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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테슬라, 고객을 자율주행 테스터로?

테슬라는 늘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전기차 업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요 며칠은 그런 테슬라에게 굉장히 괴로운 시간임이 틀림없습니다. 조슈아 브라운이라는 미국인은 지난 5월 초, 자신 소유의 모델 S를 자율주행 모드에 놓고 달리다 트럭과 부딪혀 목숨을 잃게 됩니다. 테슬라는 6월 30일이 되어서야 이 사건 소식을 공개했죠.

사건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 언론이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자율주행 차 위기' '과연 사망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휘청이는 테슬라 판매 악재까지 겹쳐' '엘론 머스크 도덕성 논란...'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새로운 기술로 평가받은 자율주행 자체의 위기론까지도 다소 성급하지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날아가고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모델 S 실내 / 사진=테슬라

운전자의 부주의, 운전자의 맹신

테슬라 자율주행 사망사고와 관련해 국내 한 언론은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는데요. 일보 정부는 자율주행을 과신하지 말아야 하며 결과적으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목숨을 잃은 조슈아 브라운은 사고 당시 오토파일럿 모드에 놓고 정작 그는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채 DVD를 감상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 사고 날 때 자율주행 차량은 시속 200km/h 이상의 속도로 달렸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운전자가 너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맹신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사망자 외에도 테슬라의 많은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오토파일럿 기능을 홍보했습니다. 동영상 인증 등을 통해 테슬라 오너는 앞서가는 그룹임을 노골적으로 자랑하고 있다는 비판적 기사가 나올 정도로 그들은 자율주행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닌 부분 자율주행 수준일 뿐입니다. 이점을 테슬라 측도 밝히고 있지만 많은 오너들은 이를 간과하고 마치 완전 자율주행이 되는 것처럼 오토파일럿 기능을 여겼습니다.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잘못된 방식 도마 위에 올라

하지만 자율주행 인증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대한 비판을 테슬라 오너들에게만 하기엔 테슬라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토파일럿이 완벽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는 있지만 고객들에게 자율주행을 제한적으로 하라는 등의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최근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영상 칼럼을 통해, 테슬라가 고객들을 자율주행 기술 개선을 위한 테스터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오토파일럿 모드를 '베타 테스트' 단계로 부르고 있는데 이미 용어에서부터 위험성이 느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특히 고객들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이용해 오토파일럿 기술을 완성시켜나가는 테슬라의 정책은 철저하게 자율주행을 내부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다른 제조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미국 내에서 테슬라의 직접적 경쟁 상대 중 하나인 구글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의 경우 테스트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율주행 차량에 너무 모든 걸 맡기고 방심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철저하게 안전 중심으로 자율주행 테스트 정책을 바꿨다고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기술을 실제 도로에서 고객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일정 부분 이용해 다듬어 가고 있었던 겁니다. 


엘론 머스크의 욕심

엘론 머스크는 자율주행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고 사고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빠르면 2018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이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기를 2025년쯤으로 잡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제조사들, 그리고 산업계의 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내용입니다.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너무 자신했던 건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경쟁에서 한발, 아니 그 이상 앞서가고 싶었던 그의 욕심이 이번과 같은 사고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일을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정책은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좀 더 안전하게 데이터를 쌓아야 하고, 설익은 선점 경쟁을 위해 고객들이 베타 테스터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당연히 테슬라 오너들도 오토파일럿 기능을 더 이상은 맹신하지 말고 완전하게 기술이 검증될 때까지 이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이는 테슬라 오너 자신의 안전만이 아닌,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엘론 머스크 / 사진=위키피디아, Steve Jurveston


자율주행은 위기인가?

이번 사망사고 외에도 크고 작은 테슬라 자율주행 관련 사고 소식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도 지난달 트럭과 모델 S가 부분 자율주행 도중 부딪히는 사고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또 신형 SUV 모델 X도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알려졌죠. 그렇다면 주목받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율주행 기술을 다듬고 있는 제조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기술의 숙성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킹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보안 문제 등도 함께 해법을 찾고 있다고 하네요.

아무리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간다고 해도 그 기술이 우리 생명과 직접 관련이 되는 것이라면, 결코 서두르거나 욕심을 내지 않아야 합니다. 2025년이 아니라 2035년에나 자율주행이 본격화 된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작은 실수, 작은 변수라도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대한 그간의 광폭 행보가 달라져야만 하는 이유는 이제 분명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