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고민 좀 했었습니다. 제가 뭐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일개 블로거로서 주제를 넘어서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설핏 접하고서는 이 쯤되면 한 마디 거들어도 되겠다 싶어졌습니다.
계속되는 현기차의 내수시장에서의 논란과 비판에 대해 현대차는 그닥 고민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그저 인터넷 일각에서 몇몇의 무리들 만의 치기어린 투정 정도로 보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하지만 수입차가 한국시장에서 계속적인 선전을 펼치고 있고, FTA를 통해 새로운 무역의 룰이 정해지는 순간, 또 다시 한국차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쯤에서 묻고 싶어집니다. "왜 현대차는 한국에서 욕을 먹고 있는가?" " 거대한 수입차 시장의 도전 앞에서 지금같은 모습으로 잘 버티고 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 이제 이에 대해 제 나름, 3가지 모습을 통해 길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1. 현기차엔 골라먹는 재미가 없다!
모 아이스크림 광고 카피 아시죠? "골라먹는 재미!" 사실 이 카피에 현기차가 현재 당면한 비판에서 한 번에 빠져나올 수 있는 해법이 숨어 있다고 하면 뭔 소리인가 하실 겁니다.
현재 현기차의 가장 큰 비판 중에 하나는 자동차 가격의 거침없는 하이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들어가고, 새로운 부품이 첨가된다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 그 것인데요. 한 편으로는 맞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식한(?) 방어논리가 될 수 있습니다. 독일차들만 하더라도 새차 나왔다고 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죠. 그렇다고 가격을 안 올리는 것도 아닙니다. 올리는 것도 아니고 안 올리는 것도 아니다? 말에 모순이 있죠?
사실은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더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왜 독일에선 가격 저항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 적은 것일까요? 품질이 완전짱!이라서요? 뭐 품질에 대한 신뢰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절묘한 어떤 타협점이 고객과 제조사 사이에 있었습니다.
자동차 견적을 내볼 수 있는 사이트 Autoaid.de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VW 골프를 가지고 견적을 한 번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현대차 홈피에서 견적내기를, 요즘 한창 절찬리(?)에 할인을 하며 1위 고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YF쏘나타로 해보았습니다.
골프는 대략 20가지의 트림이 존재합니다. 쏘나타의 경우는 위에서 보신 것처럼 2개의 트림만 있습니다.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현대차 정도가 된다면 대표 모델에 트림이 적어도 10개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차량 색상의 경우 골프는 여기에 다 나와 있지 않지만 약 40여 종류였고 현대는 10여 종이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 옵션의 적용에 관한 대목입니다. 현대가 10여 가지로 옵션을 선택하게 했는데 대부분은 패키지 옵션이었습니다. 즉, 썬루프를 달기 위해선 뭔가 다른 것과 패키지로 묶어 사야한다는 것이죠. 그에 반해 골프는 대략 90여 가지에서 100가지 정도의 옵션으로 나뉩니다. 이 얘기는 거의 모든 차량의 세팅을 고객이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BMW를 타면서도 뒷좌석 유리창 열고 닫는 게 수동식입니다. 왜냐면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일이 없기 때문에 굳이 쓸 일 거의 없는 뒷좌석에 전동식 창문 개폐 장치를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수도 없이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불만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옵션만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것. 어쩌면 이 당연해 보이는 시스템이 현대차가 가격논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이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현대가 마인드와 시스템의 변화를 줘 고객들에게 아주 저렴한 쏘나타와 아주 고가의 쏘나타라는 폭넓은 선택을 가능케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그럴 의지가 있다면 가격 저항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봅니다. 뿐만아니라, 수입사들이 최고 옵션 사양만을 들여오면서 내세우는 " 한국은 고객들이 최고 옵션 아니면 안 삽니다." 라는 개떡같은 논리를 때려 부술 수 있는 결정적 해법도 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이런 부분을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토요타, 누구도 우습게 여기지 않아!
제가 지금 사진 석 장을 나란히 올렸습니다. 토요타 경차의 대표격인 iQ, 하이브리드의 상징 프리우스, 그리고 토요타가 만든 고급 메이커 렉서스...
토요타는 독일에서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쳐진 점유율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죠. 렉서스는 더 그렇습니다. 오히려 마쯔다의 선전이 눈에 띄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토요타 차를 우습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일단 잔고장 없는 생활밀착형 차량을 만들고, 하이브리드의 상징과도 같은 프리우스가 있으며, 고급 메이커 렉서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기차에게 묻습니다.
"현기차에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현대차하면 뭐를 떠올려야 할까요? "
아직까지 현대차는 "싼차" "개성없는 차"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렉서스 같은 독립적 브랜드를 만들어 제니시스를 출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현대차는 " 차량 모델이 단일 모델인 한계와 이미 세계 각지에 있는 현기차 대리점과 별도의 대리점을 세울 물리적 여력이 없다." 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거 못하겠습니까? 그냥 지금같이 해왔어도 별탈 없었다는 안일함이 편안한 영업태도를 만든 건 아닐까요? 현대차에 대한 강력하고도 분명한 인식을 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데...그저 많이 팔기만을 위한 전술밖에 없다는 생각은 저만 드는 걸까요?......
3. A/S의 개념을 바꿔라!
한국식 A/S의 개념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독일은 아시다시피 한국에 비하면 서비스 마인드는 정말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성질내고 소리치는 아무리 VIP급 고객이라고 할지라도 약속을 해야 하고, 그 약속은 또 결코 '지금 당장' 과는 거리가 있는 굼벵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 서비스에 익숙한 저 역시 처음엔 얘들의 일처리에 얼마나 화딱지가 나고 속을 끓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일단, 차량에 문제가 있서 입고가 되면 그 다음부턴 대충대충이란 없습니다. 자존심이 엄청나게 쎈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책임감인지...암튼, 못 고치거나 대충 고치는 건 용서가 스스로에게 안되는 것입니다. 입에 발린 살가운 멘트에 90도 인사가 없어도, 정말 중요한 내 차의 문제에 대해 그들은 자기 차인 듯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수리 결과에 대해서 믿고 기다릴 수 있게 됩니다.
"원래 그래요~" 로 유명한 정비현장의 자세는 과연 독일애들처럼 치열한지 한 번 대결이라도 시켜보고 싶습니다. 말랑말랑한 대접 차라리 안 해도 좋으니 차의 문제점을 확실하고 신뢰할 수 있게 수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자신감과 양심어린 열정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손기술 뛰어난 정비사들이 프라이드를 갖고 차를 어루만질 수 있는 건,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우선되는 회사의 방침과 철학이 현장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즉, 현장을 통해 제조사의 철학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 기아차 관계자들이 보시면 아주 절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콧방귀도 안 뀌고 귓등으로 흘려 들을 수도 있습니다. 뭐가 됐든, 저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한국차와 한국 고객들 모두가 WIN-WIN하길 바라는 작은 충정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현기차가 내수와 해외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태도와 시스템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자 염려입니다. 비교도 안될 만큼 훌륭하고 똑똑한 분들이 많이 제조사에 계실 테니까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만, 자꾸 이곳저곳에서 스물스물 밀려나오는 고객들의 진심어린 비판을 피하기만 한다면, 여론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고, 점유율은 시나브로 떨어져나갈 것입니다. 설마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 오늘은 세 가지 점만 말씀 드렸지만 나름 괜찮다 여기는 방법이 있거든 언제든 또 글을 쓸 것입니다. 채찍은 성공을 만든다잖습니까?
(보충할 부분이 있어 몇 마디 첨가합니다. : 우선 A/S에 대한 부분인데요. 한국식 A/S를 포기하라는 의미로 보이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의 스피드와 초친절 서비스는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함이자 강점입니다. 이 점은 제가 누차 저의 블로그를 통해 언급했었습니다.. 한국여행자들을 상대하는 해외교포들에게 물어보세요. '한국고객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를 몰라 당황하기 일쑤라고 많이들 하실 겁니다.
그만큼 한국은 서비스가 불친절하거나 늑장을 부렸다간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서비스에 익숙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아무리 상냥하고 따뜻한 웃음과 멘트를 날려도 정작 중요하게 여기는 내 차의 문제와 해결, 그 핵심에서 제대로된 A/S를 못한다면 그건 껍질만 있지 내용은 없는 그런 A/S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껍질과 알맹이가 공존한다면 그게 최고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드린 말씀이었구요... 또 한가지는,
한국메이커와 한국에서 자리틀고 있는 수입사들의 행태와 비교를 하면서 이 글을 이해하신 분이 계신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메이커 VS 수입사 등식이 아닙니다. 자국 내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업체들끼리의 시스템 비교를 통해 현재 한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차 비판 여론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뭔가 새로운 돌파구는 없을까? 고객과 제조사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얘기한 것입니다. 이 핵심 줄기를 이해해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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