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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포드 광고 덕에 더 커보인 유럽의 기아 7년 무상 보증

"이럴 줄 알았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포드 때문에(?) 기아와 현대의 유럽 무상보증 서비스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죠.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4월부터 독일에서 포드자동차는 눈에 띄는 지면 광고 하나를 계속해 오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프로모션으로, 무이자 할부와 '7년 보증'에 관련된 내용이었죠. 4월부터 6월 말까지 신차를 구입하는 고객이 대상이며, 해당 차종은 포커스, C 맥스, 그랜드 C 맥스, 몬데오, S 맥스, 갤럭시 등이었습니다.

독일 자동차 잡지에 실린 포드 광고


포드 7년 보증의 실체

무이자 할부의 경우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7년 보증 (7 Jahre Garantie)이라는 문구는 지금까지 기아자동차를 제외하면 본 적이 없던 터라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포드는 다른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처럼 자동차 무상 보증 기간이 가장 짧은, 기본 2년 수준인지라 더 눈에 크게 들어올 수밖에 없었죠. '포드가 7년 무상 보증을?'


그런데 (늘 그렇듯)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항상 세부사항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거죠. 일단 포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해당 프로모션은 영국과 프랑스 포드 홈페이지에는 없는 것으로 봐, 독일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포드 패밀리 주간'이라는 도메인으로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더군요.


홈페이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7년 무상 보증'의 실체가 적혀 드러나 있더군요. 우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증은 기본 2년이었습니다. 여기에 3년부터 최대 7년까지 (5년 동안 7만km 미만 주행일 경우) 어시스턴스 모빌리테츠가란티(Mobilitätsgarantie)가 적용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포커스 / 사진=포드


이동 보증쯤으로 해석이 될 수 있는 모빌리테츠가란티(Mobilitätsgarantie)는 자동차 고장 등이나 문제 부분을 수리하는 내용을 무상으로 해준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보통은 고장차량 견인 서비스, 대차 서비스, 그리고 여행 중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호텔비를 내주는 서비스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원래 포드는 이 모빌리테츠가란티를 1년, 특별한 경우 2년 정도 보장하고 있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자비로 하는 차량 점검(인스펙션)을 빼먹지 말고 해야 하며, 포드가 공인한 정비소에서 서비스를 받아야 합니다. 이번 특별 프로모션의 경우 그 조건이 더 까다로웠는데요.


개인고객만 해당되며, 시승이나 차량 상담을 받은 후 3주 안에 차량을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니까 광고에는 커다랗게 '7년 무상 보증'이라고 해놓았지만 차체나 일반 부품, 또는 엔진과 변속기 등에 대한 보증 기간이 아닌, 견인과 대차 서비스에 대한 무상 기간을 늘려준 것입니다.


단연 돋보이는 기아의 7년 보증 서비스

"그러면 그렇지. 포드가 갑자기 제조사 무상 보증을 저렇게 늘릴 이유가 없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기아의 7년 보증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아의 경우는 포드 등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상 보증 서비스를 유럽 전역에서 실시 중에 있습니다.

사진=기아 독일 홈페이지


기아자동차가 유럽에서 파격적인 무상보증 서비스( 7년 또는 주행거리 15만km)를 실시한다는 걸 확인한 게 2010년 1월이었습니다. 당시 이 소식을 블로그에 적었다가 무척 많은 방문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최근 '현대차의 신차 출시 정보, 해외는 되고 한국은 안 되고?'라는 글을 블로그 및 자동차 매체에 기고했는데, 이 글에 달린 포털의 댓글들과 비슷한 공격성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쨌든 기아의 이런 서비스는 현대자동차 (5년, 주행 거리 무제한)의 무상보증 서비스와 함께 유럽 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유럽에서 현대와 기아차를 평가할 때 늘 우수한 점수를 받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아의 경우는 4가지 부분에 7년 보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우선 가장 기본인 제조사 7년 보증, 그리고 앞서 포드가 일종의 낚시질(?)을 한 모빌리테츠가란티라는 견인 및 대차 서비스가 있으며, 세 번째로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7년 서비스, 그리고 끝으로 주행거리 105,000km 이하일 경우 7년까지 소모품 이상 시 무료 교체를 해주는 Wartung 서비스가 있습니다.


몇 가지 제한 조건이 있긴 하지만 오일이나 필터 등이 차량 이상 등에 의해 교체할 때는 7년까지는 무료로 제조사가 교환해준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교체 시기가 돼 바꿀 때는 제외됩니다. 

사진=기아


요즘은 일본 미쓰비시, 그리고 스바루, 한국의 쌍용차 등이 유럽에서 일부 모델에 한해 5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르노자동차가 그동안 2년 무상보증에서 최근 출시되는 모델들은 모두 5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 기간은 역시 기아뿐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포드가 느닷없이 7년 보증을 타이틀로 해서 광고를 했으니 낚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었겠습니까.


한국에서는 기아(현대도 마찬가지)의 경우 모델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차체 및 일반부품의 경우 3년 6만km, 엔진 및 동력전달 부품의 경우 5년 10만km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녹보증을 12년 정도 하고 있으며 현대와 기아도 같은 수준이죠. (벤츠는 30년!!)


반면 한국에서는 유럽보다 짧은 녹부식 보증기간을 두고 있고 그나마 그 방청 보증 관련해 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현대와 기아 모두 까다롭게 되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현대 기아차는 한국과 달리 분명 시장에서 도전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브랜드를 알리는 게 중요한 입장이죠. 북미보다 유럽이 훨씬 더 현대와 기아로서는 어려운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이런 파격적인 보증 서비스의 실시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요.


하지만 현대와 기아의 보증 서비스 확대 이후 유럽에서 다른 제조사들도 하나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조금 허탈하긴 하지만 2년 보증 꿋꿋하게 버티던 포드도 7년 보증을 내걸었고, 르노는 5년 보증이 새로운 중심이 됐죠. 유럽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기존보다 좀 더 좋은 조건의 보증 서비스가 국내에서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