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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박물관 하나 없는 세계적인 메이커?


포니...박물관...울산...
응? 설마...현대가...드디어 박물관을?

잠깐이었지만 포니가 박물관에 전시되기 위해 개인으로부터 매입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드디어 현대차가 자신들의 역사를 어여삐 담아내려나?' 싶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울산공업센타 기념으로 울산시가 사들였고, '울산박물관'에 전시가 될 것이는 내용을 보고는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는데요.

예전부터 " 왜 현대차는 박물관 하나 멋드러지게 안 만들까?" 라는 질문만 여기저기서 있을 뿐 대답은 없었습니다. 울림없는 메아리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 현대자동차가 자신들의 이름으로 박물관을 짓는 다는 등의 이야기를 소문으로라도 들어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박물관이 뭔 대수라고 박물관 타령이냐고 물을 수 있겠죠. 그게 뭐가 그리 급한 일이냐며 차차 때 되면 다 되는 거 아니겠냐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이렇게 묻고 싶어집니다. "도대체 박물관 하나 짓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요?" 라고 말입니다. 왜 이렇게 박물관 타령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한 분들도 계시겠고, 남의 다리 긁는 소리 보다 더 낯설게 느끼는 분도 계실 줄 압니다. 일단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현대차가 자동차박물관 건립에 빨리 나서줬음 합니다.




1. 세계적인 메이커라면 자신들의 역사를 공유할 줄 알아야...


캡쳐한 사진 몇 장입니다. 처음 것은 VW이 건립한 아우토슈타트(Autostadt) 홈페이지이고. 두 번째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홈페이지입니다. 세 번째는 BMW 월드의 홈페이지,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포르쉐와 미국 포드 자동차 박물관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사진들입니다. 멋지죠? (솔직히 독일 자동차 박물관들 여행기 및 관람기만 묶어도 책 한 권 분량은 거뜬히 나오고도 남습니다.)

어쨌든 자동차 역사가 깊어 다들 보여주고 할 얘기가 많은 업체들이죠. 그래서 그런 것인지 박물관을 통해 자신들의 지내온 발자취를 알리는 일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단지 역사를 나열하는 정도로 자동차 박물관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역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치열한 흔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전통을 다지고, 철학을 전파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 과거 뿐 아니라 현재와 앞으로 어떤 자동차 세상이 올지,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메이커)은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보여주고 약속하는 공간으로 의미를 확장해놓고 있습니다.

저 위에 독일 박물관들 사진들만 봐도 얼마나 미래 지향적인 건축물인지 알 수 있죠? 즉, 좋은 박물관에는 역사와 시간, 그리고 미래와 꿈, 그렇게 자신들이 써내려왔고, 써내려가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박물관 하나 대한민국에 없다는 게, 그것도 세계 5대 메이커라는 현대가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어떤 분들이 그러실지 모르겠군요.  현대차의 연대기가...그들의 발자욱이 내세울 게 그닥 없지 않겠냐고. 물론, 자동차에 환장한 사람들이 일궈냈다기 보다는 자동차를 산업적인 측면, 그러니까 사업으로 보고 시작한 그 태생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박물관을 못 지을 정도로 현대차가 부족하지도, 그리고 할 얘기가 없지도 않다 저는 생각합니다. 내용이 없어서 못 채우는 것이 아니라, 채울 의지가 혹시 없어서는 아닌지 모르겠네요.


이 두 장의 이미지는 각각, 일본 토요타 자동차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PDF 자료의 일부와 독일 토요타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토요타박물관을 알리는 홈페이지입니다.

캡쳐 자료가 한국말로 되어 있죠? 다국적 언어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토요타박물관은 자신들만의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자동차 역사 전반적인 것을 다루는 컨셉이라 하겠습니다. 그에 비하면 독일 토요타 박물관은 토요타만의 박물관이 맞습니다. 특히 자료사진들 보면 우리에겐 본능적으로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욱일승천기' 같은 것이 떡!~!~!!!허니 걸려 있기까지 합니다.

GM헤리티지센타나 볼보 박물관. 그밖에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크건 작건 자신들의 역사를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요? 미우나 고우나 어찌되었든 한국 토종 메이커는 현대자동차입니다. 매일매일이 기적과 같은 성장의 이야기로 세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참 '꺼리'가 많은 이런 메이커가 박물관이 없다는 건 좋은 그림을 액자없이 걸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이네요.




2. 자동차박물관은 문화적인 공간이기도 하여...

아우토슈타트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그리고 BMW WELT 등은 전시관 뿐 아니라 고객들이 신차를 인도하러 오는 공간을 겸하고 있죠. 고객으로 하여금 차를 인도받는 순간부터 '당신과 당신의 차는 특별합니다...' 라는 프라이드를 갖고 하고, 또한 강한 연대의식을 부여하는 장치로 매우 유효해보입니다. 아우토슈타트는 한 발 더 나아가, 신차를 인도하러 와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중 공연이나 전시회 등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경험하는데 하나의 불편함이 없도록 꾸며놓았습니다.

기념품을 파는 기본적인 구성에서부터 아이들의 즐거운 자동차 문화 체험공간과, 성인들을 위한 오프로드 등의 이체로운 테스트장을 마련해 놓는 등. 자동차 하나로 누릴 수 있는 갖가지 문화적 장치들이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웬만한 박물관이면 정도의 차이일 뿐, 다 그러하다 봅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박물관을 문화적 거저점으로 이용해 얼마든지 다양한 행사나 기업의 문화적 가치를 표현해낼 수 있을 겁니다. 미래의 고객인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만들고, 자동차가 주는 다양한 예술적 즐거움도 안겨주며, 차가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문화의 한 축으로 매우 가치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자동차를 한 대 팔아 돈을 얼마 남기느냐  못지 않게 기업이 보여줘야할 자세가 아닐런지요.

스스로를 가치 있는 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숙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전 자동차박물관이 아니겠느냐 현대차에 제안하고 싶습니다. 돈독 오른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고, 그것을 고객과 공유하려 노력하는 기업...그게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에서도 나와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