이 새롭게 만들어 낼  자동차 교통시스템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지금부터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협력 업체들이 중심이 돼, 새로운 도로교통 시스템이 준비, 실험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다임러와 BMW, 그 외의 메이커 그리고 부품 업체로 잘 알려진 콘티넨탈과 보쉬 등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처에 3년간 준비해 온 새로운 교통시스템을 테스트장을 마련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계획한 것이 현실화 된다면, 앞으로 7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실제 운전자들은 자동차에 앉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의 도로 상황을 거의 완전하게, 그리고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씨는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목적지까지 운전을 하고 가 고객과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났는지 차들이 밀려 있어 결국 제 시간에 다다르지 못해 고객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B 씨는 같은 장소를 가는데 30분 안에 도착이 가능했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B 씨는 출발 전 자동차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목적지까지의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B 씨는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사거리 한 군데에서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 있고, 다른 우회도로 쪽으론 다행히 차량 흐름이 원활하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B 씨는 우회도로를 이용해 막힌 곳을 피할 수 있게 됐죠.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린 B 씨는, 우회전을 해 5분 정도 직진을 하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신호가 바뀌고 우회전을 하려는데, 신호등에서 정보를 보내옵니다. 우회전 하자마자 공사현장이 있기 때문에 추돌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정보였던 것이죠. 그는 그 정보 덕에 속도를 줄여 충분히 도로 상황을 살필 수 있었고, 다행히 아무탈 없이 공사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목적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약속 장소엔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달린 시스템을 통해 주변 주차장 현황을 파악합니다. 목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도보로 3분 거리. 현재 주차 여유는 약 20여 대. 주차가 가능하다는 표시에 맞춰 그는 미리 자신의 차량 정보를 주차장에 보내 주차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적절한 시간에 주차를 마치고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고객을 맞이하는 B 씨는 만족할 만한 상담 결과를 얻게 됩니다.


지금 제가 예로 든 내용은 저의 머릿속에서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독일이 차세대 교통시스템을 통해 이루려는 실제적 내용인 것인데요.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 등이 7,000만 유로(약 천오십 억)를 들여 프랑크푸르트 근처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도로시스템과 시험용 차량 120여 대를 마련했고, 위에 설명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테스트를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고 한다면 약 7년 후에는 이 것이 현실이 된다고 하네요. 물론 예로 든 내용 보다 훨씬 많은 것을 자동차와 교통시스템 간에 이뤄내게 될 것입니다.

교통시스템과 자동차의 보트 컴퓨터가 네트워크화돼 주변 도로 상황을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 이를 위해 독일의 자동차 업계가 한창 실험 중이라는 소식은 운전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는 것이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자동차업계라는 사실인데요. 쉽게 말하면, 투자한 것 보다 얻어낼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보쉬나 컨티넨탈같은 부품생산업체들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언론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시스템이 현실화 되게 되면,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선택사양으로 약 백만 원 전후의 돈을 더 내고 자신의 차에 장착할 수 있게 됩니다. 그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그리 멀지 않아보이는군요.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게 현실화 되었을 때, 국가 전체 도로시스템을 바꾸는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 그리고 데이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소재. 또 자동차와 자동차. 혹은 자동차와 도로교통시스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하나의 언어가 필요한데 이는 어떻게 극복할지 등. 제법 굵직한 문제들이 해결과제로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독일 정부나 업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 가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테스트 과정을 통해 매우 세세한 부분들까지 체크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나니 '과연 우리나라도 지금 이런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가?' '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등의 물음들이 순간 떠오릅니다.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역할 뿐 아니라 그런 역할을 통해 이윤까지 내려는 독일자동차 업계의 영리한 행보를 과연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도 벤치마킹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정부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까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