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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 에쿠스와 그랜져, 왜 유럽에서는 안 팔까?


*** 여러분이 올려주신 댓글을 보니, 제 비틀기 포스팅이 어설펐던 모양입니다. 대체로 본문을 직문으로 이해하고 직답을 많이들 해주셨네요. 좋게 보면 메타포의 느낌을 담아 보려 했던 건데 말이죠. ㅎㅎ 이 포스팅은 현대차 관계자들께 드리는 글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암튼 제가 하고자 했던 얘기는 마지막에 있다는 거 알아주시고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집에 들어오는 길에 이웃에 사는 노부부의 현대 그랜져를 우연히 봤습니다. 구형 그랜저인데요. 독일에선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준대형 한국산 세단인지라 '어떻게 저 차를 구하셨나' 내심 궁금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 현대나 기아의 준대형 이상의, 요즘 잘 나간다는 그런 고급 세단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현대 정몽준 회장께서 에쿠스가 미국에 들어가면 현대차의 이미지가 더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던 기사가 생각나더군요. 뭐 미국에서 현대차 가격 가지고 정말 계속해서 말들이 많죠. 저도 한 번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고 엄청난 반향(?)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요. 어쨌든 현대자동차 그룹이 자랑하는 에쿠스나 k9 등, 플래그십이 왜 유럽엔 안 들어오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미국에서 선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차라면 유럽에서도 승부를 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들어 온다던 현대차는 어디에?

 

2010년도 파리모토쇼가 한창일 때, 한국의 한 자동차 온라인 전문지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에도 에쿠스와 제네시스 쿠페와 세단이 판매가 될 예정이라고요.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수입을 해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세 모델 중 제네시스 쿠페 하나 뿐입니다.

 

공식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요. 관계자께 들은 얘기지만 현대의 고급 세단들이 독일이나 유럽 일부에서 비공식적으로 매정에서 살 수가 있다라고 합니다. 다만 광고를 안하고 사람들에게 알리지를 않을 뿐이라는 건데요. 일단 가격이 수입차로 분류돼 너무 비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긴, 유럽에서 판매되는 싼타페의 수입가격이 굉장히 높아서 판매가 녹록치 않을 거란 얘기를 제 입으로 한 적이 있어 바로 수긍이 갔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을 하는 차량 가격은 한국 가격과 차이가 없는데, 유럽으로 들어온 현대 수입차의 가격은 이처럼 많이 비싼 걸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싼타페 2.2 디젤 오토매틱 모델의 경우 내수가격이 3,500에서 3,900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같은 모델 수동 변속기 기준으로 독일 판매가는 한화로 계산하면 5,447만 원 정도합니다.

 

유럽에서도 SUV가 붐이 일어나고 있고, 싼타페 정도면 현대차 얘기로 봐서는 어떤 SUV와 붙여도 손색이 없는 그런 차인데 (수타페 사건은 일단 열외시키고) 가격을 저렇게 쎄게 한 걸까요? 단순히 물가나 세금 관련해서 그런 거라고 하기엔 너.무.나 비싼 가격입니다. 혹시 이런 가격적인 이유 때문에 현대나 기아의 고급 세단들이 유럽에 안 들어오는 걸까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한-EU FTA로 인해 내년에 수입차에 붙는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2011년에 5.6%였던 게 작년에 3.2%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해 1.6%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관세하락이 유럽산 수입차들의 가격할인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산 차가 유럽으로 수출될 때도 같은 조건이 될 것입니다. 관세의 부담이 거의 사라졌다는 거죠.

 

 

 

유럽 시장은 현대 기아차의 무덤? NO!

 

실제로 독일 내에서 자료를 보니까 이런 효과 덕인지 계속해서 현대나 기아차의 유럽 내에서의 판매량은 증가했습니다.

이 표가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EU를 포함한 유럽 일부에의 현대와 기아 판매량 결과입니다. 현대의 경우 올해는 작년만큼은 덜 팔릴 거란 예상치가 나와 있지만 기아는 한 번도 판매량이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현대와 기아 모두 유럽에서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더더군다나 유럽은 단일시장으로 본다면 미국 보다 규모가 더 큽니다. 다만 미국만큼 큰 차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은 있을 겁니다.

 

어쨌든 이런 수억 명이 사는 유럽에서 현기차의 판매는 매 년 증가 추세를 보입니다. 과연 이게 한-EU FTA의 효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전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의 차량은 i30, 투산, i20 같은 것들입니다. 기아 역시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만드는 씨드가 제일 많이 팔리죠. 현대가 한국에서 조립해 유럽에 수출하는 모델은 i40, 싼타페, 베라쿠르즈 정도인데요.

 

이 모델들은 아쉽지만 유럽에서 현대차 판매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럽에서 현대와 기아차의 판매량 증가는 유럽 공장에서 만든 것들이 이끌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면 현대나 기아가 에쿠스나 제네시스, 그랜져, k7, k9 등을 판매량 걱정 때문에 유럽에 못 내놓고 있는 걸까요? 전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적어도 현대나 기아차 임원분들 말씀을 놓고 보면 그럴 이유는 하나도 없어 보여요.

 

 

BMW, 메르세데스 못지 않다는 현대 기아차들인데 왜?

 

스펙 상으로만 보면 독일 프리미엄 3사와 같은 세그먼트에 있는 차량들 보다 에쿠스나 제네시스, k9 등이  더 좋다는 것이 현대나 기아 고위분들의 생각입니다. 아니 확신같아 보여요. 이건 언론을 통해서도 다 나온 이야기이니까 오해는 없으실 거라 봅니다.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자 하는 현대의 입장에서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에 비견되는(그 분들 주장임) 모델들을 유럽에 못 팔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노조와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미 수출 물량을 맞추기도 어렵다던가, 유럽 시장까지 고려하기 위해선 설비 증설이나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 그게 안된다든가, 아니면 노조에서 유럽 수출을 위해 뭔가 사측에 요구한 사항이 있는데 그게 서로 잘 협상이 안된다든가 하는 그런 이유들이겠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뿐입니다. 그러면 앞서 언급했던 가격 문제일까요? 미국시장에 내놓는 차들은 어떤 메이커이든 다 가격이 떨어집니다. 할인률이 대단하죠.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벤틀리 같은 차량은 15,000불 할인해주겠다고 마구 유혹의 화살을 날려댄다고 하죠. 더 깍아주는 곳도 있을 거예요. 롱버텀님 (아는 분들만 아실) 얘기로는 두카티 바이크도 한국 가격의 절반에 미국에선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니까 그래요. 북미만의 경우입니다. 예외 없습니다.

 

그러면 유럽은요? 유럽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특히나 한국과 비교해 물가가 더 비싼 서유럽 국가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한국에서 조립해 유럽으로 보낼 때 관세의 벽이 이제 무너졌기 때문에 부가세 상승분과 몇 가지 비용들 (탁송이나 그외 관련 금액들)만 추가되면 됩니다. 그 거 감안해도 유럽에서 만들어 판매되는 경쟁 고급 세단들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에 유럽에서도 판매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싼타페는 왜 저리 비싼지 현대 관계자도 이해를 못하긴 했지만)

 

그러니까 가격의 문제, 가격적인 부담은 저는 솔직히 팔려고만 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화라는 자신들의 전략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독일 프리미엄 차들과의 성능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고 지금도 목 놓아 말씀들 하고 계시다면, 유럽 시장에서 그랜져, 에쿠스, 제네시스, K7, K9 못 팔 이유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처럼 수입 조건이나 경쟁이 까다롭거나 심하지도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그래요. 거기다 K9 같은 차는 카피카 논란도 심했지만 반대로 궁금해 하거나 관심있어 하는 반응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죠.

 

여러 면에서 생각할 때 현대나 기아가 자신들의 플래그십, 혹은 준대형급 고급 세단을 유럽인들에게 선 못보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안 내놓고 있다는 거죠. 이 부분이 전 무척 궁금합니다. 제가 모르는 현대차의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법적, 재정적 이유가 있는 것인지... 만약 독일 고급 세단들과의 진검승부를 펼치고자 한다면, 그 호랑이를 잡고자 한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유럽인들이 제네시스를 K7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봤음 좋겠습니다. K9과 BMW 7 비교테스트 결과를 독일 잡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제 미국만이 아닌, 유럽에서도 현대와 기아의 최고급 차량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자신 있다면 못 할 거 하나 없을 겁니다. ( 혹, 현대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셨다면 [비밀댓글]기능도 있으니 살짝 제게 귀띔 좀 해주세요. 독일차들과 경쟁하겠다면서 독일에서 현대 기아 고급차들 못 보는 진짜 이유를 말이죠.)


**지난 시간에 이어 독일 여기자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하편을 링크걸어 드립니다. 좀 불쾌한 느낌도 들었지만 이것이 한국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외국인의 비교적 일반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더군요. 좀 길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밌으니 꼭 읽어보세요.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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