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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대차의 신차 출시 정보, 해외는 되고 한국은 안 되고?

지난 13일 현대자동차는 소형 SUV 코나를 선보였습니다. 국내 매체는 물론 해외 자동차  매체 기자들까지 초청했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는데요. 당시 행사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새로운 SUV 출시 계획과 코나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출시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코나 전기차 계획은 사실 이 날 처음 공개된 게 아니었습니다.

코나 / 사진=현대자동차


5월 26일 발행된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단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코나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독자들에게 알렸습니다. 무려(?) 한국보다 2주 이상 먼저 코나 전기차 소식을 전한 것이죠.


아우토빌트는 현대차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며 유럽 기준 500km, 현실적으로는 대략 350km의 거리를 완충 후 달릴 수 있는 수준의 전기차를 현대가 내놓을 것이라며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2018년 가을에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약 35,000유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죠.


급속 충전을 할 경우 30분 안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1억이 훌쩍 넘어가는 테슬라의 SUV 전기차 '모델 X'와 달리 현실적으로 구매 가능한 최초의 순수 SUV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비교적 자세하게 코나 전기차 소식을 공개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고려 중이며, 코나 외에도 4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5개의 순수 전기차 모델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부분까지 밝혔습니다.

아우토빌트 잡지판에 실린 코나 전기차 기사 내용 / 사진=이완


그런데 코나 전기차 소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우토빌트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i30를 패스트백 타입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도 독자들에게 전했습니다. 패스트백이라면 잘 아시는 것처럼 지붕으로부터 차의 뒤쪽까지 낮게 누운 형태의 자동차를 말하는 것으로, 해치백 구조에 패스트백 스타일을 한, 현대로서는 포니2 시절 이후 실로 오랜만에 내놓는 패스트백 타입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우토빌트 잡지판 i30 관련 기사 / 사진=이완


모양은 BMW GT와 비슷하죠? 직접 경쟁은 스코다 옥타비아 세단형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휠베이스는 현재 i30와 같지만 전장은 좀 더 길고, 트렁크 용량도 커질 듯하며, 어쩌면 이 i30 GT 모델에도 고성능 N 마크가 붙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예상이었습니다. 출시는 내년 중반쯤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익숙한 신차 출시 정보, 한국은 왜?

독일 유력 매체를 통해 현대차의 신차 정보가 1달 안에 두 개나 전해지는 걸 보면서 '왜 한국산 자동차 출시 계획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들어야 하는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현대자동차의 신차 소식을 한국인이 아닌 독일인들이 먼저 알아야 하는 걸까요? 물론 해외와 국내의 자동차 정보 유통 환경이 다르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독일이나 영국, 그리고 미국 등의 전통 있는 자동차 전문지 기자들 경우 완성차 업체와의 오랜 인연을 무기로 다양한 신차 정보를 얻어 냅니다. 이미 해당 지역에서는 이런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어 있죠. 독일만 하더라도 유력 매체 2~3곳이 전하는 신차 출시 정보는 거의 매주 등장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전문지는 온라인 매체가 주를 이루고 있고 그 활동 기간도 보통 30년이 넘는 외국과 비교하면 짧은 편입니다.


자동차 전문지를 구매해 매체의 운영이 가능한 그런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 다른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자동차 매체가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매체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 등을 통해 자동차 정보는 계속해서 생산, 노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외 매체들처럼 몇 년 후 어떤 차가 어떤 특징을 갖고 출시될 것인지 등의 핫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곳은 찾기 어렵습니다. 출시 계획을 공유하는 완성차 업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구체적 계획을 알리지 못할 겁니다. 해외에 있는 저만 하더라도 현대차 내부로부터 전해 듣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개적으로 글로 옮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당부를 하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남보다 일찍 베라크루즈보다 큰 SUV가 나올 거라는 거, 또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i30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업 분위기가 폐쇄적인 게 여지없이 느껴집니다. 정보 유출에 민감하며, 특히 신차 출시 부분에 있어서는 더 입단속을 하는 듯합니다. 마치 중요한 기업 비밀인 양 매우 조심스러워 보이죠. 반면 독일의 경우 앞서 소개한 것처럼 부담 없이 출시 일정이나 차량의 특징을 전문지들이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기자의 능력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시장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가 본질적인 문제라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어떤 차를 언제쯤 내놓을지 알 수 있으니 차량 구입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좋고, 매체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신차 정보를 전하며 경쟁력을 높여 좋고, 완성차 업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 나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 신차 출시 계획 같은 거 너무 꽁꽁 싸매고 있지 말고 소비자와 넉넉하게 공유해줬으면 합니다. 한국에서 전하는 신차 소식을 해외 매체들이 인용 보도하는 그런 모습, 앞으로 자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