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10분여의 비행을 마치고 한국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그런지 시차적응에 더 애를 먹고 있어요...이렇게 시간을 뺏기고 있는(?) 동안 비워둔 블로그가 썰렁해져버렸어요. 독일에 있을 때만큼 매일 글을 올리긴 어렵겠지만 돌아갈 때까지 나름 열심을 내서 포스팅에 임할까 생각 중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리고 지향하는 형태의 포스팅이 될 것 같네요. 자동차 역사에 있어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요하게 기록되어 있는 4명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동차 역사를 빛내고 있는 위대한 4인의 여성’ 이란 타이틀로, 독일의 디짜이트(Die Zeit)에 실린 내용을 좀 보강하고 다듬어 올려봅니다.
1 베르타 벤츠(Bertha Benz)
칼 벤츠...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든 사람으로, 자동차의 시초로,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메이커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 특허등록을 한 자동차의 대중적인 성공을 만든 것은 사실 그의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1888년 8월에 아들과 함께 벤츠의 자동차로 장거리 주행을 시도해 성공시킨 칼 벤츠의 아내 베르타 벤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칼스루헤라는 곳에서 태어난 칼 벤츠는 만하임에서 1886년 자동차를 발명했습니다. 넘버37435로 특허를 얻어냈고, 만하임 신문에 ‘말 없는 마차’ 라는 타이틀로 의욕적인 광고까지 냈지만 당시 말이 끄는 마차 이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겐 칼 벤츠의 내연기관 세바퀴 마차(자동차)는 낯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던 벤츠의 자동차는 위기를 맞았으며, 이대로라면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아무도 이 이상한(?) 마차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 때, 칼 벤츠의 아내 베르타가 나섭니다. 실제로 남편의 요구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독자적 판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거리운행을 시도한 것입니다. 칼 벤츠의 공장이 있던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까지 106km의 거리를 성공적으로 주행했고, 이 것이 계기가 돼 벤츠의 차는 팔려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의 도로는 오로지 마차 전용으로, 달리기 불편했을 뿐 아니라 교통표지판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기찻길을 보면서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장거리 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주유소라는 것이 1924년에 처음 생겨났기 때문에 와인 숙성시키는 통에 벤진을 싣고 달려야만 한 악조건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베르타는 완주를 했고, 그 과감한 시도가 결과적으로 지금의 벤츠가 있게 된 결정적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2 루이제 피에히(Louise Piech)
아이 넷의 엄마. 그러나 포르쉐 자동차 회사를 오빠인 Ferry와 함께 성공적으로 운영한 뛰어난 사업가였던 루이제 피에히. 아직까지도 오스트리아에 있는 회사에서 그녀는 보스로 불리우고 있을 정도로 회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녀는 처음엔 미술을 공부했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환경에서 자라나게 됐고 자연스레 자동차에 관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아버지가 그 유명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였기 때문입니다.
포르쉐 박사의 딸로서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녀는 면허증을 받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레이스에 팀에 참여를 하게 됩니다. 그 후 1928년 비엔나 변호사 출신인 안톤 피에히와 결혼을 하고나서 남편과 함께 포르쉐 경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이 나찌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가게 되고 회사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 때 그녀는 오빠인 페리와 함께 1947년 4월에 '오스트리아 포르쉐 컨스트락션 컴퍼니'를 설립해 자신들의 자산을 지켜나가게 됩니다. 1948년 로이제 피에히는 독일의 VW과 비틀 한 대씩 팔 때마다 당시 돈으로 5마르크 씩 로얄티를 받는 합의를 이뤄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폴크스바겐의 회사조직망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얻어내, 이를 계기로 위기의 포르쉐를 살려내고 성장시키기에 이릅니다.
1952년 그녀의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자 오스트리아 포르쉐 회사는 루이제 피에히 혼자 이끌어 가게 됩니다.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VW의 수입을 독점적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회사는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그녀는 혼란의 시기에 홀로 분투하며 1971년까지 오스트리아 개인기업 중 가장 큰 회사로 만들어놓기에 이릅니다. 지금의 포르쉐 신화 그 한 자락엔 이 강철여인 루이제의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3 클레네노레 슈티네스(Clärenore Stinnes)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인생에서 가장 큰 모험을 시작합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여성으로서 자동차 세계일주를 시도했고, 성공한 클레네노레 슈티네스의 이야기입니다.
좋은 가문출신의 클레네노레는 편안하고 공주같은 삶을 원하는 타입의 여성이 아니었습니다.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는(여성) 더 잘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남자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진보성은 그녀의 삶의 태를 보면 더 잘 드러납니다. 뮬하임에서 첫 독일의 레이스 랠리의 여성 드라이버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첫 레이싱에서 3위를 차지하죠. 그러다 러시아 여행 중에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해야겠다는 뜻을 품게 됩니다. ‘아들러 스텐다드6(사진의 차)’라는 35마력짜리 차를 가지고 드디어 자신의 꿈을 위한 출발을 하게 됩니다.
1927년부터 1929년까지 3년 동안 세계를 돌게 되는데, 그녀와 동반한 3명의 남자들 중 2명은 엔지니어 그리고 한 명은 사진기자로 이들 중 사진기자였던 칼 악셀 쉐더스트롬과 이후에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됩니다. 여튼 이들 남자들은 작은 트럭을 타고 아들러 스텐다드6를 뒤쫓게 되는데요. 그녀는 그 여행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는 곳마다 페스트 전염병을 보듯 사람들이 멀리했어요. 우리의 몰골을 보고 안 그럴 사람들이 있었을까 싶어요. 암튼, 그런 사람들의 두려움 어린 시선과 열악한 도로여건 등은 많은 어려움을 줬어요.”
결국,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엔지니어 두 명은 동행을 포기하게 되고 사진작가 칼과 목숨을 건 여정을 이어가게 됩니다. 시베이라 바이칼 호수를 지나고, 몽골에선 도적떼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일본으로 배를 타고 넘어가 다시 하와이로 갔으며 거기서 미국 서부에 도착해서 다시 미국땅을 가로질러 뉴욕에 다다른 후, 유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총 47,000km를 운전해 1929년 6월 24일에 베를린에 도착을 하는데, 그 때 그녀를 마중한 수많은 사람들은 뜨거운 환호로 위대한 여정을 끝낸 여성을 맞이해주었습니다.
4 미쉘 무통(Michèle Mouton)
미쉘 무통은 레이스 모토 스포츠 역사에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여성 레이서입니다. 1981년 여성으로서 구간 WM에서 첫 승리를 하게 됩니다. 그 후에도 각 종 우승과 기록들 그리고 아깝게 월드 챔피언십에서의 준우승까지...화려한 경력을 쌓게 됩니다.
그녀는 1973년 친구를 통해 레이스 스포츠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참여 후 2년 만에 프랑스 챔피언에 오르고 1977년 유럽피언 챔프자리에 올랐고 4년 후, 상 레모에서 첫 월드 챔피언(구간)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사실 이 때 거의 구간 우승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돌멩이 하나가 브레이크 사이에 끼어버리면서 브레이크가 블록에 걸렸기 때문인데요. 이를 수리하는 시간이 오래걸리면서 2위와의 시간차가 34초로 좁혀졌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2위 레이서가 실수를 하면서 그녀에게 여성으로서의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2년 후 미국 레이스 대회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고 같은 대회에서 1985년엔 기록 레코드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1년 후 현역의 자리에서 물러나 WMC라는 여성 레이싱 조직의 대표로 자리합니다. 유럽피안 챔피언십 5회 우승과 각 종 대회의 우승 그리고 구간 레코드 기록과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녀는 여전히 레이싱계의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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