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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브렉시트가 만든 영국 자동차 시장의 위험들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이 되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브렉시트가 영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어려움을 가늠조차 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을 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독일 언론과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 역시 언론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사진=미니


엇갈리는 전망

소비위축과 관세 등이 걸림돌

독일 자동차 업계 소식을 전하는 '아오토모빌 프로둑치온'은 이번 브렉시트 결정이 영국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다룬 기사에서 뒤스부르크대 자동차센터 두덴훼퍼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두덴훼퍼 교수는 우선 단기적으로는 영국이 자동차 판매에 나쁜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낮아진 파운드 가치의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영국에 자동차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의 이익이 떨어질 것이라며 작년 260만대 이상의 신차가 영국에서 판매가 됐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자동차 소비 위축은 2017년에는 189만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이 되어야 판매량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당장 문제가 됩니다. 반면 관세 부분은 2년 동안의 협상을 벌이는 동안은 문제가 없겠지만 2년 후부터는 최소 10%에서 최대 20%까지 붙을 수 있어 영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업, 반대로 영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유럽 전역으로 수출을 펼치던 기업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또 다른 전문가 슈테판 브라첼은 분석했습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많은 신차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의 현대기아차 역시 유럽 전체 판매량의 20% 정도를 영국에서 판매하고 있죠.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적으로는 관세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으로 영국 자동차 산업은 겹겹의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자동차 기업들의 반응

그렇다면 현재 자동차 기업들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우선 폴크스바겐의 반응을 전한 아우토모빌 프로둑치온에 따르면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이르지만 변화할 상황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자동차 회사들에게 영국은 매우 큰 시장이고 BMW에겐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큰 단일 시장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자동차 포털 모터토크가 전한 BMW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예상할 수 없다. 다만 불확실한 상황이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미니와 롤스로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BMW는 두 회사에 총 24,0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인원 감축에 대한 염려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모터토크는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독일의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복스홀 브랜드로 영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오펠은 이번 사태에 따른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고 포드는 투자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브렉시트가 포드의 기본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소유하고 있는 인도 타타그룹도 "공장은 영국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포드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결단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유럽 포드 본사와 또 다른 공장은 이미 독일 뒤셀도프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악의 경우 독일 등으로 포드가 완전히 철수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독일의 오토모티브 매니지먼트센터 (CAM)의 슈테판 브라첼 팀장 역시 현재 영국의 자동차 산업 상황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면서 "악화하는 것을 쿨한 척 넘기려다가는 그 기업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닛산 선덜랜드 공장 / 사진=닛산


일본 제조사들의 선택은?

브렉시트 결정 후 BMW의 주식은 9%, 다임러와 폴크스바겐도 6~10%, 그리고 포드 역시 6.6% 등,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 하락 폭이 컸는데요. 브렉시트를 보는 또 다른 불안한 시선은 독일계 회사들이 아닌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입니다. 이미 일본에는 1300개의 기업이 들어가 있고 (한국은 100여 개) 그중에서도 닛산,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금액과 고용 인원 등은 규모가 큰 편입니다.

문제는 일본 제조사들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영국이 EU와 한배 타기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죠. 작년 한 해 영국 내에서 생산된 제조사별 판매량만 봐도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영국에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한 해 영국 내 제조사별 자동차 생산량 (영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제조사 기준)

(출처 : Center of Automotive Management)

1위 : 닛산 (474,844대)

2위 : 랜드로버 (402,747대)

3위 : 미니 (201,207대)

4위 : 토요타 (190,161대)

5위 : 오펠-복스홀 (141,924대)

6위 : 혼다 (119,414대)

7위 : 재규어 (102,667대)

8위 : 벤틀리 (10,720대)

9위 : 롤스로이스 (3,769대)

10위 : 애스턴 마틴 (3,178대)


영국 전체 생산량의 99% (1,650,631대)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브랜드 중 일본 3사 생산량(784,419)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영국 자동차 전문지들의 일본 차에 대한 평가는 자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해 늘 좋은 편이었죠. 하지만 대부분을 영국 외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먹고 사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 입장에서는 10% 이상의 관세를 물면서까지 과연 계속 영국에 머물 것인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실제로 투표가 있기 직전 일본 토요타 측에서는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탈퇴가 결코 좋은 결과가 될 수 없을 것임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미니나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재규어 랜드로버 등, 원래 영국에서 태어난 브랜드들의 경우 해외 이전이 쉽지 않지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은 얼마든지 유럽 공략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춰 대륙으로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국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

이처럼 브렉시트에 따른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의 손익은 이를 계산하고 분석하는 기관들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정리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습니다. 스코틀랜드는 강하게 분리를 다시 주장하고 나섰고, EU는 탈퇴 후유증을 줄이고 집안 단속을 위해서라도 영국에 강한 대응을 취하기로 하는 등, 일각에서 기대하는 EU와 영국과의 원만한 협상은 현재로는 어렵지 않나 싶은데요.

매년 성장세를 보여왔던 영국 내 자동차 시장은 이번 브렉시트를 통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큽니다. 자동차 소비 위축, 관세에 따른 무역 장벽, 그리고 일본 제조사들의 철수 여부, 거기에 상황 전체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지금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특유의 보수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던 유럽에 영국발 불확실성이라는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과연 영국의 자동차 시장은 이 어둠을 빛으로 바꿔낼 수 있을까요? 그 답 구하기가 지금으로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