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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교통경찰 보다 동네주민 더 무서운 이유

최근 모 설문 자료에 따르면, 독일인의 58%가 교통범칙금이 인상된 것에 대해 찬성을 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과태료 올린 것에 찬성을 하다니, 참 희한하죠? 사람들이 이처럼 찬성에 표를 더 많이 던진 이유는, 정당하게 주차를 하고 운전을 하며 법을 지키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자들로 인해 불편이나 불익을 당하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는군요.


모든 독일운전자가 법을 다 잘 지키는 것처럼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비교적 룰을 잘 따르는 독일 사람들이지만 이들도 범칙금 고지서 많이 받아요. 그런데도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법을 대하는 태도가 보이는 거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설문 내용이 있는데요.


독일인들이 가장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조사를 해봤더니 3위가 장애인 주차칸에 비장애인이 차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2위는 부자들이 세금 탈루하는 거였고, 1위는 기업들이 몰래 폐수를 방류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 정도로 독일인들이 환경에 대해 민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몰랐는데,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보통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개똥이나 좀 잘 치우지 쯔쯧)


특히 3위의 경우는 3명 중 1명 정도가 만약 비장애인이 장애인 주차칸에 차를 세워놓는 걸 본다면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할 것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사실 독일인들의 이런 투철한(?) 신고정신은 유명하죠. 오죽하면 농담삼아 북한은 강제적 5호담당제라면 독일은 자발적 5호담당제가 펼쳐지고 있는 나라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신고정신이 비정상적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걸 꼭 비정상적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신고정신 강한 독일인들 조차도 혀를 내두르는 그런류의 사람들이 있는데요.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지, 자동차와 관련해서만 몇 가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택가 불법주차, 인간 감시카메라 조심하라

 

이 사진은 로텐부르크의 공용주차장 표지판입니다. 독일의 상당수 주차장(유료)은 오픈이 되어 있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차 티켓을 발매하는 기계가 설치 되어 있어서 운전자들이 자신들이 알아서 적당한 시간을 계산해 주차 요금을 내고 있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실 그냥 요금을 내지 않고 차를 세워뒀다 가지고 나가도 아무도 뭐라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늘 독일의 주택가 등에 차를 세울 땐 그 지역 주민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공용 주차장의 경우뿐 아니라 주차를 하면 안되는 자리, 혹은 주차를 해도 일정 시간 안에만 주차를 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어기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찰차가 와 딱지를 떠억~하니 붙이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신고로 출동을 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 간단히 예를 들면요. 동네 노인분들 계세요. 시간이 비교적 많은 연금생활자들로, 이 분들 중에 정도가 지나친 사람은 하루종일 집 창가에 서서 불법 주차하는 차량들을 감시합니다. 심한 경우 창가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퀄른이라는 도시에 사는 71세의 남성은 4년 동안 5천 건의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자기집 CCTV를 이용해 불법주차 차량들을 감시하고 있었고, 구글 스트리트뷰 상에 잡힌 자신의 집을 픽셀처리해서 아예 노출이 안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또 59세의 어떤 남성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동네 불법주차 차량들을 총 30,000건이나 잡아냈다고 하는군요. 이 사람은 좀 병적인 경우인데요. 한 때 의료용 헬리콥터가 응급환자 수송을 위해 주택가 인도에 착륙을 한 것도 경찰에 신고를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시승을 하다 보면 배경이 좋은 곳에 차를 세워놓고 찍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사실 차를 세우면 안되는 곳이지만 사람들의 통행이나 안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얼른 사진을 찍고 이동을 하는데요. 이럴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바로 산책 나온 동네 어르신들입니다. 여지없이 차를 빼라고 하죠. 횡단보도를 물고 서서 있는 차나 속도를 높여서는 안되는 곳에서 과속을 하다 그런 분들에게 걸리면 여지없이 한 소리 먹게 되죠.


이렇듯 주택가 주차나 운전 시 독일은 사실 교통 경찰 보다 이런 주민들의 감시망에 걸려 낭패를 당하기 더 쉽습니다. 인간 감시카메라들,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자발적 주차단속원

펠릭스라는 29살의 실직자(전직 재무설계사)는 약물 중독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는 치료가 된 상태지만 언제든지 다시 중독의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그런데 이 젊은 친구가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이 좀 특별(?)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트와 볼펜 한 자루 들고 시내로 나가 불법 주차 차량들을 확인해 시청 담당부서에 신고를 하는 것이죠.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약 1,500건 정도 단속을 했다고 하는군요.


이 친구는 운전자에게 미리 경고를 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여기다 차를 세우면 안되는데 만약 내가 경찰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를 세우면 신고하겠다. 그러니 정당하게 주차를 해라." 라고 말이죠. 만약 이 말을 무시하면 여지없이 딱지를 끊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신고포상금 같은 건 없고 앞으로도 자신을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습니다.


과속 측정은 나의 취미~

삼십대 중반의 니코라는 사람은 공장안전전문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요. 이 사람의 취미는 학교 주변의 도로에서 과속하는 차량들을 과속감지기를 들고 찍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찰도 아닌 사람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을 두고 그 동네 주민들의 불만이 높고,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기도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오히려 아이들이나 운전자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옳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속감지기를 들고 나가겠다고 하는군요. 


일단 과속감지기 소지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을 할 수 없지만,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자신이 단속을 하는 행위들은 할 수 없다고 경찰 관계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취미란에 '과속단속'이라고 적는다는 걸 웃으며 봐야 하는지 아니면 어이없어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명예교통경찰이 좋아요~

독일의 많은 도시들이 명예교통경찰 제도라는 것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정식 경찰 공무원은 아니지만 불법주차 단속을 하는 등의 권리를 줘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단속에 참여하게 하는 그런 시스템인데요. 돈이라고 해봐야 한 달에 50유로(약 7만 원) 정도를 받는 게 전부인데도 이걸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처럼 일반인들의 관심과 노력을 벗어난 듯한 과도한 행위는 주로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도 주로 나타난다고 독일의 한 심리학자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좀 유별난 경우들이긴 합니다. 흔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분명히 독일이란 사회 자체가 규칙에 대해 엄격한 면은 있습니다. 


동네에서 빈병을 버려도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엔 버려선 안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든가, 저녁 몇 시 이후엔 이웃을 위해 자기 집 수리라고 할지로도 멈춰야 하는 등의 규범들이 존재하죠. 어떻게 보면 참 답답하고 인간미 없어 보이는 그런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것들로 인해 지금의 독일이 지탱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 이런 감시 기능들이 어느 정도 작동을 하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다 봅니다. 제일 좋은 건요. 그냥 과속하지 말라면 안 하고, 멈추라면 멈추고, 지키라면 지키며 사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 그 규범 안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모두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