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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도로주행 코스에 고속도로와 야간주행을 넣는다면?

신호등도 없고 막히지도 않은 편도 3~4차로 수준의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건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죠. 시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는 차량의 흐름이라는 게 참 중요한데요. 이 흐름이 깨질 때 막히게 되고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깨는 건 어떤 경우일까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1차로를 점유한 채 주행하는 차량이 우선 떠오르실 겁니다. 과속차량에 1차로를 비켜줄 의무가 없다는 기사도 봤습니다만,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사용한다는 큰 틀에서의 원칙은 지키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이게 잘 지켜지지 않고 있고, 오른쪽 차로로 당연하다(?)는 듯 추월을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물론 1차로가 비어 있어도 습관적으로 우측 추월하는 차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곳 독일은 어떤 게 운전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까요? 아우토반은 2차로부터 4차로까지(그 이상도) 혼재돼 있지만 편도 2차로와 3차로가 가장 흔합니다. 특히 3차로 아우토반에서 2차로, 그러니까 가운데 차로를 점령한 채 운전하는 것을 이곳 사람들은 매우 매우 매우 싫어하죠. 마치 우리나라의 1차로 정속주행 차량에 대한 불만과 같다고나 할까요?

독일 아우토반 / 사진=픽사베이


단순히 싫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2차로 정속주행으로 인해 다른 차량이 위험에 빠졌거나, 사고가 났을 시 벌금과 벌점이 부여됩니다. 도로교통법상 기본은 맨 오른쪽 차로로 주행하는 게 기본이며, 추월할 경우에 2차로 및 1차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우측 추월은 없고, 차량의 흐름 속도는 우측차로가 가장 느리고 순차적으로 왼쪽으로 갈수록 빨라집니다. 


물론 가장 오른쪽 차로가 막혀 있거나 차량이 있을 땐 2차로 주행이 인정되지만 오른쪽 차로가 비어 있을 땐 무조건 오른쪽 차로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비교적 이 규칙이 매우 잘 지켜지고 있는 아우토반임에도,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이런 중앙차로 점유한 채 흐름을 방해하는 차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우토반 이용법은 면허취득 과정에서 이론과 실제 주행 연습 등을 통해 배우고 익히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문제(중앙 차로 정속 주행 차량)는 외국인이나 외국 번호판을 단 차들이 룰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독일인도 많습니다. 자기들은 제대로 학원 등에서 배웠다는 거겠죠. 딱히 와 닿지는 않지만 어쨌든 면허학원에서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이 내용을 가르칠까요?

유럽에서 운전 거칠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이지만 고속도로 풍경만큼은 규칙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독일에서는 우리와 달리 이론 교육 시간이 매우 길고( 45분 수업 21회) 필기시험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대충 교통법을 공부했다가는 필기에서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버스 운전 면허의 경우 제동거리 관련해 물리학적 계산까지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론만으로는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결국 실전이 중요한데요. 주행 연습은 기본적으로 13시간 이상을 하며 여기에 다시 추가로 특수 주행이 12시간 이상 포함됩니다. 


이 특수 주행은 아우토반과 외곽도로, 그리고 야간 주행 등을 하는 시간으로 도합 25시간을 주행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25시간의 주행 연습은 최소 기준입니다. 학원 강사가 더 많은 주행 연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더 해야 합니다. 따라서 면허 취득까지는 2,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겠죠. 


그러니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말 집중해서 면허 취득 과정에 임해야 합니다.이렇게 함에도 앞서 얘기한 것처럼 중앙차로를 점령한 채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언론은 자주 이 부분을 다루며 배운 것대로 하라는 조언은 잊지 않습니다. 이처럼 제대로 교육을 받고, 또 받은 것을 언론은 수시로 알려 환기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운전면허학원 홍보 글들 보면 신호등도 적고, 교차로도 적고, 차량 흐름도 없는 쉬운 코스라며 '쉽다'를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몇 시간 주행 연습하는 것으로 운전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요? 더더군다나 고속도로나 야간 주행 연습 같은 건 없죠. 그러니 고속도로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야간에 운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 없이 그대로 도로로 나오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면허학원 운전용 차량에 붙어 있는 파슐레(Fahrschule) 표시. / 사진=픽사베이


물론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주행 연습 같은 걸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유료 도로이고 또 독일처럼 미리 여러 시간의 주행 연습을 한 후에 고속도로 코스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수도권 고속도로는 또 얼마나 복잡하고 막힙니까. 이해됩니다. 하지만 최소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다든지, 아니면 이론 교육 때 시청각 자료 등을 통해 고속도로나 야간 주행 때 어떻게 운전을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내용만이라도  가르친 후에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기능시험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론 교육을 문제집 푸는 수준으로 가볍게 여기고, 그저 쉬운 코스에서 몇 시간 학원이 알려주는 요령에 맞춰 운전을 배우는 것으로는 안전한 운전, 사고 없는 도로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시작이 잘못되었다면 운전자나 단속 경찰이나 서로 불필요한 시행착오만 계속해서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문제가 개선 없이 무한 반복 되는 겁니다.


다시 한번 정부에 부탁합니다. 기능시험뿐만 아니라 이론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고속도로나 야간주행 등, 특히 운전에 집중을 요하는 환경에서 교통법이 어떻게 되어 있고 어떻게 운전을 해야만 하는지 정말 제대로 시스템을 통해 교육이 이뤄져야겠습니다. 적어도 면허증을 취득한 사람 스스로 자기의 운전실력을 못 믿어 운전을 못 하는 그런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겠어요?


언제까지 이런 얘기가 반복되어야 하는지 참 답답한 마음인데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완벽한 자율주행시스템이 마련되는 미래가 온전히 도래하기 전까지는, 사고 없이 쾌적한 도로를 만드는 것은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는 사람의 몫이라는 거, 그렇기에 우리의 효과적인 노력을 통해 좀 더 안전한 도로가 만들어진다는 거,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