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한국 진출 중단한 스코다, 미국에서는 성공할까?

환경부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그리고 벤틀리 일부 모델들에 대해 배출가스 및 소음 시험성적서 조작을 이유로 들어 판매 금지 조처를 내렸습니다. 독일의 몇몇 언론을 통해 이곳 유럽에도 소식이 전해진 상태인데요. 혹, 재인증을 신청해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정상 영업이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이번 행정처분으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만 난처한 상황에 처한 건 아닙니다. 한국 진출을 꾸준히 추진했던 폴크스바겐 그룹의 또 다른 브랜드 스코다(SKODA)에 불똥이 튄 것이죠. 여러 부품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한국 론칭을 위한 구체적 행보를 보여 왔지만 이번 정부의 강한 대응에 론칭 계획은 기약 없는 중단을 맞게 됐습니다.

매장 전경 / 사진=스코다

중단된 한국진출, 진출 고민 중인 북미

그런데 지난 6월 스코다는 독일의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진출하게 된다면 2017년, 그러니까 내년 안에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이게 참 역설적인 것이, 디젤 게이트 여파로 진출 계획 중단 상황까지 맞은 한국이지만 정작 디젤 게이트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으로 폴크스바겐 그룹은 스코다를 일종의 히든카드로 내밀려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체코 브랜드로 스코다는 폴크스바겐에 인수되기 한참 전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짧게나마 미국에 차를 수출한 역사가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진출 계획이 확정된다면 제대로 된 스코다의 북미 시장 공략이 이뤄지게 됩니다. 몇몇 유럽 자동차 전문가는 스코다가 북미에서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폴크스바겐 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느 정도 희석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왜 이런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걸까요?

중형 세단 수퍼브로 살펴본 스코다 경쟁력

유럽에서 스코다는 신뢰도와 판매량 등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모회사인 폴크스바겐의 기술력이 가득 들어간 스코다 모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성능에서는 폴크스바겐과 견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올 상반기 EU 28개국의 판매량을 보면 스코다는 334,668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의 판매량 상승을 보였습니다.

현대(254,349대)와 기아(223,836대)보다 더 많이 팔렸고, 뚜르 드 프랑스라는 세계적 대회의 주 후원사로 유럽 내에서 좋은 이미지도 계속 쌓아가고 있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심지어 아우디를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코디악 같은 SUV가 등장하게 되면 스코다의 입지는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스코다를 생각하면 안 될 정도로 급격하게 품질이나 이미지가 좋아졌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 후원사로, 위장막을 씌운 채 파리에서 홍보 중인 신형 SUV 코디악 / 사진=스코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인데요. 그 가능성을 스코다의 중형 모델 수퍼브를 통해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수퍼브는 스코다의 플래그십이자 중형(D세그먼트) 자동차로 유럽 중형 세단으로는 비교적 차체가 큰 편입니다. 르노가 최근 내놓은 최근 탈리스만(SM6)도 유럽 기준에선 작지 않지만 이보다 전장이 조금 더 길고 실내 공간의 활용성에서는 당해낼 차가 없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북미의 자동차 소비 특징 중 하나라면 일부 고급 브랜드를 제외하면 브랜드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브랜드보다는 차 자체의 경쟁력이 좋다면 브랜드 가리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더 높습니다. 따라서 진출이 늦었다고 해서, 또 브랜드 가치가 좀 떨어진다고 해서 어려움을 겪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갖고 승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이 있는 스코다에겐 어울리는 시장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폴크스바겐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 조금 더 낮은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실내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미 운전자들의 특성에 맞게 동급 대비해 넓은 실내와 다양한 수납 설계를 한다는 점 등도 북미시장에 안착할 가능성 있다고 평가되는 대목입니다. 내구성에서도 스코다는 유럽 기준으로 프랑스나 이태리 브랜드보다 좋은 편에 든다는 건 각종 품질 리포트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수퍼브를 사진으로 잠시 감상해 보도록 하죠.

사진=스코다

기아차 K5     전장 : 4855mm / 휠베이스 : 2805mm

미국형 파사트 전장 : 4870mm / 휠베이스 : 2803mm

스코다 수퍼브 전장 : 4861mm / 휠베이스 : 2841mm


실속파들의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스코다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폴크스바겐그룹이 북미 시장에 스코다를 진출시킬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봐서는 어떻게 해서든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만약 진출한다면 폴크스바겐그룹은 판매량 경쟁에서 다시 한 번 경쟁사인 토요타나 GM 등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앞서 언급했듯 내심 스코다 마케팅을 통해 폴크스바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북미에서 어느 정도 희석시키는 기회도 갖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론칭 계획이 일단은 중지가 된 상태이지만 늦더라도 제대로 하나하나 잘 준비해 진출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소비자가 보다 다양한 자동차를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브랜드 따지지 않는 실속파들에게 스코다는 분명 괜찮은 대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