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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우디, 메르세데스는 왜 이런 차를 만들까?

 

자동차도 패션과 비슷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또 메이커들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목적으로 만들기도 하죠. 후자의 경우는 위험 요소가 크지만 일단 성공을 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이미 구축이 되어 있는 소비 시장에 참여를 하는 것이라 안정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 수 있겠죠.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요. 오늘 소개해 드릴 자동차의 특이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독일의 아우디, BMW, 벤츠 등을 프리미엄 3사라고 부르는데요. 프리미엄이라는 딱지가 붙기 위해선 혁신이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이런 메이커들은 새로운 모델을 통해 기존에 없던 수요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죠. 새로운 수요 만들기 달인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프리미엄 메이커들도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와 환경에 맞춘 차를 생산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차들이죠.

 

아우디 A6 왜건과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왜건 모델입니다. 유럽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들이죠. 그런데 이 두 모델은 좀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둘 다 메이커가 내놓을 수 있는 양산형 최고성능 모델들이라는 거죠. 첫 번째 것은 아우디 RS6 아반트이고 두 번째는 E클래스 63AMG 투어링입니다.

 

두 모델 다 최근에 공개가 됐거나 판매가 이뤄질 예정인데요. 이 것들의 공통점을 한 번 찾아 보라고 한다면 뭐를 들 수 있을까요? 답을 바로 말씀 드리자면, <500마력 이상, 왜건 준대형, 그리고 사륜구동>입니다. 물론 독일 메이커들이라는 공통점도 있겠네요. 바로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춘 양산 모델은 제가 아는 바로는 아우디와 벤츠 외엔 없습니다.  BMW는 어디갔냐고요?

 

아우디에 RS가 있고 벤츠에 AMG가 있다면, BMW에는 M이 있죠. 그런데  F10이 나오기 전까지는 베엠베도 5시리즈 M 왜건 모델을 이렇게 판매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왜건 모델엔 M을 더이상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M5 투어링 역시 507마력으로 세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시켰지만 이제는 과거 얘기가 되어 버렸네요.

 

대신 BMW는 X6에도 적용이 되는 M550d(381마력)와 407마력의 550i가 있습니다만 M의 강력함에는 못미친다 하겠습니다. 이 외에 재규어가 XF 스포츠 투어러라는 왜건형 (일종의 슈팅브레이크) 모델을 내놓았지만 200마력대로 고성능 모델은 아니고요. 포르쉐가 파나메라 슈팅 브레이크를 내놓게 되면, 어쩌면 한 대 더 고성능 왜건이 생기지 않겠나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우디와 벤츠, 그리고 과거에 BMW 등은 왜 이렇게 강력한 왜건 사륜 모델을 만들어 판매를 했던 걸까요? 

그 이유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많이 말씀을 드려서 잘 알고들 계시겠지만, 독일은 우선 어디에도 없는 공인된 무제한 도로 아우토반이 있습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차들이 아우토반에선 굉장히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립니다. 140km/h 정도는 1차선으로 감히 끼어들 수도 없고요. 막히지 않는 곳에선 보통 2차선에서 180km/h의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제일 느린 3, 4차로가 120km/h 정도니까 이 곳이 얼마나 밟을 수 있는 곳인지 이해가 되시겠죠? 거기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고급 왜건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준대형 고급 브랜드의 비싼차를 사서는 그 뒤에 짐을 가득 싣고 다니는 게 일상인 그런 곳이죠. 휴가철 아우토반 보면 왜건들 뒤에 짐이 한 가득씩 담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에서 왜건의 안정성은 결코 짐차 수준에 왜건을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이런 특성을 하나로 묶어 보면 어떻게 될까요? "실용적인 왜건으로 마음껏 달리길 바라는 고객들을 위한 차" RS6 아반트와 E클래스 투어링 63 AMG 같은 모델들이 바로 답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차가 많이 판매가 되지는 않지만 고객의 바람을 현실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우디 RS6 아반트 제원을 잠시 보면, 560마력에 최대토크 71.4kg.m, 제로백 3.9초에 최고속도는 250km/h입니다. 예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말씀을 드렸지만 포르쉐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모델들이 협약에 의해 250으로 최고속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물론 ECU의 제한을 풀어버리면 속도는 300km/h 이상을 낼 수 있죠. 실제로 최근에 제가 180km/h로 달리는데 E클래스 350 CDI 한 대가 저를 점으로 만들어 버리고 사라지더군요. 250 제한속도를 풀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고성능 왜건을 타는 사람들이 아우토반에서 얼마나 달릴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실 겁니다.

 

E클래스 63 AMG는 RS6 아반트 보다 한 술 더 뜨는데요. 63 AMG와 63 AMG S로 다시 나뉩니다. 63 AMG는 최고마력이 557PS, 최대토크 73.44kg.m에 제로백 3.8초이이고 63 AMG S는 585마력에 최대토크 81.6kg.m, 제로백은 3.7초가 됩니다. 가격은 각각 109,599유로와 121,023유로로 아우디 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죠.이 두 가지 트림은 CLS 슈팅브레이크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됩니다.

 

어떠세요 대단한 힘, 대단한 가격이죠? 또한 독특한 구성이고요. 이런 차량들은 대체로 수출 보다는 독일 내수 시장에 판매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왜건으로 300km/h 이상 달릴 수 있는 곳이 독일 외엔 없을 테니까요. 예전에 BMW M5 투어링 모델도 우측에 핸들을 달려면 (영국이나 일본 호주 등)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만큼 독일에 특화되어 있는 모델들이다 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차들이 있는지도 몰랐다가 오늘 처음 안 분들도 계실 겁니다. 독일에서도 사실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들은 아니죠. 하지만 앞에서도 잠시 말씀드렸듯, 판매도 판매지만 자동차를 다양하게 세분화 해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 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우디나 벤츠가 양산형 메이커였다면, 판매에만 목을 멨다면 아마도 이런 차는 태어나지도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