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 굳이 VW을 의도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그 쪽에 대한 글들을 더 자주 올리게 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제가 VW에 관심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열혈 팬은 분명 아닌데 시나브로 이 메이커로 마음이 끌리는 건, 독일살이에서 메르세데스나 BMW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자동차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사람냄새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랄까...메르세데스는 독일국가대표로서의 굳건한 지위(단순히 자동차 기술적인 면이 아닌 그 외적인 부분들을 고려한 표현)가 있고, 베엠베와 아우디는 시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로서 또한 확고한 자리매김이 되어 있다면, 양산메이커이면서 어느 새 프리미엄 메이커에 한 자리를 예약해놓은, 그러면서도 여전히 국민차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의 폴크스바겐은 제게 늘 흥미의 대상입니다.
Red Beatle by mie2002 |
그러다 보니 VW관련 글들은 좀 더 세심하고 주의를 기울여 읽게 되는 편인데요. 며칠 전에 다음 아고라에 있는 자동차방(즐보드)에 오랜만에 방문을 해봤더랬습니다. 한 달에 1~2회 정도 들어가보곤 하는 곳인데 갔더니 마침 골프GTD에 관련된 내용의 글 하나가 논란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국산차에 대한 비판이 드센 곳이다 보니까 그런 분위기에 반발해 상대적으로 좋게 평가되는 수입차 중 하나였던 GTD를 비판한 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뭐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댓글을 통해 공감하거나 다른 의견을 개진하며 열띤 토론을 할 수도 있겠지요...그러라고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런데, 분석적인 비판이 아니라 그 글은 매우 원색에 가까운 비아냥, 빈정거린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났지만 글의 요지는 " 왜 4190만원이라는 비싼 돈을 들여서 패밀리카로서의 의미도 없는 그런 차를 타는지 이해가 안 간다. 뒷자리에 가족들 동승하기 어려운 차다. 그런 차를 타는 사람들은 더 비싼 외제차 타기엔 돈은 없고, 그렇지만 허세부리고 싶으니까 그에 맞는 차를 찾다 결국 GTD를 고른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꽤나 도발적이죠? ^^
그 글에 동의 보단 반대가 훨씬 많았지만 뭐랄까?...댓글들을 쭉 읽다보니 오해의 부분도 좀 보이고 해서, 애정을 갖고 있는 자동차와 메이커에 대해 이번엔 팬의 입장에서Volkswagen 과 GTD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기로 맘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다 올리면 십중팔구 폭스바겐 딜러라고 오해를 할 것이기에 그냥 맘 편히 이 곳에 제 나름의 반론을 펼쳐볼까 합니다.
▶가격이 비싸다!
일단,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결코 GTD는 아니 요즘의 폴크스바겐 가격은 싸지 않습니다. 독일고객들도 늘~ VW의 가격에 대한 불만을 입에 달고들 사니까요.
"아 놔~ 뭐가 이렇게 비싸냐궁~~!!"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항상 독일시장, 아니 유럽시장에서의 판매 1위는 골프가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비싸기는 한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8년 연속 1위라는 판매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한국의 수입가는 독일 내 가격과 비교해서 어떤가? 턱없이 높게 책정된 가격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선 딜러 가격이 아닌 공식 소비자가격은 GTD2.0 기본형이 27,100유로 정도 됩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0,650,000원이 되는데요. "어 더 싸잖아! "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독일은 옵션이 엄청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나의 운전 스타일이나 형편에 맞춰 다양하게 옵션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차라도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죠.
지금 보시는 내용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매매사이트인 AutoScout24라는 곳에 올라온 GTD의 가격입니다. 뭔가 앞서 말씀드린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죠? 35,500유로 면 한화로 53,000,000원 정도의 금액이 되는데요. 이 가격이 한국에 들어가는 옵션과 거의 비슷한 혹은 조금 더 적용된 가격입니다. 그러면 거의 풀옵션인 한국 수입 모델과 비교해서 오히려 더 독일 내수용이 비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딜러들에 따라 가격의 차이는 또 있을 겁니다만 큰 차이는 생길 수 없겠지요.
그러면 말씀들 하실 겁니다. 독일은 자동차 세금이 비싸지 않느냐고?...맞습니다. 부가세만 하더라도 한국이 10%인데 반해 이 곳은 19%나 하니까 전체적으로 얼마나 비싸겠습니까? (현대 i30의 경우 16,000유로면 거의 최상의 풀옵션에 구입이 가능한데...세금 빼면 차값이 얼마나 할까요?)
하지만 한국에 수입되는 모델의 경우도 관세(누진세율 적용)가 적용된다는 걸 감안하면 아무리 계산해도 독일내수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라!
GTD 뿐만 아니라 골프나 VW의 모델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면 운전자에게 굉장히 편리한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콕핏(항공기 조종석 같은 운전석 주변) 자체가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이뤄져서 운전자가 시야를 확보하거나 각 종 장비들을 다루는데 용이한 편인데요.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을 해봐야 그 대비감이 명료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엠베나 이태리 차 등을 몰아본 입장에서도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던 게 골프의 콕핏 세팅이었습니다.
동급의 i30와 비교해서 실내공간이 작은 차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도 트림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습니다. 유럽차는 차체의 크기로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해해야할 부분이 아닐까요?
역시 눈으로는 차의 가치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섀시나 파워트레인 등일 것입니다. 차체의 강판 역시 레이져 용접을 통해 수 조각의 강판이 아닌, 결과적으로 한 장의 고강도 강판처럼 만들어내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보여줍니다. 레이져 용접은 대량판매가 가능한 모델들이 아니면 가격적인 부담 때문에 적용키 어렵다고 하잖습니까?
물론 엔진의 성능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디젤 TDI 엔진의 능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 거기에 가솔린 직분사 능력은 또 어떻구요? 여기에 다운사이징된 엔진에 적용된 터보차저 등의 과급기 능력은 DSG라는 뛰어난 수동에 기반을 둔 자동형 기어와의 조합을 통해 최상의 팀웍을 자랑합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골프를 얘기하는 것은 핵심을 간과하고 껍데기로만 차를 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기에 또다른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주는 숨은 병기가 있죠. 바로 런치 컨드롤이란 기능입니다. 우리가 흔히 자동차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는, 출발 시 강하게 타이어가 돌다가 튕겨나가는 장면...이게 런치 컨트롤 기능입니다. 보통 튜닝 안된 차에선 고마력 스포츠카 에서나 사용되는 기능인데 이게 유일무이하게 디젤에서 그것도 100마력대의 차에 적용이 됐다는 건 분명 GTD만의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밖에도 버킷시트의 뛰어난 착좌감이나 핸들의 그립감 등은 직접 앉아서 잡아본 저로서는 특히 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고속의 주행 시에 느껴지는 안정감은 동급의 어떤 차도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멋진 장점입니다. 도로에 안정적으로 밀착된 느낌이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오랜 주행 중에도 피곤함은 덜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능력이 GTD를 매력적인 차로 만드는 것입니다.
▶달리기 기능에 경제성까지...
17.8...1리터로 갈 수 있는 GTD의 킬로미터 수치입니다. 170마력에 30대 후반의 강력한 토크에 저런 연비까지 나온다면 경제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밌는 것은, 비교대상의 수입차들 BMW120d, 볼보 C30, 미니 쿠퍼S 등이 골프GTD 보다 풀옵션 가격으로 볼 때 더 비쌈에도 그런 차들의 가격에 대해선 별로 불만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독일의 기능주의 메이커 폴크스바겐에게 고급이라는 개념을 부여하기에 주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해치백이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골프가 또는 GTD가 그런 평가를 받았을지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20~30대 고객에겐 더할나위 없는 수입차
GTD 비판의 글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패밀리카가 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네 정서로 볼 때, 뒷자리에 듬직하게 성장한 자녀들을 태우고 달리기엔 자세가 안나온다는 것입니다. 틀린 말 아닙니다. 하지만 핫해치 모델 골프에게 이런 세단적 가치를 찾는 것은 무리입니다. 특히 상위 세그먼트인 D급의 YF쏘나타를 예로들며 골프를 언급하는 것은 반대로 포르쉐와 쏘나타를 매치시켰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어디 기사에서 보니 20~30대의 젊은 고객층이 수입차 판매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그만큼 젊은 고객들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가치를 발현해 줄 차를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들에겐 뒷자리의 넉넉함이나 세단의 고급스러움이 아닌 드라이빙 즉, 손맛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30대라고 해도 자녀들이 크지 않기 때문에 5년 이상은 충분히 베이비시트 구비해서 단란하게 일가족이 골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극히 현실적 계산인 것입니다... 안전요? 유로충돌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은 차가 골프 아니었습니까?
안전에, 경제성에, 차의 잔존가치 등을 따져보더라도 충분히 구매매력이 있는 차이면서 동시에, 골프라는 문화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를 우린 이해해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문화적인 측면인 것입니다.
▶문화적인 차... 골프
74년 골프 1세대가 나온 후 지금까지 2,600만대 이상이 팔려나간 월드 베스트카...
지금은 비록 국민차라는 자랑스런 칭호를 스코다에 물려주게 될지도 모르는 비싼 모델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골프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언젠간 꼭 포르쉐 터보S와 함께 골프 모델 중 하나인 GTI를 신나게 몰아보는 계획이 있습니다. 골프와 관련된 수 많은 모임과 오랜 세월 이어져오고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보면서 저렇게 골프를 자랑스러워하는 독일 국민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저런 자부심과 문화를 만들게 해줄 차가 생길 것인가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물론 골프가 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수입사의 A/S에 대한 불만들과 잔고장, 비싼 부품값(부품에도 부여되는 관세와 마냥 쌓아놓을 수 없는 수급의 문제 등...) 등 한국 고객들에겐 불만의 요소도 많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골프라는 차에 대해, 인식의 정도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는 심리적 장벽도 있습니다. 이런 점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수입차에 매겨지는 한국차 보호성격이 강한 각 종 규제들도 고객을 위해 없어지거나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는 진정성 있는 차라고 저는 분명하게 말씀 드립니다. 잔머리나 꼼수로 만들고 판매하는 차가 아니라, 우직한 정공법을 통해 차의 가치를 고객이 누리게 하는 그런 진정성 말이죠. 따.라.서... 결코 골프GTD는 그 비난자의 말처럼 " i30 정도밖에 안되는 게 비싸 처먹기 만한 차" 가 아닙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현대차가 나쁘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을 제가 하자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워낙에 골프를 비난하는 분들이 현대의 일부 모델들과 비교하면서 평가절하했기에 그 것을 이 글의 기준에 둔 것이니 이점은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봅니다.
만약, 베엠베니 렉서스니 이런 차들과 놓고 비교를 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각도에서 다른 결과들을 가지고 얘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그저 차의 가치를 눈에 보여지는 사이즈로 단순히 평가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엔 분명 크기 외에도 보이지 않은 수많은 능력과 그 모델이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 등 고려할 점이 훨씬 많이 있기 때문이죠.
아는 바가 많지 않아 이 정도밖에 표현할 수 없음을 이해바라면서 오늘 포스팅 마치겠습니다...모두 힘차고 즐거운 한 주의 시작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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