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자동차도 사연없는 것은 없다!


자동차는 그저 이동수단일 뿐인가?... 어떤 이에게 차는 단순한 기계일 뿐이고, 어떤 이에게는 기계 이상의, 삶의 일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인가요?

오늘은 미국의 『RM 옥션』이라는 자동차 경매회사에 올라온 차들 중 관심 가는 모델, 나름 사연 있는 자동차 4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아우토빌트(Autobild) 소개된 내용인데요. 반응이 괜찮으면 나머지 모델들도 올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 휴일에 어울리는 포스팅이 아닐까 싶은데 편안히 읽어주세요.



Boothill Express

이 자동차, 어떤 종류의 차로 보이십니까? 1850년대 커닝햄 장례용 자동차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정체불명(?)의 모델 Boothill Express입니다. 얼핏 보면 전혀 익스프레스스럽지 않게 보이지만 8기통 크라이슬러 엔진을 얹은 이 녀석은 450마력이나 되는 강력한 힘을 자랑합니다. 

실제 도로 주행용은 아닌 이 쇼로드용 차의 앞부분은 1963년 VW 비틀로 만들어졌고 뒷부분은 1948년형 포드가 기본이 됩니다. 멀리 보이는 스티어링 휠은 포드T의 그것으로 되어 있죠. 그러니까 이 차는, 장례차 베이스에 크라이슬러 엔진, 포드와 폴크스바겐 등으로 조합이 된 짬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보여주기용(?)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450PS 엔진을 달고 마네킹처럼 서있어야만 하는 신세라니...아쉬울 뿐입니다.

이 차를 옥션에 내놓은 주인은 내심 160,000유로까지 받고 싶어한다는데...우리돈으로 2억 4천이나 주고 달릴 수 없는 자동차를 선뜻 살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저 우람한 뒷바퀴는 어쩔거냐구!!)




Daimler Double Six

1984년형 다임러 더블 식스를 보고 계십니다.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의 그 회사? 라고 오해하실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그닥 잘 알려진 차종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재규어는 대부분 아실 겁니다. 영국의 또 다른 자존심이죠. 그 재규어의 최상급 브랜드가 바로 다임러입니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재규어가 인수를 한 100년이 훌쩍 넘는 전통 있는 브랜드인데요. 좋은 차이긴 해도 특별히 악센트를 줘 소개할만한 그런 특별한 사연은 없어보이죠?  그런데 이 차량은 매우 특별한 주인을 십수 년 동안이나 모셨다는 거 아니겠습니까...누구냐구요?

바로 살아 있는 영국의 군주, 엘리자베스 여왕입니다. 그녀는 1984년부터 1999년까지 이 차를 몰았다고 하는데요. 엘리자베스 여왕을 요즘 꼬마들은 꼬부랑 할머니로만 기억하겠지만 실은 매우 적극적인 드라이버였습니다. 1944년 유럽왕족 역사 최초로 여자로서 군대를 간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선 군대를 갔어야 했다는군요.

유럽 왕족들은 사회의 모범이 보이기 위해서라도 군에 갔다고 하는데, 자기 자식 군대 안 보내려고 이리저리 꼼수부리는 한국의 지도층과는 사뭇 다르죠? 여튼, 그녀는 군대에서 면허를 땄고, 제대 후에도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는 등 자동차에 관심도 높았고 매우 좋아했으며, 운전을 즐겨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가 탔던 다임러 더블 식스이기에 충분히 관심을 끌만하지 않을까요? 이 차를 사는 사람에게는 여왕이 탔다는 확인서류와 사진 등도 함께 전달될 것이라고 하는데 가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매일이 8월 13일이니까 벌써 주인이 결정이 되었겠군요.




Delahaye 175 S

와우~!
이 놀라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보십시오. 자동차 광팬들에게 최고의 꿈의 모델이기도한 Delahaye 175 S가 경매에 나왔습니다. 1949년형 모델로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은 2차대전 이후 최고 디자인의 차량 중 하나로 손 꼽히고 있고, 또 가장 아름다운 '카브리오'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 차를 만든 프랑스인 사우칙(Saoutchik-프랑스 이름이라 어떻게 발음하는지 잘 모르겠네요.)은 51대만을 생산한 채 회사 문을 닫고 말았답니다. 왜냐구요? 차를 만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것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네요. 그렇게 사우칙은 이 걸작을 만들고 망해버렸지만 지금 이 차량은 최고 6백만달러( 70억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차량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의 삶의 공식은 왜 비슷한 걸까요?

재미난 Tip 하나...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새롭게 리모델링이 된 이 차량의 특이한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위에 보이는 방향지시등인데요. 평소에는 내려가 있다가 방향을 바꿀 때...

 
바로 이 것을 이용해서 내리고 올리고를 했다고 합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라인에 강렬한 칼러의 조합이 돋보이는 비운의 걸작 Delahaye 175 S였습니다.




Fiat 600 Multipla Taxi

끝으로 소개해드릴 경매차량은 이태리 택시입니다. 1960년대 주로 로마를 중심으로 운행했던 모델인데요. 이 평범한 택시가 뭐기에...하시는 분이 계실 텐데, 이 녀석에겐 애틋한 사연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1966년 어느 날 이야기입니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신혼부부가 이태리로 신혼여행을 오게 되죠. 이 미국인 젊은 부부는 로마에서 이 택시를 발견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정확하게 적혀 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문장대로라면 이 부부는 이 택시를 사서 이태리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인 부부가 미국에 돌아오고 2년 반이 지나서야 첫 눈에 반한 이 택시를 미국 시카고로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40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택시를 그들은 경매에 내놓게 됩니다. 고민과 또 고민을 한 끝에 쓰라린 가슴으로 결정을 내렸다는데요. 그들이 이 차를 경매에 내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더 이상 이 차를 사랑하고 돌보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했죠. 우리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아껴줄 누군가에게 떠나보내야겠다고..."

젊은 부부와 시작된  피아트 택시의 동행은 이렇게 40년이란 세월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비록 살아 숨쉬는 생명체는 아니었지만 이들 미국인 부부에게 이 차는 가족의 또다른 형태는 아니었을까요?

올 6월부터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Fiat 600 Multipla Taxi의 희망 판매가는 20,000~30,000달러라고 하는군요. (마음같아선 제가 그냥 확~ ㅎㅎ...) 아무쪼록 좋은 주인 만나 40년 동안 받아온 그 사랑이 계속 이어졌음 좋겠구요. 저 녀석, 자신을 그토록 보살펴주고 아껴준 사랑, 잊지 않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