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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판매 1위차 포터와 스파크에 없는 것

2016년 상반기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현대의 1톤 트럭 포터2였죠. 총 54,689대가 팔려 52,175대의 아반떼 AD를 앞섰습니다. 또 판매량 기준 1위부터 10까지 현대와 기아차들이 점령한 가운데 라이벌 기아 모닝 (35,005대)을 따돌리고 쉐보레 스파크가 40,776대 팔려 전체 5위, 경차 부분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두 자동차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불편한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머리보호대입니다.

사진=볼보

많이 당하는 탑승자 목 부상

헤드레스트, 머리받침대 등으로도 불리는 차량용 머리보호대는 이미 1920년대에 개발된 오래된 안전장치입니다. 1950년대에 특허가 나오고, 1969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머리보호대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져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머리보호대는 말 그대로 머리는 물론 목 부위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를 말하는데요.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보험업계 전체 목 상해 사고가 156만 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1,400건 이상 목 상해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머리보호대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이 수치는 상당수 줄었을 것입니다. 최근 나온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도자료에도 부상자가 발생한 60만 건 이상의 추돌사고에서 뒷좌석 부상자의 39.1%가 목 부상이었다고 합니다.

부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운행 중인 상당수 자동차의 뒷좌석 머리보호대가 제 역할을 못 하는 부분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머리보호대는 그만큼 탑승자 보호에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머리보호대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는 것을 따질 수도 없는, 그러니까 아예 머리보호대가 탑승 인원에 맞게 장착이 되지 않은 차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스파크, 5인승인데 왜 머리보호대는 4개

쉐보레 스파크 / 사진=GM

개인적으로 머리보호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4년부터였습니다. 우리나라 승합차와 유럽에서 판매되는 승합차의 차이, 그리고 현대의 YF 쏘나타 택시 2열 중앙석에 없던 머리보호대 문제, 작년에 수입된 임팔라를 비롯해 머리보호대에 인색한 쉐보레 자동차들, 또 르노삼성 역시 국내형 중형과 유럽형 중형에 머리보호대의 유무 논란 등, 제조사 가릴 것 없이 드러난 머리보호대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개선된 예도 있습니다. 현대가 YF 쏘나타 후속으로 내놓은 LF 쏘나타에는 기본으로 2열 중앙석에도 머리보호대가 달려 나오기 시작했고, 모닝을 비롯 점차적으로 적용 모델이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르노삼성의 경우 아예 유럽에서 조립된 SM6가 들어오면서 머리보호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걸로 보이는데요. 물론 있는 그대로 들어온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겠죠?

하지만 여전히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차들 중 머리보호대가 빠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쉐보레 경차 스파크인데요. 스파크는 경차임에도 다양한 편의장치와 안전장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동급 최고라고 자랑하는 고강성 차체 프레임부터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적용, 경차임에도 트림에 따라 최대 8개의 에어백 장착 등, 안전 부분에 있어 내용이 굉장히 알차고 화려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어쩐 일인지 머리보호대만큼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트림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2열 중앙석의 경우 머리보호대가 빠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때 가장 낮은 트림의 경우 아예 2열 전체 좌석에 머리보호대가 없어 논란이 됐던 적도 있었습니다.

넥스트 스파크 2열 중앙석에 머리보호대가 없다 / 모터그래프 유튜브 영상 캡처

쉐보레의 경우 소형 아베오에도 머리보호대 없습니다. 머리보호대가 트림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지 거기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실 이런 기본적 안전장치는 트림과 상관없이 적용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5인승으로 승인을 받았고, 3점식 안전벨트까지 모든 좌석에 적용하고 있다면 머리보호대 역시 5인승에 맞게 갖춰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만약 후방 시야를 가리는 게 염려된다면 폴딩형이든 고정형이든, 낮게 설계해서 설치하면 됩니다. 실제 2열 중앙석에 머리보호대를 설치한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대체로 이처럼 낮은 형태의 머리보호대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유럽에서 쉐보레가 스파크를 판매할 때도 정확히 5개의 머리보호대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시야의 문제로만 보기에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유럽형 2010년형 스파크 실내 / 사진=쉐보레

포터 더블캡 모델에도 부족한 머리보호대

포터는 현대가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는 대표적 생계형 1톤 트럭입니다. 그런데 이 포터의 더블캡 모델의 경우 1열 중앙석과 2열 중앙석에 모두 머리보호대가 빠져 있습니다. 포터를 홍보하는 자료에도 분명히 '5인 이상 승차할 경우'라는 표현을 넣어서 이 차가 5~6인승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머리보호대는 4개만 달려 있습니다.

더블캡 실내 / 사진=포터 카탈로그 캡처

사실 포터 역시 차체자세제어장치,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을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게 해 적재화물로 인해 시야가 방해되는 것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주고 있죠. 하지만 머리보호대에는 여전히 관심이 덜한 듯합니다. 1열 중앙석의 경우 등받이를 눕혔다 세울 수가 있는데, 등받이를 세울 때 탈부착이 가능 구조로 머리보호대를 적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2열 중앙석도 시야 문제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짐이 실렸을 때 의미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앉힌다고 하더라도 등받이가 낮기 때문에 (성인 어깨 수준) 추돌 사고 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역시 목 부상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승객과 화물, 모두를 생각한 공간'이라는 문구에 어울리는 그런 안전 보강이 있어야겠습니다.

포터 / 사진=포터 카탈로그 캡처

법의 허점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인원수에 맞지 않게 머리보호대가 있고 없고 하는 걸까요?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에는 앞 좌석 머리보호대에 대해서만 의무 장착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니 뒷좌석의 경우 제조사들의 선택에 따라 어떤 차에는 달려 나오고 어떤 모델에는 안 달려 나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유럽의 경우는 인원수에 맞게 모두 머리보호대가 달려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럽 국가에 머리보호대 법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일부 국가에서 이를 법으로 규정을 했다고 하는데, 결국 유럽 시장의 특성상 한 나라만이라도 머리보호대를 강제로 규정하면 유럽 전체 시장에 판매하는 자동차에는 제대로 머리보호대를 장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보호대 규정 반드시 마련돼야

포터와 스파크가 갖는 상징성은 큽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또 가장 많이 팔리는 경차라는 그런 상징성 말이죠. 이 두 차량에 제대로 된 머리보호대가 장착이 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의 모든 차에 제대로 머리보호대가 장착될 수 있겠죠. 

그나마 다행인 건, 2년 후쯤 뒷좌석 머리보호대 안전도 평가를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 점인데요. 사실 고민을 할 게 아니라 무조건 적용해 적어도 이런 기본적인 안전장치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이 마련되기 전에라도 제조사 스스로 머리보호대 장착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빠른 시간 안에 적용해 주길 바랍니다. 지금도 머리보호대 없는 자동차들은 계속해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