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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부분변경 모델 보면 독일 3사 현재가 보인다



성형외과 의사분들이 반가와 할 단어가 페이스리프트(Face Lift)입니다. 얼굴 주름 펴주는 수술 용어로 알고 있는데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자동차의 용어로 인식돼 있죠. 부분변경이란 뜻의 페이스리프트는 하나의 자동차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기 전에 한 번 정도 적용이 되는 게 보통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바뀌는 건 풀체인지 모델이라고 하는데 NF쏘나타가 YF쏘나타로 바뀌는 것도 풀체인지 모델이라고 하고 골프가 6세대에서 7세대로 바뀌는 것도 풀체인지라고 합니다. 그러면 부분변경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차의 몸통과 엔진 등 형체와 성능의 변화는 없고 내외관 일부의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게 주됩입니다. 물론 어떤 기능이 첨가되기도 하고 때론 차체 사이즈의 변화를 줄 때도 있죠.

 

그리고 부분변경 모델은 이런 변화의 폭을 가급적이면 크게 가져가지 않는 특징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면 왜 이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시도하는 걸까요?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고객들의 소비욕을 다시 끌어 올리려는 의미가 클 겁니다. 하나의 새로운 자동차가 나왔다가 이게 다시 풀체인지가 되기까지는 차 종에 따라 5년에서 6,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죠.

 

그렇다 보니 그 한 가지 모델을 5년 별 변화 없이 그냥 가져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A라는 회사의 차만 사고 파는 환경이라면 굳이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을 필요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자극, 소비욕을 건드릴 만한 작업이 이뤄져야 하겠고 그걸 페이스리프트라는 개념으로  실행하는 거죠.

 

그러면 이런 질문도 가능합니다. "아예 완전히 디자인을 바꾸면 되지 않나요? 그게 안된다면 좀 더 변화의 폭을 크게 한다든지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3년 만에 한 번씩 그렇게 디자인을 크게 바꾸기에는 비용적인 부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단순히 부분변경 모델의 폭이 크지 않은 것에는 이런 비용적인 이유만 담겨 있진 않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한 번 바라보면 재밌을 만한 독일 프리미엄 3사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얘기를 살짝 다뤄볼까 합니다. 우선 오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만나보시죠.

 

우선 처음 보실 차는 BMW의 대표적 모델 5시리즈입니다. 사진이 두 장인데요. 둘 다 5시리즈이고 앞에 보여드린 것이 올해 페이스리프트된 신형이고 아래의 것은 2010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초기 모델입니다. 얼핏 보면 어떤 게 어떤 것인지, 어디가 변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 조차 이게 페이스리프트 된 차가 맞나고 얘기를 하겠어요. 하지만 분명 변화는 있습니다. 그냥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하는 게 오늘 포스팅의 목적이 아니니 그 부분의 설명은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신형 (위) 과 초기 모델 (아래)의 뒷모습

 

신형 (위) 실내와 초기 모델(아래) 실내 모습

 

실제 모델을 나란히 놓고 자세히 듣어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난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 변화를 준 부분들이 보이죠. 물론 자세히 봐야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너무 변화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BMW가 변화를 줄줄 몰라 이런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5시리즈는 세계 곳곳에서 잘 팔리고 있는 모델입니다. 굳이 변화를 크게 가져가지 않아도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자칫 많은 변화를 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런 드러나지 않는 변화의 폭은 초기 모델을 구입한 고객들에 대한 배려의 차원도 있습니다. 이건 전통이나 브랜드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죠.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잘 나가는 모델 괜히 건드려 문제를 일으킬 필요도 없고, 이미 구입한 고객들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변화를 최소화 한 것입니다. 그러면 또 하나의 모델을 볼게요. 아우디 플래그십인 A8 부분변경 모델입니다.

 

위에 사진이 아우디 A8 신형 부분변경 모델이고 아래의 것이 현재 판매가 되고 있는 초기 모델입니다.A8 역시 총기 모델은 2010년부터 판매가 됐고 3년 만인 올 해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그나마 BMW에 비하면 변화의 느낌이 좀 더 있어 보이네요.

 

매트릭스 헤드램프라고 해서 굉장히 기능이 강조된 헤드램프로 변화를 줘서 좀 더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고, 또 보닛의 주름도 늘어나 입체감과 근육질의 느낌을 좀 더 부여했습니다. 특히 A8의 경우는 앞면도 앞이지만 뒤에서 보면 한눈에 변화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한 번에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점은 후방램프 사이를 관통하고 있는 새로운 라인이 생겼다는 거죠. 거기에 배기구 모습도 좀 더 고급스럽게 다듬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내도 신형(위)이 초기 모델(아래)에 비해 크진 않지만 자잘한 곳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아우디 A8의 경우는 부분변경 모델 치고는, 그것도 자신들 메이커의 가장 큰 모델이라는 점에서 보면 변화의 폭이 제법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건 A8의 일종의 딜레마가 반영이 된 것이라고 봐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플래그십 영역에선 벤츠의 S클래스가 거대한 장벽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기준해서 본다고 해도 대형 세단의 선택에선 S클래스가 우선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우디 역시 S클래스와 경쟁하기 위해 스타일을 좀 더 남성적이고 중후하고 화려하게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을 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아우디라는 브랜드가 보여주는 색깔이란 걸 그리 쉽게 바꿀 순 없을 겁니다.

 

그래서 초기 모델 보다는 좀 더 남성적이고 화려하게 바꾸면서도 '아우디스러움'을 저버리지 않는 타협점을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서 찾은 게 아닌가 싶은 거죠. 그러니까 BMW 5시리즈는 모험을 크게 할 필요 없는 글로벌 베스트 모델이기에 변화의 폭이 적은 것이고, A8의 경우는 플래그십 영역에서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자리하고 있는 S클래스와의 경쟁,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가치 등이 혼재된 모습으로 부분변경을 꾀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겁니다.

 

변화를 주긴 줘야 하는데 아우디의 성격까지 바꾸진 못하겠다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아니겠냐는 건데요. 그런데 이런 고민을 완전히 포기하고 생존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훨씬 큰 변화를 꾀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죠.

 

벤츠의 E클래스 신모델이 팔린 게 2009년부터였는데요. (맨 아래 사진) 이번에 부분변경된 모델(사진 위, 중간)이 출시되면서 다소 모델 변경 기간이 좀 길었습니다. 그런데 간격이 오래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디자인의 변화의 폭이 워낙 커 사람들이 부분변경 모델이 아닌 새로운 E클래스가 나온 것으로 착각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래급 C클래스에서 적용됐던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라는 두 가지 버젼 E클래스를 내놓은 것입니다. 엘레강스는 삼각별이 보닛 위에 있어 기존의 전통적인 벤츠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면 아방가르드는 그릴 중간에 별을 집어넣어 스포티한 느낌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정말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 입장에선 전혀 새로운 E클래스가 나왔다고 착각을 할 만한 수준의 변화인 것입니다. 왜 이랬을까요? 간단히 답하면 절박함 때문일 겁니다. 자주 얘기를 드려서 아시겠지만 벤츠는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한 회사 전체의 정책에 따라 큰 디자인의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그 정책의 이번 E클래스 부분변경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 것이죠.

 

좋은 차임엔 분명하지만 벤츠를 떠난 젊은 고객들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벤츠는 노인들을 위한 나라의 전용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죠. 그 절박함이 큰 변화의 이끌어 냈습니다.

 

신형 (위)과 초기 (아래) E클래스 뒷모습

 

신형 (위)과 초기 (아래) E클래스 실내

 

확실히 젊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네요. 오늘 보여드린 세 경쟁 브랜드의 세 가지 페이스리프트를 보면 현재 이 세 개 메이커의 처한 입장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그려지는데요. 가장 잘 나가는 BMW는 변화의 폭이 가장 적고, 플래그십 영역에서 벤츠와 힘든 싸움을 하는 아우디 A8은 그 고민이 느껴지며, 경쟁 구도 속에서 판매량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츠는 절박함을 안고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E클래스의 경우 부분변경 모델 변화의 수준이 이정도라면 풀체인지에서는 얼마나 새로운 만족감을 고객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지 사실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급한 벤츠 입장에서 그런 거 여유롭게 따질 상황은 아닐 겁니다. 오늘 마련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본 독일 3사의 현재라는 이 포스팅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디자인 변화를 따라가 보고 그 의미를 가늠해 보는 것도 나름 재밌는 접근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 즐거운 한 주의 시작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