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독일에서는 디젤차 운전자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죠. 서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주도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한 곳인 슈투트가르트가 2018년 1월부터 유로6 미만의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이 주총리의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올바른 결정이다." "디젤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등의 찬성의 목소리부터, "대기오염의 원인을 디젤에게만 돌리는 잘못된 결정이다."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 등의 반대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일단 슈투트가르트시는 큰 틀에서 원래의 계획대로 밀고 나갈 모양인데 저항 요인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디젤차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이번 조치에 대해 문답형식으로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해 봤습니다.
사진=adac
Q : 정말 2018년 1월 1일부터 모든 유로 6 미만 디젤차는 슈투트가르트시에 진입 금지인가?
A : 처음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듯 보입니다. 처음에는 유로6 미만의 모든 디젤차(예외는 존재)였으나 최근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미세먼지 경보 발령 시'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시는 2016년 1월 미세먼지 경보 시스템을 도입한 독일의 첫 번째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Q : 왜 디젤차를 콕 찍었나?
A : 슈투트가르트시는 독일 내에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가장 많은 대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소산화물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연평균 82㎍/㎥(마이크로퍼 규빅미터)를 낸 곳(Am Neckartor)이 있습니다. 2위는 뮌헨(80㎍/㎥), 3위가 슈투트가르트의 또 다른 곳(Hohenheimer Strasse)이 차지했고, 슈투트가르트의 다른 지역이 8위에 이름을 올려 10위 안에 무려 세 곳이나 슈투트가르트 지역이 포함됐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역시 슈투트가르트의 Am Neckartor 지역은 기준치를 연 63일이나 초과했는데 이는 1년에 총 35일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EU 기준을 유일하게 넘어선 결과였습니다. 2위 도시들이 26일 초과니까 차이가 무척 컸죠. 그리고 8위에도 슈투트가르트의 또 다른 지역이 (연 20일 초과) 포함돼, 이래저래 슈투트가르트는 대기오염의 도시로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이런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모두를 줄일 수 있는 대상으로 디젤자동차를 본 것입니다.
Q : 디젤차 도심 진입 금지 정책이 독일 연방 정부가 나서서 진행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A : 연방정부와는 별개의 일입니다. 독일은 16개의 주가 모여 연방 국가를 이루고 있죠. 따라서 각 주의 권한이 매우 막강합니다. 이번 슈투트가르트시 디젤차 진입 금지 조치의 경우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주도인 슈투트가르트시의 결정입니다.
Q : 그렇다면 연방정부(메르켈 정부)는 이 조치를 어떻게 보고 있나?
A : 이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습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슈투트가르트 환경존(Umweltzone)의 경우 새롭게 파란색 스티커를 장착한 차들만 다닐 수 있게 하겠다고 원칙을 세웠습니다. 2020년부터 실행하고 싶어하죠. 그런데 이 환경존이라는 것은 연방정부의 권한입니다. 현재 독일 내에 55개의 환경존이 있는데 54개 곳에서 녹색 스티커를 붙인 차들만 통행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물론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통제하려는 곳을 환경존으로 설정했는데 현재 독일에서 이 환경존이 가장 많은 곳인 바로 바뎀뷔르템베르크주입니다. 총 55곳 중 22곳이 바로 여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다음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인데 16곳이 이 주에 있습니다. 두 곳 모두 공장지대와 산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어쨌든 이 환경존은 연방정부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블루 스티커를 새로 도입해 구형 디젤차를 슈투트가르트 거의 전 지역에서 통행을 금지하고자 한다면 연방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론은 블루 스티커 도입에 반대가 높고 도브린트 연방 교통부장관 역시 블루 스티커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환경존 표시 / 사진=ADAC
Q : 반역 블루 스티커가 실제로 적용된다면?
A : 그렇게 되면 슈투트가르트시 진입 금지 조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혼란이 생길 겁니다. 유로6 이하의 디젤차는 모두 유로6 기준으로 후처리장치를 달아야 하는데 이 비용도 천문학적이죠. 그리고 블루스티커가 적용되는 순간부터 말 그대로 유럽의 디젤차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갈 겁니다. 독일 제조사들 입장도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용하기는 당분간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환경부나 환경단체들은 강력히 요청하는 분위기죠.
Q : 디젤차 진입 금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는 중인 듯한데?
A :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디젤차가 현재 문제 되는 건 질소산화물 배출입니다. 건강에 해로운데 이 해로운 질소산화물이 실제로는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양이 도로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미세먼지의 원인으로도 얘기되고 있지만 학계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디젤 엔진이 미세먼지에 끼치는 영향은 5% 미만이라는 얘기도 있고, 미세먼지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디젤 엔진이 아니라 타이어와 제동장치, 그리고 차량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부유먼지 등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슈투트가르트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과다 발생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Am Neckartor에서 '환경측정 및 자연보호연구기관(LUBW)'이 측정한 결과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 기관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곳이 아니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전기차조차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단순히 디젤차 제한만으로 미세먼지 억제를 시킨다는 건 제한적이고 잘못된 접근이라는 반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슈투트가르트시도 원래 계획과 달리 '미세먼지 경보가 울렸을 때'에 구형 디젤차 도심 진입을 금지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슈투트가르트 시내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bigcat
Q : 슈투트가르트시의 정책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나?
A : 사실 슈투트가르트시의 정책이 난처해 보이는 이유는 디젤의 핵심 배출 오염원인 질소산화물의 경우 강화된 새 배기가스 측정법에 의해 실제 도로에서도 지금과 달리 SCR 등의 방식으로 이미 기준을 맞출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제조사들은 물론 여러 대학에서 이미 질소산화물은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연구가 돼 있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결국 개인 이동수단 자체를 억제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역시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을 놓고 보면 이동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한국의 경우 중국 등의 거대한 변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슈투트가르트시의 정책을 참고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질소산화물이 2차 화학 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바뀐다는 것도 정확한 근거도 부족하고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질소산화물은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따라서 이것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대책이 있어야겠죠. 하지만 미세먼지 대책과 별개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사진=포르쉐
Q : 그렇다면 슈투트가르트시 외에 독일이나 유럽에서 다른 움직임은 없나?
A : 문제는 심리적 확장성이 아닐까 합니다. 슈투트가르트시의 정책이 실제 효력을 거둘지를 확인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독일 내에서 뒤셀도르프, 함부르크, 뮌헨 등에서도 이런 디젤차 진입 금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실제로 논의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시의 움직임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또 프랑스 파리는 이미 선제적 대응을 시작했죠. 2020년에는 디젤차 자체가 시내에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지금으로 봐선 큰데, 또 다른 거대 변수가 파리시의 결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그리스 아테네 역시 2025년부터는 디젤차 전면 금지 계획이 있고, 스페인 마드리드 역시 2025년부터 디젤차가 시내에서 다니지 못하게 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뭐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노르웨이 오슬로는 2024년부터 아예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내연기관 자동차가 다니는 걸 금지하기로 현재 적극 추진 중이고 네덜란드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독일도 일부 정치권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데, 독일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네, 분명 디젤차의 성장세는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최대 20% 이상 디젤차 시장이 줄어들 거라는 분석도 있죠. 하지만 20년 안에 디젤차가 사라지기 어렵다는 주장도 강합니다. 볼보 같은 곳은 개발비 부담 등으로 디젤 엔진을 앞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유럽에서는 1년에 수백만 대의 디젤차가 팔려나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디젤이 가진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가 기술적으로 명쾌하게 해결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디젤차는 의외로 오래 버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슈투트가르트시의 이번 결정에 지역 내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지, 계속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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