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독일 다임러 벤츠사와 오스트리아의 부품업체이자 자동차 조립업체 마그나 다임러 푸흐 (현재 마그나 슈타이어)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상시 네바퀴굴림의 오프로더를 개발하기로 합의를 하게 됩니다. 다임러는 주로 디자인을 담당했고 오스트리아 회사가 험로를 달릴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며 협업을 이어갔죠.
비밀스럽게 개발이 이뤄지던 이 차는 당시 다임러 벤츠의 지분을 18%나 가진 이란 국왕 팔레비에 의해 굉장한 양이 선주문 되게 되는데요. 주로 이란의 국경 순찰과 왕족들의 사냥을 위한 차로 쓰일 예정이었죠. 하지만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며 차량 인도가 물거품이 되면서 이 차는 독일 경찰과 관공서, 그 외 일부 국가 등에서 업무용으로 먼저 주문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1979년 첫 양산 모델이 세상에 나오게 되죠. 이 차가 바로 독일 오프로더의 자존심 G클래스입니다.
G클래스 / 사진=다임러
G바겐의 뜻
메르세데스의 정통 오프로더 G모델은 우리에게는 G바겐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데요. 하지만 독일에서는 G클라쎄(G Klasse), 그 외 지역에선 주로 G클래스나 G모델 등으로 불립니다. 영국산 럭셔리 오프로더 레인저 로버에 대응할 수 있는 독일의 거의 유일한 럭셔리 오프로더라 할 수 있겠죠.
정확히 G바겐이라는 표현이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독일어로 오프로더를 뜻하는 게랜데바겐(Geländewagen)을 줄여 쓴 표현으로, 지형을 뜻하는 게랜데(Gelände)와 자동차를 뜻하는 바겐(Wagen)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온로드용 SUV와 오프로드용 Geländewagen을 나눠 차량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정통 오프로더답게 험로에서의 주행 능력도 좋고, 최근엔 SUV 붐과 함께 일상적인 용도로도 많이 쓰이면서 조금씩 안락함이 보강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AMG G63 6X6 같은 모델은 G클래스가 여전히 그 본질이 오프로더임을 굵직한 목소리로 확인시켜주고 있기도 합니다.
G클래스 6X6 모델 / 사진=다임러
오프로더로는 모자라
온로드 시장을 염두에 둔 GLB
하지만 다임러는 G클래스를 통해 좀 더 넓은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 첫 번째 흔적은 2012년 LA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Ener-G-Force 컨셉카였습니다. 수소연료전지 컨셉트카로, 누가 봐도 G클래스를 기초로 해서 나온 모델임을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이때부터 메르세데스 SUV의 스타일이 각진 형태에서 뭔가 변화를 맞을 것임이 예견됐습니다. 하지만 스타일만 예견한 건 아니었습니다.
Ener-G-Force / 사진=다임러
다임러는 Ener-G-Force를 통해 G바겐의 또 다른 모델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계속해서 현재 G클래스보다 작은 모델이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소식들이 간간히 전해졌고,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2019년 G바겐보다 낮은 급의 GLB가 판매될 것이라는 내용을 확인시켜줬습니다.
GLB 소식을 전하고 있는 아우토빌트지 / 사진=스케치북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GLB는 5인승을 기본으로 최대 7인승까지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하이브리드 모델은 물론 자율주행 기능, 그리고 현재 신형 E클래스에 적용된 터치식 디스플레이, 그리고 운전대에는 커맨드 컨트롤러를 대신할 두 개의 터치패드 등이 달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GLB는 정통 오프로더보다는 도심형 SUV의 색깔이 좀 더 보강될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함으로써 SUV 시장에서 G클래스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볼륨 모델로 자리잡힐 것이라고 아우토빌트는 전했습니다. 현재 G클래스는 지금의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가고, GLB는 온로드에 초점을 맞춰 GLC나 GLE와는 또 다른 볼륨 모델로 내놓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신형 디펜더가 경쟁자?
이처럼 G라인업이 G클래스와 GLB로 양분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랜드로버가 미리 듣기라도 했던 걸까요? 작년 말 단종을 결정했던 디펜더를 다시 꺼내 지금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SUV로 재탄생시킬 것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출시 시기도 공교롭게 GLB가 나올 2019년에 맞춰졌습니다.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 사이에 위치할 거라는데, 그렇다면 신형 디펜더는 GLB와 포지션이 같을 가능성이 크고, 두 모델은 직접적 경쟁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2011년에 공개된 디펜더 컨셉 모델 DC 100 / 사진=랜드로버
아직 양쪽 모두 가격이나 차량의 크기, 또 어떤 고객을 겨냥했는지 마케팅 전략에 대해 자세하게 나온 얘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보들을 보면 충분히 GLB와 신형 디펜더는 새로운 라이벌로 경쟁 가능하며, 기존에 없던 고급 SUV 틈새시장이 이들을 통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100mm넓어진 모습으로 새롭게 나올 G클래스. 2019년 새롭게 등장할 GLB. 여기에 맞서 여전히 럭셔리 오프로더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레인지로버와 곰같은 일꾼에서 다른 컨셉으로 바뀌어 나올 신형 디펜더까지. 독일과 영국을 대표하는 두 고급 오프로더의 팽팽한 대결을 놓치지 않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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