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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기아 쏘울 블라인드 테스트가 말해주는 것들



정말 재미난 기사를 봤습니다. 많이들 소식 들으셨고, 기사를 접하셨을 거예요. 22일 올 뉴 쏘울 신차 발표회가 있었는데요. 거기서 기아 마케팅 실장님께서 쏘울을 선보이기 전에 일반인 150명을 상대로 벌인 BMW 미니와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일단 신형 쏘울의 스타일은 뒤태를 제외하면 기존 보다 개성도 강해졌고, 좀 더 다듬어진 느낌입니다. 뒷쪽은 개인적인 취향 상 기존 모델이 좀 더 낫지 않나 싶더군요. 그런데 이 차를 미니와 나란히 놓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는 거죠. 정확히 어떤 의미의 테스트인지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이런 테스트가 있나 싶더군요.

 

그런데 기사를 좀 더 보니 대략 어떤 테스트를 어떻게 했는지 짐작이 됐습니다. 가늠을 해보자면, 어떤 차인지 알 수 있는 로고 등은 가리거나 떼어냈을 거로 보여지네요. 일단 테스트는 크게 두 가지로 실시했습니다. 하나는 실내 인테리어 호감도이고 두 번째는 주행 승차감 평가였습니다. 인테리어의 경우는 다시 두 개로 나뉘었던 모양인데요.

 

A실험에서는 쏘울을 실험단에게 외제차라고 알려준 겁니다. B실험은 쏘울과 미니 모두 국산차라고 속인 거죠. 이렇게 각각의 실험을 했고 그 결과 A실험에서는 150명 참여자 중 89%가 쏘울을, B실험에서는 75%가 쏘울의 손을 들어줬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행 승차감의 경우 역시 쏘울이 75%로 월등히 높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발표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비교테스트를 당한 미니 쿠퍼의 모습입니다. 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쏘울의 비교 평가 대상이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것이 저는 그닥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제 의견을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이 테스트의 핵심은 실내 인테리어와 승차감에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쏘울과 미니의 인테리어가 직접적으로 비교될 수 없는 이유가요. 미니를 타깃으로 한 쏘울 신형과 미니 쿠퍼와의 출시년도 차이가 8년 정도 됩니다. 미니가 2010년인가요? 한 번 페이스리프트가 됐긴 했지만 2006년에 지금 세대가 출시됐습니다. 반면 쏘울은 가장 최신 모델이라는 거죠. 선출시된 타깃 모델을 염두에 두고 만든 쏘울이라면 아무래도 비슷하게 혹은 더 나은 디자인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였을 겁니다.

 

 

 

거기다 중요한 게 공간인데요. 우리나라 분들 차량의 선택 기준 중에 넉넉한 공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죠. 실제로 쏘울과 미니 쿠퍼와의 사이즈를 한 번 찾아보니 이런 차이가 있었습니다.

 

쏘울 전장 : 4,140mm

미니 전장 : 3,723mm

 

쏘울 전폭 : 1,800mm

미니 전폭 : 1,683mm

 

쏘울 전고 : 1,600mm

미니 전고 : 1,467mm

 

쏘울 휠베이스 : 2,570mm

미니 휠베이스 : 2,467mm

 

쏘울 공차중량 : 약 1,300kg

미니 공차중량 : 약 1,100kg

 

일단 이런 정도의 크기 차이라면 실내에 들어가 타게 되면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쏘울 신형의 실내 모습입니다. 뭔가 굉장히 많고 복잡하죠? 그리고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미니를 어느 정도 참고를 한 느낌들이 곳곳에서 묻어 납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나름 재밌는 실내를 구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미니 쿠퍼의 실내 모습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2004년이니까 10년 전 모습이고, 두 번째 것은 2009년형 쿠퍼 컨버터블의 사진입니다. 디자인 한 번 잡아 놓은 후엔 큰 변화를 안 주고 있죠. 어쨌든 미니 특유의 실내 모습입니다. (세 번째는 참고하시라고 가장 최근에 나온 미니 페이스맨 실내 사진 올렸습니다.)  

 

앞으로 풀체인지 되어 나올 미니의 예상도

그런데요. 공간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또 한 가지 드는 물음은, 미니의 로고를 가렸을 때 이 차가 수입차인지 국산차인지 구별을 못했다고 할 정도라면 차에 대해 그닥 아는 게 없는 분들을 모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차를 많이 알고 못 알고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차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사람들에게 쏘울과 미니를 놓고 선택하라고 했다면 그건 차의 기본적인 특징을 전혀 무시한 채 그저 공간, 스타일에만 촛점을 맞췄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두 번째 실험인 주행 승차감 부분도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는데요. 테스트가 주행성능이 아니라 주행 승차감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주행 승차감은 미니의 경우 작은 공간을 기본으로 해서 비교적 단단한 하체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모델이란 얘깁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차들은 실내가 넓고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승차감을 기본으로 하고 있죠. 운전의 재미 차원 보다는 편안한 일상성에 초점을 뒀습니다. 쏘울은 얼마나 성능에서 펀드라이빙이 가능하게 했는지, 사실 그 지점을 테스트를 했어야 한다고 봐요. 어쨌든  한마디로 미니는 편안한 승차감으로 타는 차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승차감 부분을 비교해서 우리 차를 더 많이 선택했다. 그러니 우리 차가 더 경쟁력이 있다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로도 비춰집니다.

 

기아차 관계자께서 "이번 실험 결과를 보면 기본 성능은 수입차에 결코 뒤지지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문제라는 것이 나타났다."라고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기본 성능이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승차감에서 비교 차종 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고 말을 해야 정확한 게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미국과 한국 등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쏘울과 유럽이 태생지인 미니와의 이런 식의 비교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쏘울이 정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그것도 미니 쿠퍼와의 승부에서 이긴 차라고 객관적 평가가 따르기 위해선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것도 기아차 본인들의 데이타가 아닌 객관적인 기관이나 신뢰할 만한 자동차 매거진을 통해서 말이죠. 그런 차원에서 독일에서 성능 비교 테스크가 있다면 꼭 제가 여러분께 그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기아가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걸 했을까요? 왜 이걸 론칭장에서 발표했을까요? 그만큼 우리 차가 좋다는 걸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니라는 잘 알려진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쏘울을 가져다 붙임으로써 쏘울의 경쟁력이 국내 타 메이커의 어떤 차들, 일본 차들이 아니라 미니 수준이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죠. 이건 소비자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회사 차원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겠죠.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그룹 차원에서 지향하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화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기아는 모닝 출시했을 때도 미니를 언급했습니다. K9 출시했을 땐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와 비교를 했죠. 자꾸 독일 브랜드 가져다 붙이는 건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해서든 끌어 올리고자 하는 회사의 고민과 기대심리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태도가 현대 기아차의 프리미엄화에 도움이 될까요? 저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백날 해봐야 소용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기술 혁신, 성능의 성장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것은 우리끼리만 인정하는 수준을 너머, 미국이 됐든 독일이 됐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동일하게 좋은 평가를 받아 냈을 때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 한 가지는 기아차가 애써 부인하고 싶은 부분일 수도 있는데요. 기아차 관계자의 표현 중에 "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문제라는..." 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걸 달리 표현하면 미니가 50년대부터 쌓아 올린 전통과 팬덤, 그 고유의 컨텐츠의 가치가 기아차 쏘울에는 없다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후발 주자이다 보니 시간이 만들어 줄 오랜 전통의 힘은 쉽게 얻어 낼 수 없겠죠. 과연 기아는 자신들의 자동차에 대해 어떤 헤리티지를 만들어갈까요? 그리고 그걸 관심이나 두고 있을까요? 그게 전 더 궁금합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관계자께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오늘 여러분께 선보이는 올 뉴 쏘울은 무척 좋은 차입니다. 미니라는 차와 견주어도 어떤 면에선 더 낫고 부끄러울 것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립니다. 다만 미니가 만들어 온 그 전통과 문화를 아직 쏘울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이제 그런 길을 갈 것입니다. 그리고 미니를 반드시 넘어설 것입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쏘울에 많은 사랑과 관심 가져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저는 만약 이런 식의 발표였다면 기아의 자신감과 의지가 더 느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해서 쏘울의 경쟁력을, 그 자신감을 얻어낸 것은 기아의 성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지극히 한정된, 일부분의 성과일 뿐이에요. 인테리어와 실내 공간, 승차감만으로 미니라는 차 보다 우리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고 그것이 온전한 승리이겠습니까? 차라리 아주 종합적인 테스트를 해서 그 결과를 내놓았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이처럼 냉소적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전 기아가, 말 보다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그런 강호의 고수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그래도 처음 산 저의 차가 기아였기에 한 때의 오너와 팬의 마음으로 몇 말씀 드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