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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자동차 문화 Sleeper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미국에서 롱버텀님이 보내 온 얘기를 한 편 올리려 합니다. Sleeper라는 건데요. 엄밀히 말해 미국만의 자동차 형태는 아닙니다만, 워낙 미국에서 발달되고 집중화 돼 그들이 주도하는 문화가 되었다 보고 제목을 이렇게 붙여 봤습니다. 그런데 슬리퍼라는 자동차를 보통의 미국인들은 잘 모른다고 하네요. 그러면 어떤 내용인지 롱버텀님의 글로 지금 바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슬리퍼(Sleeper)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묻는 다면, 영화의 경우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니로, 브레드 피트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Sleepers란 영화가 있겠고요. 그게 아니면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의 침대가 딸린 기차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Sleeper라는 단어의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Sleeper란 뜻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예는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Salt)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속에서 CIA요원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사실은 러시아 스파이였죠.

 

바로 행동을 개시하기 전까지는 전혀 존재를 알 수 없는 그런 스파이를 뜻할 때 쓰는 표현이 슬리퍼입니다. 그런데 Sleepe란 단어가 자동차에도 사용이 됩니다. 겉보기엔 그저 그런데 레이스에서 미국의 머슬카나 독일 이탈리아의 스포츠카를 따돌리는 뜻밖의 차들을 Sleeper 혹은 Sleeper Car라고 부르죠.
 

몇 주 전, 우연히 2004년식 볼보 V70 R 모델을 시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래 전 영국의 투어링카 레이스였던 BTCC에서 여러 세단들 사이를 달리던 볼보 850 T5 R왜건 모델을 기억 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그 모습에 반해 850 T5 R 세단 모델을 구입(왜건이 없어서)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V70 R이 850 T5 R의 후손인데요. 물론 볼보라는 브랜드가 스포티한 차를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 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볼보에 이 R 이라는 알파벳 하나가 붙는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이 R의 의미는 BMW M, AUDI RS, MB AMG과 같은 의미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V70 R 2.5리터 5기통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 300마력의 힘을 냅니다. 500마력이 넘어가는 차들이 흔해진(?) 요즘은 이 300마력이란 수치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겠지만 이차가 데뷔할 당시인 2004년도에는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죠.

 

물론 독일의 3사의 무지막지한 슈퍼 왜건들도 있지만 가격은 볼보에 비한다면 흔히들 말하는 안드로메다 수준이니 직접 비교 하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 V70 R에는 바이크와 자동차 레이싱용 또는 자동차 튜닝용으로 많이 쓰이는 서스펜션의 명가 올린즈와 같이 개발한 전자식 쇽업 쇼버가 들어가 있습니다.

 

볼보의 뛰어난 바디 강성은 올린즈와 같이 개발한 서스펜션과 함께 당시에 팔렸던 콜벳보다 좋은 핸들링을 보였다고 평가되고 있죠.

 

그럼 뜬금 없이 왜 볼보 얘기를 꺼냈을까요? 맞습니다. 그 당시가 아닌 지금 바로 2004년 형 볼보가 바로 Sleeper의 좋은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오래된 패밀리 구형 볼보 왜건일 수 있지만, 조금만 손을 본다면 미국의 머슬카, 독일과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오너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물론 아주 저렴한 값에 말입니다.

 

길게 설명할게 아니라 Sleeper의 좋은 예를 동영상을 통해 한번 보시겠습니다. 영어 잘 몰라도 큰 문제 없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냥 편안하게 일단 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글과 동영상을 본 후 아마도 그냥 튜닝카 얘기하는 거 아닌가 하실 수 도 있을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Sleeper 또한 튜닝카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드레스업 튜닝이 이루어져 "난 좀 달릴 줄 알아"하고 써 붙인 차들은  Sleeper에서 좀 벗어났다 봐야 할 겁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슬리퍼를 무림의 숨은 고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혀 고수처럼 안 보이지만 내공이 대단한 그런 자들 말이죠. – 스케치북)
 

동영상 주인공의 차들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루미나 Z34라는 차가 나옵니다. 주인공의 루미나는 2도어 쿠페형이었지만 Z34가 아닌 일반형에는 4도어 세단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1995년형 토러스 SHO라는 차가 나옵니다. 움직임으로 봐 V6 DOHC 3.0L 야마하 엔진이 들어간 수동차량 같은데요. 겉모습으로 봐선 범퍼에 써있는 SHO란 글씨 말고는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을지 전혀 상상을 할 수 없는 평범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뷰익 리글이라는 차가 나옵니다. 240마력짜리 차를 거의 두 배로 올렸다는 말로 볼 때 뷰익 리글 GS란 모델로, 슈퍼차저를 얹고 나왔던 것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업그레이드 후 무지막지한 차로 변신을 했습니다. 영상을 보셨음 아시겠지만 절대로 괴물 같은 차라는걸 알 수 없는 전형적인 Sleeper입니다. 참고로 뷰익은 미국 노인층이 즐겨 타는 차입니다.

 

슬리퍼는 지난 스케치북 다이어리에 올라왔던 ‘아우디와 벤츠에선 왜 이런 차를 만들까’란 포스팅과도 어쩌면 연결 될 수도 있겠죠. 그냥 왜건인 줄 알았더니 괴물이었네? 뭐 이런 생각들이 바로 Sleeper라는 차들을 만들어낸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Sleeper의 대부분은 드레그 레이스나 롤링 스타트 레이스에선 놀라움을 줄 수 있겠지만, 서킷이나 와인딩에선 고전을 면치 못 할 텐데요,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려다 보니 전체적인 밸런스나 완성도는 포기 할 수 밖에 없다 생각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직선만 잘 달린다고 장땡이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자동차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장르이고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슬리퍼 레이스를 보면 또 한 가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요.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약자들이 강자들을 통쾌하게 이기는 모습을 통해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자동차 튜닝 문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소위 양카 튜닝, 일본식 양카라 불리는 VIP튜닝, 또한 오늘 알아본 Sleeper 튜닝 등등. 알고 보면 차를 좋아하고 아끼는 모습들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다들 자기 나름 자동차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있는 것이죠.

 

일본에서 유행한 VIP튜닝. 캠버 각을 비정상적으로 꺾어 타이어가 얼핏 보면 이탈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형급 이상의 세단으로 저런 튜닝을 해서 VIP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leeper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즐기는 모습이 좀 달랐을 때 받을 수 있는 편견. 돈 없으면 그냥 타지 무슨 튜팅씩이나…라는 식의 무시 등. 튜닝을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보다는 ‘이런 것들도 있구나~’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 보 줄줄 아는, 그리고 이 모든 걸 하나의 자동차 문화로 아우를 줄 아는 스케치북 다이어리 독자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Sleeper의 정수를 담은 동영상을 하나 올려봅니다. 수퍼카들 당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스케치북도 강추합니다.)

해당 동영상이 안 보이는 경우에는 밑에 주소를 클릭해 유투브에서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컨텐츠 안에 배경 음악 등의 저작권 문제로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선 안 보일 수 있거든요.
http://youtu.be/4R-VItxGi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