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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메르세데스-벤츠 굴욕이 낳은, ESP 탄생비화

ESP (Electronic Stability Program) 는 우리 말로 '차체자세 제어장치'로 불리웁니다. 차체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핸들링이 안 되는 상태에서 미끄러지게 되면 전복될 위험이 커지죠. 이 때 차량의 바퀴의 회전수를 조절, 구동력을 맞춰서 차량이 이탈하거나 전복되는 위험을 막아주는 아주아주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뭐 VDC나 DSC 등으로 업체 마다 다르게 불리우기는 하지만 하는 짓(?)은 모두 똑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ESP가 메르세데스 벤츠에 의해 대중화 됐다는 걸 아십니까? 그리고 그 대중화의 이유가 벤츠의 굴욕적인 어떤 사건 때문이었음도 혹시 아십니까?... ESP에 얽힌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이 차가 혹시 어떤 모델인지 아시는 부운~
네 맞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엔트리급 모델인 A클래스죠. 바로 얘 때문에 ESP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라면 좀 뜻밖일까요?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이 녀석 때문에! 차체자세 제어장치라는 혁신적 기술이 대중화되었던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독일자동차 메이커들의 수익율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본차의 공습과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불황 등에 의해서 당황하던 시절이었던 것이죠.  벤츠 역시 새로운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했고, 그런 절실함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녀석이 바로 A클래스였습니다.

사진은 2005년형 소개 현장 모습


1991년 프랑크푸르트 모토쇼를 통해 콘셉트A가 등장한 후,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다임러 경영진들은 프라이드를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7년 스웨덴에서 다임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바로 '엘크 테스트'라는 테스트 중에 일이 벌어진 것이죠.

엘크 테스트라는 건, 자동차에 성인을 가득 태운채 트렁크 역시 꽉 채우고 최고 속도를 유지하면서 슬라롬 비슷하게 주행을 하는 것인데 이 테스트를 하던 A클래스가 뒷바퀴 스프링의 완충력이 모자라면서 차가 뒤뚱 거리게 됐고, 결국 핸들조작을 넘어선 물리력에 의해 차는 꽈당~! 하고 자빠지고 맙니다.

그런데  이 때 방송국의 촬영팀이 현장에 와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그 촬영팀 앞에서 차가 넘어가버립니다. 이 우연이 정말 우연이었는지 의문도 제기됐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한 마디로 일요일 나른한 일정을 즐기고 있던 경영진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었으니까요.


폴크스바겐 폴로보다 짧으면서도 실내는 C클래스급처럼 넓었던 뛰어난 기술력의 이 모델이 속절없이 넘어지면서 회사는 비상에 걸리게 됩니다. 결국 특별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이 위원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피마르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모든 자동차 업체들은 과연 벤츠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지켜보면서도 한 편으론 타격을 크게 받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그런 지경이었죠.

이때, 해결책이 내부적으로 조용히 등장합니다. 과거 보쉬에 의해 개발된 차체자세제어장치(ESP)를 상품화 해  A클래스에 달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몇몇 연구진들만이 진행하다 묻혀졌던 이 기술은 결국 보쉬의 직접적 개발로 1995년 다시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르고 경영진에 의해 ESP 기술은 최고급 모델에게만 적용하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A클래스 전복사건이 발생되면서 모든 계획은 최고급이 아닌 바로 지금 당장! A클래스에 적용시켜야할 절실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특별위원회의 강력한 대안을 회사가 받아들여 A클래스에 장착이 되게 됩니다. S클래스라는 최고 차량에만 장착되어 있는 값비싼 장치가 이 사건 무마(?)를 위해 다임러의 가장 싼 차에 달리게 된 것이죠.

 이 전복사건으로 임원들 몇몇은 좌천되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회사 분위기는 더욱더 팀웍 중심으로 다져지게 되고, '안전한 벤츠'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회사를 심하게 뒤집어 놓았던 이 A클래스는 2012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2012년 10월을 출시 목표로 잡고 있는 A클래스의 랜더링 이미지


"비록 모양새는 달라질지라도, 메르세데스에겐 A클래스는 자신들의 뼈아픈 기억의 되뇌임이자,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이라는 영원한 자동차업계의 질문에 대한 하나의 증거와 자극제로 영원히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