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연비 효율성은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 중 하나죠. 제조사 역시 연비를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업계에서는 차체 경량화가 요즘 화두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연비에 더해 배출가스,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지상과제가 더해진 상태입니다.
토요타를 선두로 한 하이브리드와 독일과 프랑스 제조사들이 집중했던 디젤 등이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놓고 경쟁을 펼치던 구도에 전기를 이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가세하면서 판은 좀 더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질소산화물 문제가 부각됐고, 디젤이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앞으로 내연기관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세가 되긴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죠. 결국 충전 인프라와 높은 구매가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판을 뒤엎긴 당장은 어렵습니다.
유럽이 이끈 새로운 조합, 디젤 하이브리드
현재 자동차 회사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순수 전기차보다는 좀 더 현실적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충전 인프라 등을 생각하면 디젤이나 하이브리드가 좀 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 가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 그러니까 디젤과 하이브리드를 섞게되면 어떻게 될까요? 디젤의 높은 토크와 하이브리드의 낮은 배기가스 배출 능력이 더해진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이 몇 가지 있습니다.
블루텍 하이브리드 / 사진=다임러
메르세데스를 만드는 다임러와 푸조 등은 5~6년 전부터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레인지로버, 그리고 푸조와 같은 그룹 안에 있는 시트로엥, 그리고 좀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볼보가 플러그인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며 유럽 시장은 물론 그 외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디젤 하이브리드 편이 아닌 듯합니다.
메르세데스가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푸조가 2011년 3008 디젤 하이브리드4를 내놓았지만 두 모델 모두 현재 디젤 하이브리드가 라인업에서 빠진 상태입니다. 대신 메르세데스는 신형 C클래스에 C 300h와 S클래스에도 S 300h를 각각 출시한 상태이고, 또 푸조 역시 크로스오버 왜건인 508 RXH에 디젤 하이브리드를 적용했습니다. 시트로엥 DS5 사륜과 레인지로버 SDV6 등에도 디젤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갖춰져 있습니다.
508RXH / 사진=푸조
2012년 아우디가 내구레이스 르망 24에서 R18 e-트론 콰트로로 우승을 차지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우디도 시장에 참여할 듯 보였지만 가솔린 하이브리드에서 곧바로 전기차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 거로 보이며, BMW 역시 이미 i 시리즈를 통해 현재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줬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증명된 디젤 하이브리드의 효율
그렇다면 디젤 하이브리드의 효율은 어느 수준일까요? 사실 이걸 제대로 알려주는 자료를 그동안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환경청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한국교통대학교에 용역을 준 한 연구에서 디젤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 수 있는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우연히 찾아 읽게 된 '소형 자동차 실제 도로 주행 배출가스 측정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0cc~2,200cc 배기량을 보인 가솔린, 디젤, LPG, 가솔린 하이브리드, 그리고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 중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은 디젤 하이브리드였습니다. 도심 2개 코스와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포함한 복합 2개 코스, 그리고 하나의 고갯길 코스 등, 총 다섯 개의 주행 코스의 데이터에 기반을 둬 실험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비 예측 결과 (실제 도로 주행 조건 기준)
1위 : 디젤 하이브리드 (리터당 평균 25.85km)
2위 : 가솔린 하이브리드 (리터당 평균 22.08km)
3위 : 디젤 자동차 (리터당 평균 19.87km)
4위 : 가솔린 자동차 (리터당 평균 16.95km)
5위 : LPG 자동차 (리터당 평균 13.47km)
전체적으로 수치가 좋게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비 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에도 LPG 차량만 연비 예측 결과와 달랐을 뿐 나머지는 모두 같은 순서를 나타냈습니다. 도심 2개 코스에서는 디젤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비슷한 수준으로 가장 낮게 배출되는 것으로 나왔고, 나머지 코스에서는 모두 디젤 하이브리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하이브리드보다 좀 더 낮았습니다. 그다음이 LPG였으며, 디젤과 가솔린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가솔린이나 디젤 대비 하이브리드 모델이 40~50%까지 적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클래스 블루텍 하이브리드 구조 / 사진=다임러
모든 디젤 하이브리드가 효율이 높은 건 아니다
이처럼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정에서 디젤 하이브리드가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모든 디젤 하이브리드가 이런 결과를 낸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레인지로버 디젤 하이브리드의 경우 오히려 같은 디젤 엔진만 장착된 모델보다 연비가 더 좋지 않았습니다.
레인지로버 SDV6 디젤 하이브리드
한국 공인 연비 : 10.8km/L, CO2 배출량 : 179g/km, 판매가 : 약 1억9천만 원
레인지로버 TDV6 디젤
한국 공인 연비 : 11.1km/L, CO2 배출량 : 181g/km, 판매가 : 약 1억6천7백만 원
이왕 비교를 해봤으니까 이번에는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인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한 번 비교해서 보도록 할 텐데요. 유럽 공인연비는 다소 현실적이지 못하니까 그런 점을 어느 정도 고려를 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차량 가격은 기본가이며 독일 기준입니다.
메르세데스 C300 디젤 하이브리드 (231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7.7km/L, 이산화탄소 배출 : 94g/km, 판매가 : 47,243유로
메르세데스 C 250d (디젤 204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3.25km/L, 이산화탄소 배출 : 109g/km, 판매가 : 44,268유로
메르세데스 C 35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솔린 엔진 포함 279마력)
유럽 공인 연비 : 47.61km/L, 이산화탄소 배출 : 48g/km, 판매가 : 51,051유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디젤하이브리드 중 효율이 좋은 편인 메르세데스 C300h 비교 결과입니다. 가격과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모두 디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사이에 놓여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레인지로버 디젤 하이브리드처럼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모델도 있는데요.
푸조 508 RHX 디젤 하이브리드 (200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1.73km/L, 이산화탄소 배출 : 109g/km, 판매가 : 44,000유로
푸조 508 블루 HDi 왜건 (디젤 180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2.72km/L, 이산화탄소 배출 : 114g/km, 판매가 : 39,100유로
푸조 508 RHX 디젤 사륜 모델 (181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1.73km/L, 이산화탄소 배출 : 119g/km, 판매가 : 41,400유로
가격 대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508 왜건과 비교하면 오히려 연비가 더 나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같은 그룹 내에 있는 시트로엥 모델 중 DS5 디젤 하이브리드는 508 RHX 디젤 하이브리드와 달리 비교적 연비에서 선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DS5 디젤 하이브리드 사륜 (200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8.57km/L, 이산화탄소 배출 : 90g/km, 판매가 : 41,940유로
DS5 블루 HDi 180 (디젤 180마력)
유럽 공인 연비 : 23.25km/L, 이산화탄소 배출 : 110g/km, 판매가 : 36,990유로
DS5 / 사진=시트로엥
사라질까, 아니면 틈새시장에서 살아남을까
제조사에 따라 편차가 좀 있긴 하지만 디젤의 장점과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잘만 살린다면 디젤이나 가솔린 하이브리드, 그리고 플러그인 차량 틈에서 디젤 하이브리드는 좋은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여전히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유럽에 많다는 점, 그리고 그런 디젤 차량과 비교해 다소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비교하기엔 효율 면에서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점도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전략적으로 디젤 하이브리드보다 그 이후의 것(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도 디젤 하이브리드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당장 충전 시설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의 효율 경쟁력에서 디젤 하이브리드는 디젤이나 가솔린 하이브리드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독일 자동차 세상 > Auto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아 K5 스포츠왜건 경쟁력은 4가지 (20) | 2016.09.07 |
---|---|
테슬라에게도 전기차 보조금 줘야 할까? (12) | 2016.09.05 |
실용과 도전의 상징 피아트 미니카 '판다' (21) | 2016.09.02 |
벤츠 G바겐 동생 GLB, 신형 디펜더와 경쟁하나 (6) | 2016.08.19 |
한국 진출 중단한 스코다, 미국에서는 성공할까? (12) | 2016.08.03 |
판매 1위차 포터와 스파크에 없는 것 (14) | 2016.08.01 |
스케치북다이어리 계획 (12) | 2016.08.01 |
테슬라, 고객을 자율주행 테스터로? (12) | 2016.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