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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지금의 아우디를 만든 1명의 남자, 5가지 기술!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아우디 자동차의 정신을 잘 나타내는 이 멋드러진 슬로건이 나온 지(1971년) 40년이 넘었습니다.  메르세데스, BMW 라는 당대를 주름잡던  브랜드에 비해 한참 모자랐던 아우디가 내 건 이 구호에 어느 누가 위협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지금 아우디는 그들의 뼈속부터 우러나온 슬로건, 그 정신을 유감없이 증명해냈고, 이제는 당당히 벤츠, 베엠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메이커로 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구호가 호구가 아닌 실제임을 증명해낸 아우디의 기술력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많은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이룩한 메이커이지만 그 중에서도 아우디를 특징짓는 가장 뚜렷하고 훌륭한 기술적 업적 5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1. 이 남자는 뉘규?


5가지 기술이 뭔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한 남자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왜냐면 '진짜 아우디'는 바로 이 남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남자가 누구냐구요? 바로 페르디난트 피에히입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폴크스바겐 자동차 그룹의 이사회 의장 즉, 폴크스바겐 그룹의 회장입니다. 엄청난 위치에 있는 이 노신사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비틀과 포르쉐를 설계한 자동차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죠. 얼마 전에 제가 소개했던 '자동차 역사에서 잊혀져선 안될 4명의 여인' 이라는 포스팅에서 소개된 철의 여인 루이제 피에히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포르쉐 엔지니어 시절의 페르디난트 피에히 (오른쪽)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굉장히 전도유망한 엔지니어이자 차세대 포르쉐의 CEO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경영권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72년 아우디의 기술개발부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렇게 아우디에 새로운 둥지를 튼 그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고 계획하지 못하는 기술적 혁신을 이뤄내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첫 번째 작품이자 아우디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네바퀴 굴림 즉, 4륜구동 자동차였습니다. 콰트로가 탄생된 것입니다!


2. 아우디 콰트로(Quattro)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모회사인 폴크스바겐엔 쉿~! 비밀로 한 채 4륜구동 방식의 승용차 개발을 펼치게 됩니다. 사실, 이 4바퀴굴림 승용차에 대한 확신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피에히는 1980년 프랑크푸르트모토쇼에 콰트로(4륜구동)를 선보이기 전에 이미 군대 납품용 지프의 4륜구동 방식을 통해 다시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다져놓은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도로 위에서 엔진 출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고민을 통해 아우디 콰트로는 완성되게 된 것입니다. 강력한 트랙션(견인력이라고도 하죠...바퀴가 도로를 확 움켜잡고 도는 힘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을 통해 BMW의 후륜과는 또다른 드라이빙 맛을 선사한 콰트로는 아우디를 대표하는 업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3. 플라스틱 폭탄?


이 장면이 뭘 의미하는 거 같으신지요? 네 그렇습니다. 공기의 흐름이 어떻게 자동차와 맞물려 흘러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지휘 아래 아우디는 1983년 야심찬 작품을 또 하나 선보입니다. 바로 아우디100이라 명명된 모델의 공기저항계수를 0.30cw로 낮춰, 대량생산하는 리무진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게 된 것입니다.

기록을 수립하면 뭐가 좋냐구요? 공기의 저항을 가장 덜 받는 자동차를 개발했다는 것은 결국 자동차의 연료 소모량을 줄여 줬다는 뜻이 됩니다. 이 의미는 더 쉽게 말해서 "돈 아끼는 차"를 개발했다는 뜻입니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참 단순하고 밋밋해 보이고 제법 각진 차 같아 보이지만, 끝없는 기술적 노력을 통해 자동차의 효율성 측면에서 진일보된 기술을 실현시킨 것이기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폭탄이란 것 뭐냐...처음에 아우디100이 나왔을 때 차량의 범퍼를 플라스틱으로 구성을 했고, 이 점을 BMW가 비웃으며 지어준 별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베엠베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아우디 100은 점점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4. 녹 방지는 우리의 프라이드!

89년형 아우디200


피에히 씨는 경영인이기 이전에 자동차 기술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음에 몸 담았던 포르쉐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바로, 아연으로 도금한 차체가 녹을 방지하는데 커다란 장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알게 된 이 사실을 아우디에서 그는 적용을 하게 되는데 그 첫 모델 중 하나가 바로 85년에 출시된 아우디200 모델이었습니다. 

나중에 다양한 모델에 이 부식방지 기술을 적용시키면서 10년 보증을 약속했고, 이 개런티를 통해 프리미엄 메이커로 성큼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5. 아~ TDI 엔진!!!

아우디 A3 2.0 TDI 엔진


1989년은 많은 자동차 업체들에게 충격적인 한 해였습니다. 바로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구한 끝에 태어난 TDI엔진이 소개된 해였기 때문입니다. TDI는 터보 디젤 분사방식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고압으로 직접 실린더 안에 연료를 쏴주는 직접분사와 터보차저를 하나로 합쳐 완성된 엔진이죠. 최고 기술력이 만들어낸 아니, 인내와 열정의 시간이 함께 빚어낸 걸작의 탄생이었던 것입니다.

이 전의 다른 디젤엔진들에 비해 더 빠르고, 더 강하며, 더 기름을 덜 먹는...엔진이 갖춰야할 좋은 덕목(?)을 모두 겸비한 녀석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TDI엔진은 좀 더 다양한 고객의 요구와 시장 선점을 위해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되게 됩니다. 결코 멈춰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미 터보차저 기술을 대량생산에 적용하고 있던 포르쉐도 있었지만 디젤엔진의 무거움은 스피드를 생명으로 여기는 포르쉐에겐 의미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 아우디는 과감하게 이를 적용하고 믹스해 TDI라는 자랑스러운 엔진을 이끌어 냈던 것입니다.


6. 무거움, 그 딜레마와의 끝없는 전투


아우디는 엔진이나 공기역학적 구조 외에도 또 다른 부분에 깊은 관심과 고민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차의 중량, 차의 무게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가볍고 안전하며,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를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알루미늄이었습니다.

미국의 알루미늄 업체와 함께 차체에 대한 연구를 하던 끝에 1994년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한 A8 모델이 일반에게 공개됩니다. 비록 위에 보여드린 피터 슈라이어의 역작 중에 하나인 A2가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했지만 너무 비싼 가격에 그만 실패라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알루미늄 차체에 대한 수 많은 원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적어도 아우디가 기술을 통한 진보를 끊임없이 이뤄내고 있다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기엔 모자람이 없다 생각됩니다.


결론


아우디...기술을 통한 진보...이런 구호엔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이 있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이 자동차 대그룹의 회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기술자를 우대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독일 사회에서는 혹은 서구사회에서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는 것이죠.

기술과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능력과 열정에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아우디의 40년 짜리 슬로건이 결코 퇴색되거나 무색하지 않게끔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연구와 개발을 해나가는 아우디에게도, 오늘만큼은 힘찬 응원을 보내봅니다.

이쯤에서 묻게 됩니다.  "대한민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슬로건은 뭐였지?"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