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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가 되기 위한 조건!

자동차에 있어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무슨 의미이고, 어떤 메이커들이 이 범주에 속할까...한 번 쯤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일반적으로 독일자동차들을 프리미엄 메이커라고들 하죠.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하지만 좀 더 넓혀보면 페라리,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볼보, 벤틀리, 그리고 부가티도 프리미엄 딱지를 달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캐딜락, 인피니티, 렉서스,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란시아, 롤스로이스, 마세라티 등은 프리미엄과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죠.

무슨 기준으로, 뭔 근거로 이렇게 나누냐구요?...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들을 통해서 그 차이를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내용은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밝혀둡니다.)



▶혁신적 기술

프리미엄 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한 제 1의 조건은 기술선도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특별할 것 없이 그저 껍데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 모델들과 비교해서 전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광고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달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벤츠같은 경우를 볼까요? 물론 최초(1886)로 자동차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술 개발을 통해 자동차의 역사를 써내려갔습니다. 최초의 4륜 자동차, 최초의 디젤 화물차, 최초의 가솔릭 직접분사 기술 개발, 거기에 1959년에 실시한 최초의 자동차 충격 및 전복 실험, ABS브레이크 적용, 에어백 장착, ASD 개발 등등 손에 꼽기도 벅찰 정도의 신기술들을 개발하거나 적용시켰습니다. 물론 지난 번 포스팅에서 밝힌 차체자세제어장치(ESP)의 특허권도 다임러에 있구요.

BMW는 또 어떻습니까? 자동차 보다 먼저 모터싸이클을 통해 기술개발을 펼쳐나간 베엠베는 이미 1954년에 최초로 자동차용 알루미늄 V8엔진을 개발해냈습니다. 뿐만아니라 직접 측정식 연료체크 기술 개발이나, 제논 해드램프 개발에 앞 유리창에 각 종 정보를 올려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도 다 BMW에 의해 개발되었거나 최초 상용화 되었습니다.

아우디는 저번에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과 다섯 가지 기술이라는 포스팅으로 이미 콰트로며, TDI엔진에 차량 경량화와 차체부식 방지 도장 등의 신기술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포르쉐는 이미 1950년 초에 트랜스미션과 관련돼 2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팁트로닉과 같은 수동변속이 가능한 자동 트랜스미션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부분의 신기술이나 기념비적인 자동차 기술력은 프리미엄 메이커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그리고 이런 기술들은 프리미엄 메이커들이 지향하는 바, 철학과 맞물려 끊임없이 진보되고 있습니다. 벤츠는 안전을, 베엠베는 드라이빙을 포르쉐는 스피드를...이런 점이 프리미엄 메이커가 되기 위한 제1의 조건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관리

아부다비에 건립된 페라리 월드. 페라리는 이름을 빌려주고 엄청난 로얄티를 챙겼고, 아부다비는 페라리의 이름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테마파크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이미지 관리에도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특히나 전통과 그런 전통을 통해 펼쳐진 다양한 문화적인 발자취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죠. 전시회나 콘서트는 물론이고 골프투어, 요트경기의 스폰서가 되거나 아예 직접 개최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구축해 나감과 동시에, 자신들의 차를 구매하고 또 구매할 고객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전통과 미래라는 양갈래 길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합니다. 한 때, 포르쉐 911의 엔진을 공랭식에서 수랭식으로 바꾸고는 전통적인 포르쉐 팬들로부터 거의 테러(?)를 당하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죠.

전통적인 포르쉐 사운드가 죽는다는 팬들의 원성은 대단했고 이에 포르쉐는 수십 명의 엔지니어들로 새로운 수랭식 엔진이 예전의 그 엔진음을 낼 수 있도록 코피 쏟으며 연구를 하게 했습니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크리스 뱅글이 새로운 BMW5시리즈를 디자인했을 때에도 전통적 비머들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만큼 전통과 그것을 통해 이뤄진 문화, 그리고 그것을 해치치 않는 가운데 미래와의 절묘한 접목시도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고민이자 한편으로는 프라이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메이커와 고객들 사이의 끊임없는 정반합 과정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한 제 2의 조건입니다.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하라
 
지금의 메르세데스 벤츠의 위치는 다임러 곁에 마이바흐라는 최고의 엔지니어가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BMW의 에버하르트 폰 쿠엔하임과 같은 인물이 없었더라면 베엠베로 유능한 인재들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아우디로 왔기에 지금의 아우디가 있었던 것은 또 어떻구요?

이렇듯, 최고의 인재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기업문화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에겐 당면 과제이자 딜레마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프리미엄 메이커를 향한 동경에 가득찬 인재들을 자신들의 회사로 붙잡아 오기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기아자동차가 피터 슈라이어를 데려온 것은 분명 박수받을 일입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뛰어난 자신들의 인재를 경쟁업체로 보내지 않기 위해 다임러와 BMW는 서로의 인재를 데려가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썼을 정도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려는 사람의 발길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인재가 회사를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또다른 누군가가 메울 수 있다는 것이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인재풀을 가동할 수 있는 힘, 이 것이 바로 제 3의 조건이 아닐까요? 


▶수요 > 공급의 법칙

들리는 바로는 요즘 BMW 5시리즈의 물량 부족으로 한국에서 이 차량을 주문한 고객들이 상당기간을 대기해야 하는 애간장 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럽니다. 딜러들도 곤혹스러울 거예요. 차를 팔아야 먹고 살 텐데 팔 차가 없으니 말이죠. 물론 이런 경우가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항상 고객의 수요보다 공급을 낮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차량을 기다리다 지쳐 고객이 포기하고 돌아서버리게 해선 안되겠지만 기본적으로 꾸준히 수요를 늘리되 공급과잉으로 자동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도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고객들이 차량을 인도받는 것은 대단히 강렬한 순간으로 기억되게 됩니다. 훨씬 차에 대한 애정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주행을 통해 만족감이 높아졌을 때 그 고객의 충성도는 훨씬 강하고 깊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 매매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신차를 다시 구입하게 하는 효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베엠베의 회장인 팡케 씨가 예전에 했던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조금씩 모자라게 자동차를 생산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밀어내기식 조치를 취하지 않기 위해서죠."  철저하게 자신들의 가치와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품업체와의 상생자세
갈수록 자동차 업체들은 최고의 부품업체들과 협력과 상생의 관계로 전환 중입니다. 물론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경우 자체적인 기술혁신, 품질, 효율성 등을 이룩해내지만 부품공급업체들과의 교류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품업체가 최신의 기술을 소개하면 자동차 메이커는 내부적으로 그 기술에 대한 다양한 조사를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기술이 인정을 받게 되면 부품업체는 그 회사와 공급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때, 일정기간 신기술부품에 대한 자동차 메이커의 독점권을 인정해줍니다. 이런 시스템이 왜 생겼을까요?

과거 벤츠는 ABS 기술에 대한 독점력을 얻지 못하고 공동개발했던 보쉬에 의해 모든 자동차 메이커로 ABS 기술이 일순간 퍼져나갔던 전례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선점할 수 있었던 기술력이 속절없이 퍼져나갔던 것입니다. 이 후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끔 일정 기간동안 독점권을 인정하게 됐던 것이죠.

포르쉐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협려관계에 있는 부품업체들을 찾아 다니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작업을 매우 철저히 해왔습니다. 부품업체 입장에선 가격인하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얻어내는 수익에 대해 포르쉐와 부품업체는 공평하게 수익을 나눕니다. 일방적인 종적 관계가 아닌 횡적인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처럼 가장 낮은 납품가를 제시한 부품업체를 선택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개발 계획단계에서부터 부품업체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왜 부품업체들로부터 높은 만족도 평가를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결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리미엄 메이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길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분이 지난 번 저의 글에 현대는 왜 안되고 베엠베 벤츠는 된다고 말하느냐면서 사대주의자로 저를 모시더군요. ^^;;

하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야합니다. 양산차 메이커인 현대가 베엠베와 벤츠의 길을 가겠다 아니, 가격을 받겠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다르게 얘기해서 프리미엄 메이커의 길을 가겠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 언급된 내용들, 그 기준과 현대자동차의 길이 과연 같은 길일까요?  차라리 현대차가 베엠베 벤츠를 언급하려면 토요타처럼 렉서스(프리미엄은 비록 아니지만)라는 독자적 브랜드를 만들어 도전하는 것이 정답일지 모릅니다.

양산차 메이커와 프리미엄 메이커의 차이는 단순히 차량 판매 대수라는 '규모의 경제'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앞서 말씀드린 조건들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셨을 줄로 알고 오늘의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