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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 관련 기사, 이렇게 쓰면 욕먹기 십상!

지난 달, 현대차가 독일 아우토빌트(Autobild)지가 펼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왜 이런 기사를 놓쳤는지 아쉬운 맘에, 그리고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보기 위해 아우토빌트지를 뒤적이다 한 한국의 보수신문에, 현대차가 하청업체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읽게 됐습니다. 한국의 초일류 기업이라는 s전자와 H 자동차 등이 하청업체들을 얼마나 쥐어짜는지에 관한 내용이었죠.

이런 상반되는 내용들을 보면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표리부동!

적합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겉과 속이 다른, 그런 이중적인 기업의 행태가 새삼 확인된 듯 해 씁쓸한 맘을 지울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아주 재미난(?), 재미나다 못해 조금은 황당한 기사를 더해서 보고 화가나, 한 마디해보려 합니다.


모 경제지인 듯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류의 신문인지는 모르겠더군요. 다만, 요즘 한창 말이 많은 타블로 군에 대한 기사를 연일 쏟아내는 그 신문사입니다.) 하반기에 나올 신형 그랜저HG가 최고급 옵션들을 장착해 BMW나 벤츠의 가격수준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겠다는 뭐 그런 기사였습니다.

그랜저를 벤츠나 BMW와 경쟁해도 손색 없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 값을 받겠다(Value Pricing)'한 공언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향상된 품질 경쟁력에 걸맞은 고급 사양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고 브랜드들과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도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그러면서 신문은, 세계시장에서 품질적인 면에서 인정받고 있는 현대차가 세계 최고 브랜드들에 뒤지지 않는 고급 옵션들을 장착함으로써 브랜드의 격을 높이고 가격 또한 그에 걸맞게 가겠다는 현대 관계자의 야심찬 발언 내용을 인용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의 발언도, 그리고 이에 대한 신문 기사 내용도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1. 옵션 넣으면 메르세데스, BMW 되나?

기사대로라면 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 SCC, 전자식 변속기 등이 그랜저HG엔 장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급 옵션을 장착한다고 해서 과연 현대차가 프리미엄급 세단인 벤츠나 BMW와 같은 수준이 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글로벌 인사이트 오토모티브 그룹'의  자동차 분석가들이 내놓은 현대차의 평가 부분을 소개해봅니다.

"현대-기아 그룹의 핵심 브랜드들은 저렴한 구입비용을 의미한다. 이런 낮은 가격은 한국 원화의 낮은 화폐가치와 한국의 저렴한 노동력(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인 표현이지 한국내에서의 평가는 아닙니다.)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대는 이런 성공 요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중략) 기능성의 측면에서 보면 단순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따라서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다. (중략) 한마디로 적은 돈으로 많은 것을 살 수 있다는 느낌, 즉 가격 대비 품질이 현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제 블로그에서 현대차들이 독일의 같은 세그먼트 차량들 혹은 일본차량들과의 비교테스트 결과에서 어떤 결과들을 받고 있는지 눈여겨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굳이 전문가의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대차는 풍부한 보증기간과 괜찮은 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승부를 해온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자동차 메이커입니다. 그런 회사가 옵션들 몇 개 장착해 가격을 끌어 올렸을 때, 그것이 저항없이, 벤츠나 BMW 수준의 가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지는...의문이군요.


2. 그 옵션들...현대차의 기술력으로 만든 것들인가?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현대차가 옵션을 언급하면서 그 대상으로 메르세데스와 BMW를 직접적 기준점으로 표현한 대목입니다. 그냥 "우리는 그동안 품질에 비해 가격적인 측면에서 낮게 평가되고 팔려나간 경향이 있다. 이제 당당히 품질과 디자인의 질적 향상을 통해 적절한 가격으로 가치를 높이겠다." 뭐 이렇게 얘기했음 그냥 넘어갈 것인데 굳이 벤츠와 베엠베를 언급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너무나 구체적인 대상을 인지시켜버린 것입니다.

벤츠나 베엠베가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끝없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시장을 리드해 나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현대가 가격적인 면에서 벤츠나 베엠베와 견주겠다면서 정작 그들이 자동차 역사를 통해 일궈놓은 기술적 가치들에 얼마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메이커인가하는 점입니다. 선도할만한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적인 면만 비등하게 만든다?...뭔가 맞지않다 생각되지 않나요?


3. 양산차 메이커와 프리미엄 메이커의 길은 다른 것!

앞서 제가 현대차를 표현하면서 '특별할 것 없는 자동차 메이커'라고 했습니다. 현대팬들이나 관계자분들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양산차 업체인 현대차에겐 지극히 정상적인 표현이 됩니다. 토요타나 GM, 피아트나 폴크스바겐 등은 양산차 시장을 대표하는 메이커들입니다. 양산차는 모험이 아닌 평범한 디자인에 고급스럽지 않은 기술력으로 보편적 고객들을 상대하는 브랜드입니다.(물론 이런 양산차 메이커들 안에서도 여러가지 기술적 차이는 존재합니다만) 반면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등은 1년에 300만대 이상씩 팔아대는 양산 메이커와는 다른 길을 가는 브랜드들이죠.

이런 점을 무시한듯한 표현을 써가며 굳이 현대가 벤츠와 베엠베를 언급한 것은, 현대차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슬쩍 기대어 놓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양산차와 프리미엄 메이커라는 이름의 차이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기술적, 경영적, 전통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너무 무시해버린 것이 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그럼 뭔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꼭 따로 언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베엠베와 벤츠만큼 가격을 올리려면, 그들만큼의 개성과 창조성, 기술력에 전통 등 모든 프리미엄 메이커가 갖춰야할 기본 조건이 선행되고 난 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시장에서 고객들은 현대차의 가파른 가격상승과 서비스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판에 이런 기사는 저항과 불신만을 되려 높이는 결과만 가져올 겁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물어올 것입니다. "현대차를 외국에선 싸다고 하지않느냐? 왜 국내에선 비싸다고들 하느냐?" ...우리나라 소득수준 보다 높은 나라의 애들이 현대차를 이야기하는 것과 한국의 물가수준에서 느껴지는 현대차의 가격을, 같게 보는 것은 설마 아니겠죠? 그렇게 따진다면 동남아시아에서 현대차는 엄청나게 비싼차가 되니 이미 프리미엄급 반열에 오른 것이 되겠네요?


결론.

이미 그 기사를 본 분들이 많은 줄로 압니다. 온통 옵션으로 시작해서 옵션으로 끝나버린 무성의한 기사...역시나 여지없이 자동차 기사치고는  보기 드물 정도로 댓글이 많이 달렸고, 비판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콧방귀 뀔지도 모릅니다. 네티즌들이 떠들어봐야 그저 사이버상일 뿐이라고...하지만 네티즌은 자동차 고객 아니랍니까? 네티즌들이 사석에서 보고 들은 얘기들을 자연스레 주변사람들에게 전하는 점들은 간과할 것인가요? 오프라인의 시장에서도 온라인의 반응이 시차만 있을 뿐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것은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으로도 일정부분 짐작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세상의 어떤 자동차 브랜드도 내수고객들의 자국 메이커에 대한 충성과 열성적인 응원없이 성장해나갈 수 없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대는 지금 내수고객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반현대차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을 벤츠나 베엠베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이상한(?) 기사나 나오고 해서 그렇지 않아도 가격에 대한, 내수시장에서의 현대차의 이익을 폭리로 규정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무슨 좋은 이미지를 현대가 얻어낼까 싶네요. 

제발 엉뚱한 가격 타령, 옵션 타령일랑은 더이상 공개하지 마시고 그저, 점점 떠나가고 있는 고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고 진정성어린 자세를 갖고 고민해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격 타령 이전에 '좋은차를 잘 만드는 철학있는 메이커'로 먼저 거듭나기 바랍니다... 독일땅에서 현대차의 진.짜.배.기 선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